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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전력난, 원전이 답이다”… 美 SMR 데이터센터·국제 규제 표준 ‘동시 출격’

美 딥 아토믹, 아이다호 국립연구소에 ‘SMR+데이터센터’ 통합 모델 제안
IAEA, 폴란드서 SMR 규제 인력 양성 돌입… “2026년 정규 과정 확대”
“韓, 원전 건설 넘어 ‘냉각·전력 AI 솔루션’ 패키지 수출 서둘러야”
MK60 SMR. 사진=딥 아토믹이미지 확대보기
MK60 SMR. 사진=딥 아토믹
미국이 소형모듈원전(SMR)을 활용해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의 고질적 문제인 전력 소비와 냉각을 동시에 해결하는 실증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같은 시기 국제원자력기구(IAEA)SMR 상용화의 최대 관건인 규제 장벽을 허물기 위해 국제표준 인력 양성을 시작했다. 하드웨어(원전 건설)와 소프트웨어(규제 표준) 양쪽에서 ‘SMR 골드러시가 본격화했다는 분석이다.

딥 아토믹, 전력과 냉각 동시 잡는 데이터센터 전용 SMR’ 승부수


미국 SMR 개발사 딥 아토믹(Deep Atomic)은 지난 2일 미 에너지부(DOE) 산하 아이다호 국립연구소(INL) 부지에 SMR 기반 AI 데이터센터 캠퍼스를 건설하는 제안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이는 미국 최초의 원자력-AI 완전 통합형 캠퍼스구축 시도로, 단순한 전력 공급을 넘어 데이터센터 운영의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새로운 모델로 평가받는다.

딥 아토믹이 제안한 핵심 기술은 경수형 SMR‘MK60’이다. 이 원자로는 60메가와트(MW)의 전력을 생산함과 동시에 60MW 용량의 냉각 기능까지 제공하도록 설계됐다. 윌리엄 테론 딥 아토믹 최고경영자(CEO)“MK60은 기존 발전소를 개조한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AI와 고성능 컴퓨팅(HPC) 부하를 감당하도록 설계한 이중 출력’ SMR”이라며 청정 전기와 냉각 기능을 결합해 데이터센터 효율성과 회복력을 한 차원 높였다고 설명했다.

이번 프로젝트에는 파커 타이드(Parker Tide LLC), 클레이코(Clayco) 등 건설·에너지 기업 컨소시엄이 참여한다. 이들은 초기 24~36개월 내에 데이터센터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SMR이 완공되기 전까지는 전력망과 지열, 태양광 등을 활용해 데이터센터를 먼저 운영하고, 이후 MK60 원자로가 인증과 제작을 마치면 즉시 투입하는 단계적 방식을 택했다.

셰인 토드 파커 타이드 수석 프로그램 디렉터는 미국이 안정적이고 확장 가능한 전력을 확보하지 못하면 전략적 AI 야망을 달성할 수 없다이번 프로젝트는 첨단 원자력 에너지와 초대형 AI 인프라를 통합하는 결정적인 모델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제안이 승인될 경우 연방 정부 기관이나 클라우드 사업자들에게 복제 가능한 국가 표준 모델이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IAEA, 폴란드서 ‘SMR 규제 파일럿 스쿨가동… 규제가 상용화 속도 좌우


기술 개발 속도에 맞춰 규제 환경을 정비하려는 국제적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IAEA는 같은 날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SMR 규제 인력을 양성하기 위한 파일럿 스쿨을 공식 출범했다.

이번 프로그램에는 17개국 규제 당국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SMR은 기존 대형 원전과 달리 크기가 작고 모듈 형태로 제작돼 공장에서 조립하는 방식이므로, 기존 규제 틀로는 안전성과 인허가를 평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안나 브래드포드 IAEA 핵시설 안전국장은 규제 당국자에게 올바른 지식과 도구를 제공하는 것은 SMR의 안전하고 효율적인 배치를 위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이번 교육에서는 미국, 프랑스, 캐나다 등 원전 선진국 전문가들이 자국의 인허가 경험을 공유했다. 특히 폴란드는 현재 가동 중인 원전이 없지만, 향후 SMR 도입을 위해 규제 인프라를 선제적으로 구축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안제이 글로바츠키 폴란드 국가원자력기구(PAA) 회장은 규제 개발은 학술적인 작업이 아니라 당장 필요한 실무라며 첫 원전 도입을 앞둔 폴란드에 이번 교육은 큰 의미가 있다고 언급했다. IAEA는 이번 시범 운영을 바탕으로 2026년부터 단계별 정규 교육 과정을 확대해, SMR 기술 도입 속도를 좌우할 규제 역량을 전 세계적으로 상향 평준화한다는 계획이다.

韓 원전 생태계, ‘단순 시공넘어 ‘AI 토털 솔루션으로 진화해야


데이터센터다이내믹스와 인바이런먼트 에너지 리더가 2(현지시각) 보도한 미국의 민간 주도 실증 프로젝트와 IAEA의 규제 표준화 움직임은 한국 원전 산업계에 큰 착안점을 제공한다. SMR 시장의 중심축이 원자로 기기 판매에서 데이터센터 맞춤형 솔루션 제공으로 빠르게 옮겨가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한국도 이 흐름을 놓치지 말고 발 빠르게 대응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첫째, ‘데이터센터 맞춤형 SMR’ 개발이 시급하다. 국내에서도 ‘i-SMR(혁신형 소형모듈원자로)’ 개발이 진행 중이지만, 딥 아토믹의 사례처럼 전력+냉각을 패키지로 묶어 AI 기업의 페인 포인트(Pain Point)를 해결하는 비즈니스 모델은 아직 부족하다. 에너지 전문가는 “AI 데이터센터는 막대한 열을 내뿜기 때문에 냉각 비용이 전체 운영비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전력 공급뿐만 아니라 냉각수나 열 관리 솔루션까지 통합 제공하는 모델이 시장의 선택을 받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둘째, 민간 주도의 실증단지 구축이다. 미국은 벤처기업(딥 아토믹)이 국립연구소(INL) 부지를 활용해 과감한 실증에 나섰다. 반면 한국은 아직 정부 주도의 R&D 성격이 강하다. 네이버, 카카오 등 국내 IT 기업의 데이터센터 수요와 SMR 기술을 연계하는 한국형 AI-원자력 클러스터조성을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셋째, 규제 선진화다. IAEA가 규제 학교를 연 것은 기술보다 인허가가 늦어지는 병목 현상을 막기 위함이다. 국내 원자력안전위원회 등 규제기관도 국제표준에 발맞춰 SMR 특성에 맞는 유연하고 신속한 인허가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국내 원자력핵공학 전문가들은 “SMR 승패는 누가 더 빨리 짓느냐가 아니라, 누가 더 빨리 규제를 통과해 AI 기업에 전력을 공급하느냐에 달렸다미국이 데이터센터와 SMR을 결합해 치고 나가는 지금, 한국도 단순 기기 수출을 넘어 에너지 솔루션 패키지수출로 전략을 수정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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