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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반도체株 버블인가"…전문가들 "2000년 닷컴과 달라" 분석

네드 데이비스 "S&P500 시총 17.9%만 버블 구간, 닷컴 때 31.5%의 절반“
삼성전자·SK하이닉스 PER 11~22배로 엔비디아(44배) 절반 수준
중국의 반도체 장비 기업인 ACM 리서치는 고대역폭메모리(HBM) 공정에 필수적인 습식 세정과 도금 장비를 개발하며 미국의 수출 통제 속에서도 첨단 패키징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사진=ACM 리서치이미지 확대보기
중국의 반도체 장비 기업인 ACM 리서치는 고대역폭메모리(HBM) 공정에 필수적인 습식 세정과 도금 장비를 개발하며 미국의 수출 통제 속에서도 첨단 패키징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사진=ACM 리서치
글로벌 반도체 주식이 학술적 기준으로는 '버블' 국면에 들어섰지만, 2000년 닷컴버블과 비교하면 규모가 절반 수준에 불과하고 실적 기반이 탄탄해 급락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 나왔다. 더욱이 한국 반도체 주식은 미국 대비 밸류에이션이 낮아 상대적으로 안전한 투자처로 부각되고 있다.
미국 경제 전문매체 배런스는 지난 16일(현지 시각) 월가 리서치 기관 네드 데이비스 리서치(NDR) 분석을 인용해 "반도체 섹터가 1991년 이후 버블 기준을 충족한 세 번째 업종"이라고 보도했다. NDR은 하버드대 연구진이 2017년 개발한 버블 판단 기준을 적용했는데, 반도체 섹터는 △2년 수익률 100% 초과 △S&P500 대비 초과수익률 100% 초과 △5년 수익률 50% 이상 세 가지 조건을 모두 충족했다.

버블 규모는 닷컴 시대 절반…AI 관련주에 집중


NDR에 따르면 지난 10월 30일 기준 S&P500 구성 종목 중 버블 기준을 충족한 기업은 29개(전체의 5.8%)로, 이들의 시가총액은 S&P500 전체의 17.9%를 차지한다. 2000년 닷컴버블 당시 버블 구간 기업이 46개(9.2%)였고 시총 비중이 31.5%에 이르렀던 것과 비교하면 규모가 크게 작다.

NDR 선임 포트폴리오 전략가 팻 초식은 "버블 기준을 충족한 29개 기업 중 18개가 AI 관련주"라면서 "매그니피슨트 7(M7) 가운데서는 유일하게 엔비디아만 버블 조건을 충족했다"고 분석했다. 그는 "반도체 주식에 집중된 점을 주목해야 한다"면서 "AI 투자 열기가 꺾일 때 반도체 주식을 피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엔비디아·브로드컴·AMD·마이크론·KLA·램리서치 등 주요 AI 반도체 기업들이 버블 종목으로 분류됐다. 엔비디아 주가는 지난달 말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뒤 17% 하락했으나 연초 대비로는 여전히 30% 이상 상승한 상태다.

젠슨 황 "AI 버블 아니다"…실적과 현금흐름이 다르다


엔비디아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는 "AI 버블에 대한 말이 많지만 우리 입장에서는 매우 다르게 보인다"고 반박했다. 그는 최근 직원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실적이 나쁘면 버블의 증거로, 실적이 좋으면 버블을 부추긴다고 한다"면서 "진퇴양난의 함정에 빠져 있다"고 토로했다.

실제로 엔비디아의 3분기 매출은 570억 달러(약 84조3600억 원)로 전년 대비 62% 증가했고, 순이익률은 53%에 이른다. 2000년 닷컴버블 당시 대부분의 기술기업이 적자 상태였던 것과 대조적이다.
UBS 글로벌 자산운용 마크 해펠레 최고투자책임자(CIO)는 "버블 우려는 과장됐다"면서 "글로벌 AI 설비투자(Capex)가 2025년 4230억 달러(약 625조9900억 원)에서 2026년 5710억 달러(약 845조 원)로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뱅크오브아메리카 10월 설문조사에서는 펀드매니저의 54%가 AI 관련 주식이 "버블 상태이거나 고평가됐다"고 응답했다.

삼성·하이닉스, 글로벌 버블 논란서 상대적 저평가 부각


한국 반도체 주식은 미국 대비 밸류에이션이 낮아 버블 논란에서 비켜나 있다. SK하이닉스의 주가수익비율(PER)은 11.6배, 삼성전자는 22.5배로 엔비디아(44배)의 절반 수준이다. SK하이닉스의 2026년 예상실적 기준 PER은 6배 수준까지 떨어진다.

SK하이닉스는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에서 점유율 62%로 압도적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엔비디아 블랙웰 그래픽처리장치(GPU)용 HBM 물량은 2025~2026년분까지 완판됐다. 삼성전자도 지난 9월 엔비디아의 12단 HBM3E 인증을 통과하며 납품을 시작했다.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의 HBM 점유율이 내년에 30% 이상으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한다.

4분기 실적 전망도 밝다. 증권사들은 삼성전자 영업이익을 18조6000억~19조 원(전년 대비 3배), SK하이닉스를 14조~18조 원으로 추정한다. 두 회사의 2026년 합산 영업이익은 150조 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2026년 반도체 시장 1조 달러 돌파 전망…HBM 수요 77% 급증


세계반도체무역통계(WSTS)는 2026년 글로벌 반도체 시장 규모가 9750억 달러(약 1433조 원)에 이르러 사상 처음으로 1조 달러에 근접할 것으로 전망했다. 전년 대비 성장률은 26.3%다.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HBM 수요는 2026년 77% 증가할 전망이다. AI 서버 출하량도 20% 이상 늘어난다. D램 계약 가격은 4분기 15~20% 상승했으며, 내년 1분기에도 급등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낸드플래시도 공급 부족으로 두 자릿수 가격 상승이 점쳐진다.

모건스탠리는 반도체 장비(WFE) 시장이 2026년 1283억 달러(약 189조 원)로 10%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TSMC는 내년 설비투자를 500억 달러(약 74조 원)로 확대하고 2나노(nm) 공정 양산에 돌입할 계획이다.

2000년과 결정적 차이…"현금 풍부하고 금리는 하락 중"


현재 상황이 2000년 닷컴버블과 다른 점은 분명하다. 당시 기술주 대부분은 수익 없이 성장 기대만으로 주가가 올랐고,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금리를 4.7%에서 6.5%로 인상 중이었다. 반면 지금 Fed는 9월 이후 세 차례 금리를 인하해 기준금리 4.25~4.5%를 유지하고 있다.

밴에크 자산운용은 "오늘날 AI 투자를 주도하는 기업들은 기존 현금흐름을 재투자하는 수익성 높은 글로벌 기업"이라면서 "반도체 기업들은 배당 가능 자본의 60%를 연구개발(R&D)에 재투자한다"고 설명했다. 골드만삭스 역시 "현재 주가에 내재된 장기 배당 성장률은 닷컴버블 같은 역사적 극단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고 분석했다.

다만 경계의 목소리도 있다. 시온자산운용 마이클 버리는 엔비디아에 대해 1억8660만 달러(약 2760억 원) 규모의 풋옵션을 보유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과 영국은행도 "AI 투자 붐이 닷컴버블처럼 붕괴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반도체 섹터가 버블 조건을 충족한 것은 사실이지만 실적 기반이 탄탄하고 버블 규모도 2000년의 절반 수준이다. 한국 반도체 주식은 HBM 시장 지배력과 낮은 밸류에이션을 바탕으로 글로벌 반도체 투자에서 상대적으로 안전한 선택지로 부상하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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