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미국용 2척 무상 제공" 요구...버지니아급 먼저 건조 후 한국형 설계 전환 검토
이미지 확대보기블룸버그통신이 14일(현지시각)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지난달 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이재명 대통령이 발표한 한국의 핵잠수함 건조 합의를 넘어 훨씬 광범위한 협력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블룸버그는 이 문제에 정통한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양국이 한국 주도로 양국 조선소에서 양국용 잠수함을 공동 생산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이번 협상은 초기 단계로, 어떤 잠수함을 건조할지, 어디서 건조할지, 어느 나라용을 먼저 건조할지 등 핵심 사항들이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한국 주도 양국 건조 방안 부상
당초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말 한국의 핵잠수함 건조를 승인하면서 "필라델피아에서 건조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실제 협상에서는 더 복잡한 구도로 전개되고 있다.
소식통들에 따르면, 협의 중인 시나리오는 한국이 주도해 한국과 미국 양국 조선소에서 양국용 잠수함을 건조하는 것이다. 이 계획에는 엄격히 통제되는 미국 버지니아급 잠수함 설계로 먼저 건조를 시작한 뒤, 이후 한국 독자 설계로 전환하는 방안이 포함됐다.
이번 협상은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적 요구에서 비롯됐다. 한국이 핵잠수함 건조 허가와 핵연료 공급 능력을 요청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비공개로 "한국이 미국용도 몇 척 건조해야 한다"고 제안했다고 복수의 소식통이 전했다. 미국은 잠수함 건조 속도를 높이려 애쓰고 있다.
14일 발표된 양국 공동 성명은 핵잠수함 건조에 대해 간략하게만 언급했다. 성명은 "미국은 한국의 핵추진 공격잠수함 건조를 승인했다. 미국은 연료 공급 등을 포함한 이 조선 프로젝트의 요건을 진전시키기 위해 한국과 긴밀히 협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필라델피아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한화, 필리조선소 현대화 박차
소식통들에 따르면, 한화는 10년 안에 잠수함 2~3척을 생산한다는 내부 목표를 세워뒀다. 여기에는 필라델피아에서의 생산도 포함될 가능성이 있다. 필리조선소의 알렉스 웡 최고전략책임자는 성명에서 "한화 필리조선소는 미국 해군 조선의 역사에서 중심 조선소였으며, 우리의 노력이 미국의 첨단 조선 미래로 가는 길을 열 것"이라고 밝혔다. 단, 이 성명은 한미 협상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잠수함 2척을 받아야 하며 무상으로 제공돼야 한다고 믿고 있다고 한 소식통이 전했다. 잠수함 1척당 가격이 수십억 달러에 달하는 점을 고려하면 매우 무리한 요구다. 실제로 미국 버지니아급 잠수함 최신 모델인 블록V는 척당 약 40억~51억 달러(약 5조 8300억~7조 43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14일 이재명 대통령실은 서면 브리핑에서 "한국이 미국 요구를 거부하고 있다거나 미국이 잠수함 2척을 무상 제공하라고 요구했다는 식의 보도는 협의 상황을 반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원자력 협정 개정 등 과제 산적
한국은 오랫동안 핵추진 잠수함을 원해왔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연료 공급을 요청했다. 한국은 저농축 우라늄(20% 미만 농축)을 원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한미 원자력협정을 개정하거나 군사용 연료 사용을 금지한 조항을 조정해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지난달 말 발표는 한국의 핵잠수함 보유 목표에 청신호를 보낸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한국은 국내에서 자체 기술로 건조하기를 원하고 있다. 미국 역시 함대 증강이 필요한 상황이다. 주력 공격잠수함인 버지니아급 건조는 비용 초과와 지연, 인력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백악관은 건조할 잠수함 등급을 명시하지 않았다. 이는 미국이 한국에 최소한 부분적으로라도 버지니아급 같은 미국 등급 잠수함을 건조하도록 압박할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다. 하지만 이는 더 작은 설계를 원하는 한국의 초기 희망과 배치된다.
공동 성명에서 "한국 내 미국 선박의 건조 가능성"을 언급한 것은 버지니아급 잠수함이 한국에서 부분 건조될 가능성을 시사했다. 다만 군함을 명시적으로 특정하지는 않았다.
해군 출신 한 군사 전문가는 "트럼프 대통령이 승인했다고 해도, 실제로 하룻밤 사이에 일어나는 일은 아니다"라며 "핵잠수함 건조는 10년이 걸리고 미국 내에는 비확산과 기밀 제한을 포함해 수많은 법과 정책 제약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퇴임하면, 미국 정부 기관들이 개입해 전체 계획을 막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이번 합의는 한국 상품에 대한 특정 관세율을 낮추는 대가로 조선 분야에 1500억 달러(약 218조 8500억 원)를 포함한 3500억 달러(약 510조 6500억 원)의 투자 기금을 조성하는 대타협의 일환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의 조선 전문성을 활용해 잠수함부터 일반 상선까지 미국 조선업을 부활시키려 하고 있다.
백악관 대변인 애나 켈리는 성명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의 역사적 투자를 확보해 조선 능력을 현대화하고 확장하는 것을 포함해 미국 해양 전력을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