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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 디코드] 소프트뱅크그룹, 'AI 올인' 질주…시장은 '환호', 전문가들은 '버블' 경고

20억弗 인텔 투자 "하자 있는 상품"…ARM 자체 칩도 "고객과 충돌"
과거 분산투자와 달리 AI 집중…"안건 하나만 실패해도 회사 기우뚱"
소프트뱅크그룹(SBG)의 거침없는 'AI 올인' 질주에 시장은 환호하지만, 전문가들은 20억 달러 인텔 투자와 AI 집중 포트폴리오를 두고 '고위험 도박'이라며 버블 붕괴를 경고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소프트뱅크그룹(SBG)의 거침없는 'AI 올인' 질주에 시장은 환호하지만, 전문가들은 20억 달러 인텔 투자와 AI 집중 포트폴리오를 두고 '고위험 도박'이라며 버블 붕괴를 경고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소프트뱅크그룹(SBG) 주식을 갖지 않으면 돈 버는 기회를 놓친다."

시장의 초조함이 빚어낸 '소외의 공포(FOMO)'가 매수세를 부추기며 SBG 주가를 밀어 올리고 있다. 올해 들어 SBG 주가는 연초 대비 약 2.5배 급등하며, 닛케이 평균 상승률(약 23%)을 크게 웃돌았다.

출자사 오픈AI의 평가액 확대 등에 힘입어, 시가총액은 토요타자동차에 이어 2위로 올라섰다. 이처럼 투자 열기가 단기 시세를 이끄는 동안, 정작 중요한 SBG의 핵심 사업 전략 분석은 뒷전으로 밀려났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시장 참여자들이 유행에 편승한 결과는 극심한 변동성으로 나타났다. 22일(현지시각) SBG 주가가 전일 대비 한때 10% 이상 급락한 것이 그 방증이라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이러한 단기 과열 경고에도 시장에서는 '지분 미보유 리스크'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다. 대형 증권사들이 SBG의 목표 주가를 연이어 상향 조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UBS증권은 지난 8일 SBG가 53억 달러를 투입해 스위스 ABB의 로봇 사업 인수를 발표하자 "손정의 씨의 꿈 실현에 또 한 걸음 나아갔다"는 제목의 보고서를 냈다. UBS는 "AI 로봇 사업의 매력은 비용이 많이 드는 '사람'을 대체할 가능성"이라며 투자 판단 최상위인 '매수'를 유지했다.

UBS의 야스이 켄지 애널리스트는 "과거 포트폴리오가 너무 다양해 알기 어려웠지만, '스타게이트 계획'과 오픈AI, ARM이라는 우량 자산이 전체를 견인하는 구도가 명확해졌다"고 평가했다. UBS는 지난달 목표주가를 1만7400엔에서 2만3500엔으로 올린 바 있다. 이외에도 노무라증권, 도카이도쿄 인텔리전스·랩이 목표 주가를 상향했으며, 미즈호증권은 7일 ARM 주가 상승을 반영해 목표주가를 1만3400엔에서 2만8000엔으로 대폭 변경했다.

미즈호증권은 "SBG의 주가 평가가 기존의 'NAV(순자산가치) 할인'에서 'NAV 프리미엄'으로의 전환이 가시권에 있다"며 "이를 황당무계한 낙관론으로 일축하는 것 자체가 위험하다"고 밝혔다. SBG의 NAV는 6월 말 기준 약 32조 엔으로, 주가 상승에도 "보유 자산 가치의 절반 이하"라는 손정의 회장의 발언 이후 주가가 상승해 NAV 수준에 근접하고 있다. 실제로 SBG 주식 편입 비율이 펀드 운용 성과를 좌우하고 있다. '노무라 재팬 오픈' 펀드는 SBG를 가장 많이 편입해 30%가 넘는 수익률로 1위를 차지했으나, SBG 비중이 낮은 경쟁 펀드들은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낙관론의 이면에서, 테크놀로지 업계에 정통한 전문가들은 SBG가 잇따라 내놓는 '빅 벳(Big Bet)'에 대한 신중론을 강하게 내놓고 있다.

'빅 벳' 된 인텔·ARM…"부실 인수" "신조 위반" 쓴소리

대표적인 사례가 올여름 SBG가 발표한 20억 달러(약 2조8000억 원) 규모의 미국 인텔 출자 건이다.

인텔 출신으로 현재 미국 조사회사 옴디아의 안조 켄이치로(安生健一郎) 컨설팅 디렉터는 "트럼프 행정부의 경제 안보 정책을 배경으로 미국 내 반도체 공장의 가치가 높아지고 있다"며 긍정적인 측면을 평가했다. 그는 SBG의 '스타게이트 계획'으로 건설될 데이터센터에 인텔 반도체가 활용될 가능성도 제기했다.

다만 안조 디렉터는 "반도체 역사를 돌이켜보면 한 번 탈락했던 기업이 부활한 사례는 거의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최근 거듭된 인력 감축으로 우수한 인재가 경쟁사로 유출되고 있어, (인텔의) 사업 재생은 역사적인 도전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반도체 업계 컨설팅 회사 그로스버그의 오야마 사토시 대표의 평가는 더욱 신랄하다. 그는 "높은 기술력을 가졌다고는 하지만, '하자 있는 상품'을 산 인상"이라며 "적자인 제조 부문을 분리하지 않고 회사 전체에 출자하는 것이라면 SBG가 짊어질 위험은 크다"고 직격했다.
특히 SBG의 핵심 자산인 ARM(암)과 인텔의 시너지 전략에도 의문부호가 찍혔다. 'ARM이 개발한 반도체를 인텔 공장에서 생산해 설비 가동률을 높인다'는 관측을 두고, 오야마 대표는 "애초에 공장을 갖지 않고 설계(라이선스 공여)에 특화하는 것이 ARM의 신조였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자체 칩 출시는 고객인 반도체 제조사들과 경쟁하게 되는 것인데, 과연 (고객들의) 납득을 얻을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수익 확대를 모색하는 ARM은 우선 TSMC에 생산을 위탁해 데이터센터용 자체 반도체를 연내 공급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오야마 대표는 "(ARM이) 큰 기로에 섰다"며 "경영진이 안정적 모델보다는 확장 지향적 도박으로 기울고 있다"고 비판했다. SBG 순자산의 절반 이상이 ARM 가치에 연동되어 있어, ARM의 실적 부진은 SBG의 순자산가치(NAV)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AI 버블 2026년 온다"…집중 포트폴리오 '양날의 검'


SBG의 질주를 위협하는 것은 개별 투자의 성패만이 아니다. AI 시장 확대에 대한 기대가 과도하게 부푼 'AI 버블' 붕괴 가능성도 잠재적 위험으로 거론된다.

해외 테크 사정에 정통한 벤처캐피털(VC) 리브라이트 파트너스의 에비하라 켄 대표는 "아마도 2026년쯤 버블 조정 국면이 오지 않을까"라고 예측했다. 최근 마이크로소프트(MS)가 전 세계 AI 데이터센터 건설 계획을 축소하고 있다는 보도 등이 그 조짐이다. 국제통화기금(IMF) 역시 이달 AI 버블 붕괴를 세계 경제의 위험 요인으로 공식 지목했다.

에비하라 대표는 현재 SBG의 포트폴리오가 과거와 질적으로 다르다고 경고했다. 그는 "과거 우버나 중국 베이커 자오팡처럼 국가와 업종을 불문하고 분산 투자하던 시절과 달리, 지금 SBG는 오픈AI나 엔비디아를 비롯해 AI·반도체 분야 기업의 주식을 대량 보유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때문에 "시장의 '썰물'이 닥쳤을 때, 적어도 일시적으로는 큰 손실을 볼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진단이다.

그는 "최근 잇따른 대형 투자 발표로 세간이 그 금액 규모에 무뎌지기 쉽지만, 하나의 안건 실패만으로도 회사가 기울어질 수 있다"며, "'크레이지(crazy, 터무니없는)'라고도 할 수 있는 수준의 위험을 짊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강하게 경종을 울렸다.

SBG의 현 전략을 두고 시장에서는 '세계 시장의 기술 패권 재편 속 선제적 승부수'라는 시각과, '수익성보다 정치·상징적 요소가 강한 고위험 투자'라는 시각이 맞서고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SBG 주식을 보유하지 않을 위험'이라는 시장의 논리보다, 정반대로 '보유하는 위험'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는 경고가 힘을 얻고 있다.

[소프트뱅크그룹 주요 AI·반도체 투자 현황]


▲24년 7월: 英 AI 반도체 '그래프코어' 인수 발표

▲25년 1월: 美 AI 인프라 '스타게이트 계획' 발표(총 5000억 달러)

▲3월: 美 반도체 설계 '암페어 컴퓨팅' 인수(65억 달러)

▲4월: 美 '오픈AI' 추가 출자(25년 말까지 최대 300억 달러)

▲8월: 美 '인텔' 출자(20억 달러)

▲10월: 스위스 'ABB' 로봇 사업 인수(53억 달러)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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