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억 9000만 달러에 토지 임대권 매입, 건물·부지 통합 소유로 자산 가치 극대화
뉴욕 대교구, 성직자 성추행 배상금 재원 마련 위해 노른자위 부동산 잇따라 매각
뉴욕 대교구, 성직자 성추행 배상금 재원 마련 위해 노른자위 부동산 잇따라 매각
이미지 확대보기롯데호텔이 미국 뉴욕 맨해튼의 랜드마크인 '롯데 뉴욕 팰리스(Lotte New York Palace)' 호텔의 토지 소유권까지 확보하며 완전한 주인으로 거듭났다. 반면, 이 땅의 원소유주였던 뉴욕 가톨릭 대교구는 끊이지 않는 성직자 성추문 배상금 마련을 위해 '노른자위' 자산을 매각해야 하는 뼈아픈 현실을 드러냈다.
13일(현지시각) 미국 부동산 전문 매체 '더 리얼 딜(The Real Deal)'과 '커머셜 옵저버(Commercial Observer)' 등에 따르면, 뉴욕 대교구는 롯데 뉴욕 팰리스 호텔 부지의 토지 임대권(Ground Lease)을 호텔 운영사인 롯데호텔앤리조트에 매각하기로 합의했다. 매각 대금은 4억 9000만 달러(약 7200억 원)에 달한다.
이번 거래는 롯데와 뉴욕 대교구 양측의 이해관계가 맞물린 '빅딜'이자, 미국 가톨릭 교회가 직면한 재정적 위기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
롯데, 맨해튼 랜드마크 '완전 소유'…자산 가치 제고
이번에 4억9000만 달러(약 7200억 원)를 들여 토지 임대권까지 사들이면서, 롯데는 명실상부한 호텔의 단독 소유주가 됐다. 롯데 측 대변인은 이번 토지 매입에 대해 "브랜드의 결정적인 이정표(Pivotal Milestone)"라고 평가했다.
업계에서는 롯데가 이번 거래를 통해 호텔 운영의 안정성을 확보하고 자산 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매년 대교구에 지급하던 막대한 토지 임대료 부담을 덜어내는 동시에, 향후 리모델링이나 재개발 등 부동산 활용 측면에서도 자율성을 확보하게 됐기 때문이다. 맨해튼 미드타운 매디슨 애비뉴 455번지에 위치한 이 호텔은 유서 깊은 '빌라드 하우스(Villard Houses)’와 현대적인 타워가 어우러진 최고급 호텔로, 유엔 총회 때마다 세계 각국 정상들이 투숙하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성추문 배상금의 늪…교구의 '눈물의 세일'
반면, 매도자인 뉴욕 대교구 입장에서 이번 매각은 불가피한 '고육지책'이다. 티모시 돌란(Timothy Dolan) 추기경은 이번 주 신자들에게 "성추문 합의와 관련된 재정적 구멍을 메우기 위해 부동산 자산 매각을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뉴욕 대교구는 수년간 이어진 성직자 성추행 파문으로 인해 천문학적인 배상금 지급 압박을 받아왔다. 특히 2019년 뉴욕주가 '아동 성범죄 피해자 법(Child Victims Act)'을 발효하면서 공소시효가 만료된 과거의 피해 사례들에 대해서도 소송이 가능해지자, 배상 청구가 쇄도했다.
이번 롯데 뉴욕 팰리스 토지 매각 대금 4억9000만 달러(약 7200억 원)의 사용처도 이미 정해져 있다. 대교구 측에 따르면, 약 2억 달러(약 2900억 원)는 2016년 시작된 '독립 화해 및 보상 프로그램(IRCP)'의 다음 배상금 지급에 사용될 예정이다. 나머지 2억9000만 달러(약 4200억 원)는 앞서 진행된 IRCP 합의와 아동 성범죄 피해자 법에 따른 청구 건을 해결하기 위해 대교구가 빌린 대출금을 갚는 데 쓰인다. 대교구 대변인은 이번 거래가 "중재인의 도움을 받아 진행 중인 광범위한 포괄적 합의 노력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본부 건물부터 공중권까지…이어지는 자산 매각
뉴욕 대교구의 부동산 매각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배상금 마련을 위해 알짜 자산들을 잇달아 처분하고 있다.
지난 7월, 대교구는 오랫동안 본부로 사용해 온 맨해튼 1번가 1011번지 건물을 부동산 투자사 반바튼 그룹(Vanbarton Group)에 1억300만 달러(약 1500억 원)에 매각했다. 반바튼 그룹은 이 오피스 타워를 주거용으로 전환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올해 초에는 첼시 지역의 웨스트 25번가에 위치한 건물 3채를 4800만 달러(약 700억 원)에 매각했으며, 2024년에는 이스트 빌리지의 공터를 최대 6800만 달러(약 1000억 원)에 처분하기도 했다. 심지어 2023년 말에는 맨해튼의 상징인 성 패트릭 대성당(St. Patrick’s Cathedral)의 공중권(Air rights) 약 52만5000제곱피트를 억만장자 켄 그리핀과 보나도 리얼티 트러스트 등에 매각해 최대 1억6400만 달러(약 2420억 원)를 확보하는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대교구 대변인은 "본부 건물 매각 대금 역시 자산 포트폴리오를 정리해 배상 의무를 다하기 위한 자금으로 쓰일 수 있다"고 밝혔다.
이번 롯데 뉴욕 팰리스 호텔 토지 매각 거래는 뉴욕주 대법원의 최종 승인을 남겨두고 있다. 종교계의 도덕적 해이가 초래한 막대한 비용을 감당하기 위해 교회의 역사적 자산들이 시장에 매물로 나오는 현실은, 종교 기관이 짊어진 사회적 책임의 무게를 다시금 상기시키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