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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미국 조선 부활 계획' 성패, 한화에 달렸다…50억 달러 투자로 중국 견제

세계 시장 75% 중국 독주 속 LNG선·군함·쇄빙선 건조 추진
필라델피아 조선소 인력 1700명→1만명…한국서 기술 교육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에 위치한 최첨단 시설인 필라델피아 조선소에 건조 중인 대형 선박이 정박해 있다. 사진=한화이미지 확대보기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에 위치한 최첨단 시설인 필라델피아 조선소에 건조 중인 대형 선박이 정박해 있다. 사진=한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추진하는 조선업 부활 계획의 성패가 한화그룹에 달렸다는 분석이 나왔다. CNBC14(현지시각) 보도를 통해 미국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처음으로 조선업 재건에 나섰지만, 외국 자본과 기술 없이는 실현이 불가능하다고 전했다.
보도를 보면 중국은 현재 세계 조선 시장의 53%를 차지하고 있으며, 2025년 신규 선박 주문의 75%가 중국으로 몰렸다. 반면 미국의 점유율은 0.2%에 그쳤다. 미국의 현역 조선소는 8곳에 불과한 반면, 중국은 300곳 이상을 운영하고 있다.

제네타의 피터 샌드 선박 분석 책임자는 "미국 조선업은 지난 110년간 두 차례 호황을 누렸다""첫 번째는 제1차 세계대전, 두 번째는 제2차 세계대전 때였다"고 말했다.

중국 생산 능력 232배 격차…1980년대 이후 급락


로이즈 리스트 인텔리전스 자료에 따르면 미국 조선업의 연간 생산량은 1975년부터 1980년 사이 재화중량톤수 기준 약 150만 톤으로 정점을 찍었다. 하지만 1980년대 초반 이후 급격히 하락해 1980년대 중반부터는 대부분 25만 톤 이하를 유지했으며, 2020년대 들어서는 역대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중국은 2008년 일본을 제치고 조선 생산량에서 1위에 올랐으며, 2010년에는 한국을 앞질러 생산능력과 신규 주문 모두에서 세계 최대 조선국이 됐다. 제네타 자료를 보면 중국의 세계 조선 시장 점유율은 1990년대까지 거의 0%였으나 2000년대 급격히 상승해 2010년경 40%를 돌파했고, 2020년대에는 50%를 넘어섰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4월 행정명령을 통해 조선업 강화에 나섰다. 미국 무역대표부는 바이든 전 행정부 때 시작한 중국 조선업 조사에서 중국 정부가 막대한 보조금을 지급하며 조선업을 전략 산업으로 지정했다고 밝혔다. 미국은 중국에서 건조한 선박이 미국 항구에 입항할 때 수수료를 부과하기 시작했고, 중국이 보복 조치로 맞서자 지난달 1년간 유예하기로 합의했다.

한화, 필라델피아 조선소에 50억 달러 투자


세계 3위 조선사인 한화그룹의 3개 조선 계열사가 미국 조선업 재건의 핵심 역할을 맡았다. 지난 7월 한국과 미국은 무역 협상에서 3500억 달러(517조 원) 규모의 투자 합의안을 발표했으며, 이 가운데 1500억 달러(221조 원)가 해양 투자에 배정됐다. 전체 무역 합의는 지난달 최종 확정됐으며, 미국의 한국산 자동차 관세는 25%에서 15%로 낮아졌다.
한화는 2024년 노르웨이 산업투자그룹 아케르로부터 필라델피아 조선소를 1억 달러(1470억 원)에 인수했다. 이 조선소는 한화 필라델피아 조선소로 이름을 바꿨으며, 지난 8월 한화그룹은 1500억 달러 투자의 일환으로 이 조선소에 50억 달러(73800억 원)를 투자해 연간 선박 건조 능력을 현재 1~1.5척에서 최종 20척으로 끌어올리기로 했다.

한화 필라델피아 조선소는 7월 한화오션의 한국 거제 조선소와 공동 건조 방식으로 미국산 수출용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을 처음 수주했다. 이는 거의 50년 만에 처음이다. 8월에는 두 번째 LNG선 주문을 받았으며, 인도는 2028년께 이뤄질 전망이다. 한화오션은 연간 50~60척을 건조한다.

데이비드 김 한화 필라델피아 조선소 최고경영자는 "업계가 직면한 가장 큰 과제 가운데 하나가 인력"이라며 "인력 교육에서 가장 큰 걸림돌은 미국인 강사 부족"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한화는 필라델피아 인력을 한국 조선소로 보내 순환 교육을 실시할 것"이라며 "이것이 우리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강조했다.

한화 필라델피아 조선소는 현재 1700명을 고용하고 있다. 김 최고경영자는 "연간 20척을 인도하려는 목표를 고려하면 앞으로 직원 수가 1만 명을 넘어설 것"이라고 밝혔다.
한화해운은 한화 필라델피아 조선소에 석유와 화학물질 운반에 쓰이는 중형 유조선 10척도 주문했다. 이는 20년 넘게 미국에서 나온 최대 규모 상업용 선박 주문이다. 첫 선박은 2029년 진수될 예정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아시아 순방 때 한화가 필라델피아 조선소에서 첫 원자력 잠수함을 건조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한화는 한국에서 대형 군용 잠수함을 만들고 있다. 한화그룹 알렉스 웡 글로벌 전략 책임자는 "미국은 자국 안보와 회복력을 위해 자체적으로 선박과 잠수함을 만들 능력이 필요하다""전쟁 때를 대비해 군함을 재생산할 능력이 있어야 전쟁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탈리아·핀란드도 참여…쇄빙선 61억 달러 계약


한국 외에 이탈리아와 핀란드 기업들도 미국 조선업 확대에 참여하고 있다. 이탈리아 총리 조르자 멜로니는 지난 4월 트럼프 대통령과 회담을 갖고 미국 조선업 지원 약속을 재확인했다.

이탈리아의 핵심 기업은 1942년 위스콘신주에서 해군 함정 건조를 위해 설립된 뒤 이탈리아 기업에 인수된 핀칸티에리 마리네트 마린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첫 임기 때 이 회사의 위스콘신 조선소를 방문했다. 미 해군은 최근 위스콘신에서 건조될 예정이던 호위함 4척 발주를 취소했다. 6척 건조 계획이 2척으로 줄면서 이 회사는 최근 직원 93명을 해고했다.

조지 무타피스 핀칸티에리 마린 그룹 최고경영자는 "3개 조선소에서 거의 3000명 직원 모두가 선박 건조 작업에 참여한다""40개 주에 약 800곳 공급업체가 있고, 이 가운데 300곳이 위스콘신과 미시간에 있다"고 말했다.

미국은 쇄빙선 건조에서도 뒤처져 있다. 미 해안경비대는 쇄빙선 3척을 보유하고 있다. 러시아는 2022년 기준 쇄빙선과 쇄빙 능력을 갖춘 순찰선 57척으로 세계 최대 극지 함대를 운영하고 있다. 중국은 쇄빙선 5척을 보유했다.

미국 쇄빙선 가운데 폴라 스타는 중()쇄빙선으로 남극에 배치돼 있다. 이 선박은 선령이 49년이다. 북극 항로에 투입되는 중쇄빙선 힐리는 25, 스토리스는 2012년 건조돼 2024년 해안경비대가 인수했다.

미국의 북극 진출은 국방 문제와 관련이 있다. 러시아 북극 연안을 따라가는 북해 항로와 캐나다 북극 군도를 가로지르는 북서 항로는 북미와 유럽 사이 항해 시간을 수주 단축한다. 극지 항로를 이용하지 않으면 선박들은 북미 대륙을 우회해 파나마 운하나 수에즈 운하를 통과해야 한다.

미국은 쇄빙선 격차를 메우기 위해 쇄빙선 제조와 설계 분야 선도국으로 알려진 핀란드로 눈을 돌렸다. 지난 109일 미국과 핀란드는 백악관에서 쇄빙선 건조에 관한 양해각서를 맺었다. 61억 달러(9조 원) 규모 합의에 따라 미 해안경비대는 새 쇄빙선 11척을 확보하게 된다. 캐나다 기업 데이비 디펜스 소유인 핀란드 헬싱키 조선소와 라우마 마린 건설이 북극 안보 경비정 4척을 건조하고, 미국 조선소들이 추가로 7척을 만든다. 첫 쇄빙선은 2028년 인도될 예정이다.

지난달에는 미국·캐나다·핀란드가 공동 성명을 통해 20247월 바이든 전 대통령과 캐나다 총리 저스틴 트뤼도, 핀란드 대통령 알렉산데르 스투브가 워싱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서 처음 발표한 쇄빙선 협력 계획을 진전시키겠다고 밝혔다.

샌드 책임자는 "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 만드는 것은 쉽지 않은 과제"라며 "외국 전문 기술을 들여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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