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론-로봇 통합 '피지컬 AI' 플랫폼 구축… 코오롱 참여로 제조 역량 확보
이미지 확대보기이 회사는 미국 방산 스타트업 안두릴(Anduril)이 개척한 비즈니스 모델을 따른다. 드론(UAV), 무인 지상 차량(UGV), 무인 해상 차량(USV)을 아우르는 차세대 자율 로봇을 개발하며 초기부터 상당한 B2G(기업-정부 간 거래) 계약을 확보해 시장의 주목을 받는다.
1200만 달러 투자 유치, AI 기반 로봇으로 국방 혁신
본 AI는 미국 팔로알토와 한국 서울에 기반을 둔 신생 기업으로, 올해 초 출범했다. 회사는 미국계 벤처캐피털(VC)인 서드 프라임(Third Prime)이 주도하고 코오롱 그룹이 전략적 투자자로 참여한 1200만 달러 규모의 시드 라운드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이 회사 창립자 DK 리(DK Lee)는 테크크런치와 대담에서 "첨단 소재 개발과 제조에 강점을 가진 코오롱이 AI, 로봇공학, 차세대 제조 분야에서 본 AI의 이상적인 전략적 파트너 역할을 한다"고 밝혔다.
본 AI는 국방 및 정부 고객을 상대로 차세대 자율 항공기(UAV), 지상(UGV), 해양(USV) 차량을 개발하며 B2G 계약에 집중하고 있다. 첫 단계는 물류 지원, 산불 탐지, 드론 방어 등 임무에 중점을 둔 공중 드론부터 시작했으며, 궁극적으로는 이 세 가지 자율 시스템 모두를 통합 운용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한국의 기존 방위 산업체들이 지난 2024년 말 기준으로 약 690억 달러(약 95조9000억 원)의 수주를 기록할 정도로 한국 방위 산업의 규모는 거대하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이런 거대한 산업 규모에 비해 기존 기업에 맞설 만한 국방 기술 스타트업의 등장은 매우 드문 상황이다. 본 AI는 이러한 시장의 초기 단계와 한국의 제조 역량 사이의 큰 격차를 파고들겠다는 전략이다.
인수합병 전략으로 매출 확보, 제조 공급망 구축
설립된 지 1년이 채 되지 않은 본 AI는 이미 첫 해에 수백만 달러 규모의 B2G 계약과 300만 달러(약 43억8000만 원)의 수익을 올리는 등 빠르게 성과를 낸다. DK 리 창립자는 이 같은 초기 실적의 비결로 출시 6개월 만에 한국의 드론 기업 D-Makers와 그 지적 재산권(IP)을 인수한 '구매 대 구축(Buy vs. Build) 전략'을 꼽았다.
원래 로봇용 AI 모델 개발에 주력했던 본 AI는 D-Makers 인수로 기존 AI 부서와 새로 인수한 회사를 통합하며 제품 성숙도와 상업적 성장을 가속한다. 나아가 이 회사는 한국 정부가 지원하는 무인 물류 시범 사업에서 자율 비행체(UAV)와 무인 지상 차량(UGV)을 활용한 시스템 구축 사업자로 선정되기도 했다.
DK 리 창립자는 본 AI를 단순히 방위 기술 기업이 아닌, '피지컬 AI' 기업으로 규정한다. 이는 첨단 AI 시뮬레이션, 자율 알고리즘, 특정 기기나 시스템에 내장되어 제어 기능을 수행하는 임베디드 엔지니어링 기술, 하드웨어 설계, 대규모 제조를 한 지붕 아래 묶는 산업 중추를 구축하겠다는 더 넓은 야망을 담고 있다. 그는 "본 AI 임무는 한국 내에서 물리적 AI 공급망을 구축하고 그 역량을 미국, 유럽, 또 다른 동맹국들로 확장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글로벌 방산 스타트업 모델에 한국도 가세
본 AI의 등장은 국방 분야에서 AI와 로봇공학을 결합한 스타트업의 성공 사례가 세계적으로 확산하는 흐름과 궤를 같이한다. 미국에서는 방산 스타트업 안두릴이 300억 달러(약 43조8600억 원) 이상의 가치평가로 널리 알려졌으며, 유럽에서는 헬싱(Helsing)이 약 130억 달러(약 19조 원)를 모금한 바 있다. 이스라엘 같은 작은 시장에서도 켈라 테크놀로지스(Kela Technologies)와 같은 기업들이 인지도를 얻었다.
서드 프라임의 제너럴 파트너인 마이클 킴(Michael Kim)은 본 AI의 기회와 가능성에 대해서 "세계 경제가 미국 중심에서 벗어나 자국 산업을 육성하는 재산업화에 집중하는 시기"라며, "본 AI는 한 국가가 자체적으로 AI 기술을 확보하는 주권 AI와 공급망이 분산되는 다극화의 흐름이 만나는 중요한 지점에 있다"고 분석했다.
한국은 중공업, 조선업, 자동차, 반도체 등 여러 분야에서 고품질, 비용 경쟁력 있는 하드웨어 제조 역량을 보유한다. 마이클 킴은 "많은 틈새 하드웨어 업체들이 존재하지만, 미국 샌프란시스코 인근 실리콘밸리 지역의 벤처캐피털 투자를 받지 못했다"며, 본 AI가 이러한 자산을 인수하고 통합하는 '구매 대 구축 전략'을 통해 제품 성숙도와 상업적 성장을 가속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 같은 움직임은 한국이 AI, 로봇, 제조 역량을 연결하는 새로운 국방 기술 공급망을 구축할 잠재력이 있음을 보여준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