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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 디코드] "반도체 좀 다오" "돈 더 내라"…삼성, 초유의 '집안 싸움' 설

완제품 부문 1년치 요청에 DS "불가"…분기별 배정·인상 요구
사측 "사실무근" 진화 속 'AI발 공급 대란' 현실화 우려
최근 외신을 통해 삼성전자 완제품 부문과 반도체 사업부(DS) 간 메모리 반도체 공급 가격을 둘러싼 갈등설이 제기됐다. 사측은 사실무근이라며 부인했으나, AI 산업 급성장으로 인한 고성능 메모리 품귀와 가격 폭등 현상이 내부 거래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사진=오픈AI의 챗GPT-5.1이 생성한 이미지이미지 확대보기
최근 외신을 통해 삼성전자 완제품 부문과 반도체 사업부(DS) 간 메모리 반도체 공급 가격을 둘러싼 갈등설이 제기됐다. 사측은 "사실무근"이라며 부인했으나, AI 산업 급성장으로 인한 고성능 메모리 품귀와 가격 폭등 현상이 내부 거래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사진=오픈AI의 챗GPT-5.1이 생성한 이미지

세계 최대 기술 기업인 삼성전자 내부에서 전례를 찾기 힘든 기류가 감지됐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삼성전자의 완제품 생산 부문이 자회사 격인 삼성 반도체 사업부(DS)로부터 신규 램(RAM) 공급을 거절당했다는 충격적인 내용이다. 이는 인공지능(AI) 산업의 폭발적인 성장으로 인한 'AI 버블'이 정점에 달하면서, 기술 부품 가격이 일반 소비자가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치솟고 있는 현 상황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사례로 지목된다. 비록 삼성 측은 즉각 "사실무근"이라며 진화에 나섰지만, 이번 해프닝은 AI 인프라 구축 열풍 속에서 메모리 반도체 시장이 겪고 있는 공급 불균형과 가격 왜곡 현상을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1년치 물량 '퇴짜'…콧대 높아진 DS


미국 IT 전문 매체 테크스팟(TechSpot)은 5일(현지 시각) 한국 소식통을 인용해 삼성전자 내부의 자회사들이 신규 메모리 칩 공급 가격을 놓고 갈등을 빚고 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삼성전자 완제품 부문은 2026년으로 예정된 스마트폰, 태블릿, 컴퓨터 등 다양한 신제품 라인업의 생산 일정을 맞추기 위해 안정적인 메모리 칩 확보가 필수적인 상황이었다. 통상적으로 같은 기업 울타리 안에 있는 삼성 반도체 사업부로부터 부품을 조달하는 것은 가장 우선적이고도 수월한 절차로 여겨져 왔다.

그러나 소식통들은 양측의 협력 과정이 더 이상 과거처럼 단순하지 않다고 전했다. 삼성전자 완제품 부문은 안정적인 생산을 위해 1년 치 분량의 RAM 공급을 일괄 요청했으나, 반도체 사업부는 이를 단칼에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신 반도체 사업부는 분기별 배정(quarterly allocation) 방식을 역제안하며 협상 우위를 점하려 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내부 갈등의 핵심 원인은 '가격'에 있었다. AI 데이터센터 구축 등 폭증하는 수요로 인해 메모리 반도체의 몸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내부 계열사라 할지라도 시장 가격에 준하는 높은 비용을 지불하지 않으면 물량을 내줄 수 없다는 논리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외신은 양측이 결국 높은 가격을 적용한 단기 공급 계약에 합의했다고 전했다. 같은 회사 내부에서조차 부품 가격 할인을 거부하고 공급 물량을 통제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로, 현재 메모리 시장이 얼마나 극심한 공급자 우위 시장으로 재편되었는지를 시사한다.

"사실무근"이라지만…'DDR5 품귀'는 현실


삼성전자 측은 이러한 보도가 나오자 즉각 공식 입장을 통해 진화에 나섰다. 삼성 대변인은 "삼성 DS(반도체) 부문이 특정 고객의 요청을 거절했다는 최근의 보도는 근거가 없으며 사실이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또한 "삼성은 업계의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글로벌 고객들과 긴밀히 소통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내부 갈등설은 뜬소문으로 치부할 수 있겠으나, 외신은 이러한 소문이 발생한 배경 자체에 주목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현재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시장은 '전례 없는 수요'와 '공급 부족'이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빅테크(Big Tech) 기업들과 AI 관련 기업들이 거대 데이터센터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해 경쟁적으로 나서면서 삼성전자를 비롯한 한국의 메모리 제조사들은 유례없는 호황이자 압박을 동시에 받고 있다. 이에 따라 메모리 제조사들은 수익성이 낮은 일반 소비자용 시장을 사실상 포기하고, 고대역폭메모리(HBM)와 같은 고마진 첨단 메모리 제품 생산으로 주력을 대거 이동시키는 추세다.

이러한 전략적 변화는 필연적으로 일반 소비자용 D램(DRAM)과 낸드플래시의 가격 폭등을 불러왔다. 테크스팟은 현재 일부 고성능 DDR5 메모리 키트의 가격이 소니의 게임 콘솔인 '플레이스테이션 5(PlayStation 5)' 가격을 넘어설 정도로 급등했다고 지적했다. AI 열풍이 불러온 나비효과가 일반 PC 사용자와 소비자 가전 시장에 직접적인 타격을 입히고 있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향후 몇 년간 이러한 공급 부족과 가격 상승세가 더욱 악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삼성 내부 갈등설의 진위와 관계없이, AI 버블이 초래한 반도체 공급망의 혼란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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