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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노동시장 '해고 폭탄' 속에서도 실업률 4.36%대 안정

민간 고용 4만 2000개 일자리 추가, 20년 만의 최대 감원과 '상충'…시장 붕괴 조짐은 없어
미국 노동 시장이 해고 증가와 구인 활동 둔화라는 냉각 조짐을 보이면서도, 민간 부문 고용은 반등하고 실업률은 낮은 수준을 유지하는 복합적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미국 노동 시장이 해고 증가와 구인 활동 둔화라는 냉각 조짐을 보이면서도, 민간 부문 고용은 반등하고 실업률은 낮은 수준을 유지하는 복합적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사진=로이터
배런스는 10(현지시각) 보도에서 미국 노동 시장이 해고 증가와 구인 활동 둔화라는 냉각 조짐을 보이면서도, 민간 부문 고용은 반등하고 실업률은 낮은 수준을 유지하는 복합 상황이라고 전했다.
민간 데이터는 노동 시장 붕괴의 급격한 하락세는 나타나지 않았음을 시사한다. 이는 정부 폐쇄(셧다운)로 노동통계국(BLS) 공식 데이터 발표가 미뤄진 가운데 민간 지표가 노동 시장의 건전성을 가늠하는 중요한 근거가 되고 있음을 뜻한다.

구인난 해소 신호, 해고 20년 만의 최대 규모


미국 노동 시장이 눈에 띄게 냉각되고 있다는 증거는 주요 민간 지표에서 확인된다.

첫째, 해고 건수가 급증했다. 챌린저, 그레이 & 크리스마스가 지난주 발표한 자료를 보면, 지난달 감원 규모는 153074건으로, 전달 54064건보다 크게 늘었다. 이는 20여 년 만의 10월 기준 최대 규모이다. 해고 관련 지표를 추적하는 매크로엣지, 레벨리오 랩스, 챌린저 등의 자료는 2023년 말부터 지난 10월까지 해고가 전반적으로 늘어나는 추세임을 나타낸다.

특히 챌린저의 감원은 창고, 소매, 정부 부문에 집중되어 있어 광범위한 산업에서 인력이 감축되고 있는 상황은 아니라고 보인다. 그러나 뱅가드의 수석 경제학자인 아담 쉬클링은 투자자들이 챌린저가 최근 발표한 인력 감축을 과거 추세와 비교하는 데 신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챌린저가 쓰는 웹 스크래핑 도구가 과거 금융 위기나 코로나19 사태 이전보다 더 많은 해고와 인력 감축을 포착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쉬클링은 "평소에도 힘든 노동 시장에서 달마다 약 120만 건의 해고가 발생하는 것도 중요하며, 이는 모두 정상적인 노동 시장 변동의 일부"라고 말했다.

둘째, 구인 활동이 둔화했다. 인디드(Indeed)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달 구인 공고 건수는 2021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구인 공고 지수는 지난 10월에 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된 20202월보다 겨우 1.7% 웃도는 데 그쳤다. 인디드 이코노미스트들은 "구인 공고 수가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었다고 노동 시장이 급격히 나빠진 것은 아니지만, 2022년 팬데믹 이후 호황을 누렸던 때와는 분명히 다른 양상"이라고 분석했다.

정부 데이터 공백이 키운 민간 지표 중요도


이번 고용 동향 분석에서 민간 부문의 자료가 주목받는 배경에는 정부 폐쇄가 있다.
지난달 1일부터 시작된 정부 폐쇄(셧다운)로 미국 노동통계국(BLS)9월과 10월의 월별 급여 변동, 실업률, 임금 상승률 등 핵심 고용 시장 동향 데이터를 발표하지 못했다. 이 때문에 경제 전문가들은 ADP, 레벨리오 랩스, 인디드 등 민간 부문 공급업체에서 제공하는 자료에 더욱 집중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지난 10월 노동 시장의 건전성을 가늠하기 어렵게 한 또 하나의 요인은 정부효율부(DOGE)가 올해 초 시행한 감원 조치 때문이다. 조직 재편 과정에 포함되었던 직원들의 급여가 지난달 연방 정부 급여 집계에서 최종적으로 빠지면서, 비농업 부문 순고용이 평소 월간 평균보다 더 크게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고 관련 업계에서는 분석한다.

레벨리오(Revelio)는 지난달 미국 경제가 약 9000개의 일자리를 잃었다고 추산했다. 레벨리오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리사 사이먼은 "가장 큰 하락세는 정부 부문에서 비롯되었으나, 나머지 경제 부문도 그다지 밝아 보이지는 않는다"고 언급했다.

노동 시장 붕괴 아닌 '점진적 둔화'에 무게


전반적인 노동 시장의 분위기는 '냉각'으로 요약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것이 경기 침체를 알리는 '붕괴' 단계는 아니라는 데 무게를 싣는다.

클리블랜드 연방준비은행 총재 베스 해맥은 "우려되는 것은 경기 둔화가 나타날 때, 때로는 매우 빠르게 진행될 수 있다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그런 현상이 없었다", "현재 우리가 보고 있는 대부분의 데이터는 여전히 상당히 건전하고 균형 잡힌 모습을 보인다"고 말했다.

러셀의 베이첸 린은 "기업들이 결국 당초 발표했던 것보다 더 적은 인원을 해고하기로 결정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이 여러 분기 연속으로 강력한 수익 성장을 경험했다는 점을 언급하며, 건강한 기업의 기본 체력이 대량 해고 사태를 막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뱅크 오브 아메리카 연구소 수석 이코노미스트 데이비드 틴슬리는 "10월에는 노동 시장이 냉각되고 있지만, 붕괴되고 있는 것은 분명 아니다"라면서, "정말 놀랍게도, 우리 데이터에서는 10월과 9월 사이에 전년 대비 증가세가 전혀 둔화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러한 분석은 노동 시장이 '점진적인 정상화' 순서를 밟고 있으며, 일각의 우려와 달리 급격한 경기 후퇴로 이어질 충격은 아직 나타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공식적인 정부 자료가 발표되면 같은 이야기가 나오기를 시장은 기대하는 처지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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