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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中, 美 관세 피해 동남아 우회 수출 급증…“日 브랜드 밀려나”

지난해 10월 17일(현지시각) 중국 장쑤성 롄윈강항의 컨테이너 야적장에 컨테이너들이 쌓여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지난해 10월 17일(현지시각) 중국 장쑤성 롄윈강항의 컨테이너 야적장에 컨테이너들이 쌓여 있다. 사진=로이터

미국의 고율 관세를 피하려는 중국의 전략이 동남아시아로 향하고 있다.

특히 전기차를 포함한 소비재 중심으로 중국산 수출이 빠르게 늘면서 일본 브랜드의 입지가 약해지고 중국이 새로운 소비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인도네시아·싱가포르·태국·필리핀·베트남·말레이시아 등 동남아 6개국에 대한 중국의 수출이 올해 1~9월 4070억 달러(약 600조3250억 원)로 전년 동기의 3300억 달러(약 486조9150억 원)보다 23.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7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이 같은 증가는 최근 4년간 연평균 증가율인 13%의 약 두 배에 달하는 수치다.

◇ “美 관세 우회 목적”…부품·중간재까지 급증


중국은 오랫동안 동남아 시장에 저가 제품을 대거 수출하며 현지 제조업을 위협해왔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그러나 최근 수출이 급증한 것은, 미국이 중국산 제품에 평균 47%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자 이를 피하기 위해 중국이 동남아 국가를 경유해 우회 수출에 나선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반면 동남아에서 부과하는 평균 관세율은 19% 수준에 그친다.

호주 로위연구소의 롤런드 라자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올해 나타난 중국산 수출 급증은 미국 관세를 피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보인다”며 “9월에는 전년 대비 수출이 최대 30%까지 늘었다”고 분석했다. 그는 “중국산 수출의 약 60%는 동남아에서 가공된 뒤 제3국으로 재수출되는 부품 형태”라며 이같이 밝혔다.

미국 정부는 중국산 제품을 동남아에서 ‘원산지 세탁’해 수출하는 행위에 대해 ‘원산지 우회 수출’로 판단하고 최대 40%의 추가 관세를 경고하고 있으나 실제 단속은 미비한 실정이다.

◇ 자동차 시장 판도도 변화…日 브랜드 흔들, 中 전기차 부상


중국의 수출 증가세는 전기차 시장에서도 뚜렷하다. FT는 “동남아 운전자들이 토요타·혼다·닛산 등 일본차에서 중국 전기차로 빠르게 옮겨가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글로벌 회계법인 PwC에 따르면 2025년 상반기 동남아 6개국의 자동차 시장에서 일본차 점유율은 62%로 떨어졌다. 2010년대 평균 점유율은 77%였다.

반면 중국차 점유율은 과거 ‘미미한 수준’에서 5% 이상으로 급증했다. 특히 중국 최대 전기차 브랜드인 비야디는 유럽·브라질·멕시코 등과 함께 동남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 중이다.

중국은 자동차뿐 아니라 냉장고·세탁기·소형 가전 등 소비재 전반에서 동남아 점유율을 높이며 공급 과잉을 해소하고 있다. 말레이시아의 정책연구기관에서 활동했던 경제학자 도리스 리우는 “중국의 공급 과잉은 필연적으로 인근 시장으로 퍼질 수밖에 없다”며 “물류·시장 규모·지리적 인접성 등을 고려하면 동남아는 자연스러운 확산 대상”이라고 말했다.

◇ 현지 대응은 미온적…“업그레이드 없인 도태”


일부 동남아 국가는 중국산 저가 공산품으로 자국 생산자들이 타격을 입자 수입 규제나 보호관세를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리우는 “이 같은 조치는 일시적이며 근본 대책은 될 수 없다”며 “궁극적으로 동남아 제조업체가 기술·생산성을 높여 경쟁력을 키우지 않으면 밀려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FT는 “중국의 산업 생태계는 훨씬 더 빠르고 효율적으로 진화하고 있다”며 “동남아는 산업 고도화를 추진하지 않으면 시장 장악력이 점차 약화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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