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조선부문 사장에 34년 복무 앤더슨·호주엔 BAE 전 CEO 허드슨 임명
연간 20조 원 규모 미 해군 MRO 시장 입지 확보…중국 제재 속 글로벌 방산 도약 나서
연간 20조 원 규모 미 해군 MRO 시장 입지 확보…중국 제재 속 글로벌 방산 도약 나서

최근 한화 보도자료 등에 따르면 한화디펜스USA는 미 해군에서 34년간 복무한 톰 앤더슨 전 소장을 미국 조선사업부 사장으로 임명했고, 호주 육군 예비역 장교 출신인 벤 허드슨을 한화디펜스오스트레일리아 대표이사로 영입했다. 이는 한화그룹 김동관 부회장의 현지 기반 마련을 위한 맞춤형 용인술로 보인다.
미 해군 조달 총괄 출신 앤더슨, 50억 달러 조선투자 진두지휘
한화오션은 지난해 12월 미국 필라델피아 필리십야드를 인수한 뒤 본격 미국 시장 공략에 나섰다. 앤더슨 신임 사장은 미 해군 함정사업본부(PEO Ships) 책임자와 해군해상시스템사령부(NAVSEA) 대행사령관을 지내며 연간 400억 달러(약 56조 8000억 원) 규모 함정건조 예산을 총괄한 인물이다. 그는 연안전투함(LCS) 프로그램 매니저, 아를리버크급 구축함(DDG 51) 업그레이드, 사전배치보급선 프로그램 등을 관리한 경력을 갖고 있다.
한화오션은 앤더슨의 미 해군 내 네트워크와 전문성을 바탕으로 함정 유지·보수·정비(MRO) 사업 확대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미 해군 군수지원함 '월리 쉬라', '유콘', '찰스 드류'함 등 3척 정비 계약을 잇따라 따내며 미 해군 신뢰를 확보했다. 업계는 한화오션이 올해 5~6척 추가 수주를 목표로 하고 있으며, 연간 20조 원 규모 미 해군 MRO 시장에서 입지를 넓혀가고 있다고 본다.
한화는 앞서 전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대리인 알렉스 웡을 글로벌 전략담당 최고책임자로 영입했다. 미 해군 출신인 로저 캠프와 마이클 컬터도 각각 한화디펜스USA 해군사업 개발 총괄이사와 글로벌디펜스 CEO로 활동하고 있다. 캠프는 미사일방어청(MDA)과 해군본부에서 근무한 뒤 레이시온에서 SM-3/SM-6 해상요격체계 개발에 참여했다. 컬터는 미 국방부 국제안보 담당 차관보 대행, 합참 전략기획 부차관보, 국무부 정치군사담당 부차관보를 지냈다.

호주선 BAE시스템즈 전 CEO 허드슨 영입…K9·레드백 현지화 가속
한화디펜스오스트레일리아는 올해 6월 벤 허드슨 전 BAE시스템즈 오스트레일리아 CEO를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허드슨은 호주 육군사관학교를 나온 뒤 독일 라인메탈, 미국 제너럴 다이내믹스 등 글로벌 방산기업에서 임원을 지내며 호주군 장비조달과 방산산업정책 전문가로 인정받는 인물이다.
허드슨 영입은 한화 호주 방산사업 확장에 결정타가 되고 있다. 한화는 호주 질롱시에 K9 자주포의 호주형인 'AS9 헌츠맨' 생산공장을 지었으며, 올해 10월 양산 1호기가 완성됐다. 또한 지난해 말 호주 차세대 보병전투차량 'Land 400 Phase 3' 사업에서 '레드백' 장갑차가 선정되면서 생산시설 증축에 들어갔다.
호주 정부는 한화 현지 생산기지 구축을 양국 방산협력 모범 사례로 본다. 버나드 필립 호주 국방부 국제정책국장은 최근 인터뷰에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호주 공장은 단순한 투자를 넘어 양국 간 전략 관계 증진의 상징"이라고 밝혔다.

캐나다 잠수함 60조원·호주 호위함 사업도 조준
한화오션은 예비역 장성 영입을 통한 네트워크 확보를 바탕으로 추가 대형 프로젝트 수주에도 나서고 있다. 캐나다 정부가 추진 중인 60조 원 규모 캐나다 초계 잠수함 프로젝트(CPSP)에서 한화오션은 HD현대중공업과 협력해 2035년까지 3000톤급 잠수함 4척을 먼저 공급하는 제안서를 냈다. 지난 11월 캐나다 해군총장이 한화오션 거제조선소를 찾아 KSS-III Batch-II 잠수함 기술력을 확인하기도 했다.
"정부 네트워크 확보 vs 안보 논란 위험 공존"
특히 미국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와 호주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FIRB)는 국가안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외국인 투자를 엄격히 심사한다. 방산·인프라·기술 분야는 더욱 까다롭다. 앤더슨 전 소장은 미 해군 조달 절차를 직접 설계하고 운영한 인물로, 한화의 미국 내 기술 인증과 승인 절차를 빠르게 이끌 수 있다. 허드슨 대표이사 역시 호주 정부 방산조달 전문가로 현지 업체와 정부 협력을 원활하게 추진할 수 있다. 군 출신 리더 영입은 군사 기밀 보호와 기술 통제라는 문화 장벽을 넘는 데 도움이 되며, '동맹국 내 국방산업 파트너'로 자리매김하는 데 이바지한다는 평가다.
하지만 부담 요인도 만만찮다. 미 의회는 예비역 장성들의 방산업계 진출이 '회전문' 현상을 심화시킨다며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2018~2023년 퇴역한 4성 장군·제독 32명 가운데 26명(81%)이 방산업계로 갔다. 미 국방부는 외국 기업이 미군 출신 인력을 적극 영입해 군사기밀에 다가가려 한다고 경고하고 있다.
실제 지정학 위험도 현실화됐다. 지난달 14일 중국 상무부는 한화오션의 미국 내 5개 자회사(한화쉬핑, 한화필리십야드, 한화오션USA인터내셔널, 한화쉬핑홀딩스, HS USA홀딩스)에 제재를 내렸다. 중국은 이들 자회사가 미국 정부의 중국 해운·조선산업 조사활동을 도왔다며, 중국 주권과 안보를 해쳤다고 주장했다. 제재 발표 뒤 한화오션 주가는 8% 넘게 떨어졌다. 증권가는 한화 미국 자회사들이 중국과 활발한 사업협력 관계가 없어 실질 타격은 제한적일 것으로 본다. 실제 주가는 곧 회복 추세를 보였다. 다만 미·중 전략경쟁 속에서 한화가 중국 경쟁국의 주요 장성들을 핵심 간부로 영입해 사업 범위를 확대해 나갈 경우 추가 제재 등 갈등의 희생양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한편 한화오션 관계자는 "미국과 호주에서 예비역 장성 영입은 현지 시장에서 신뢰 확보와 사업 기반 강화를 위한 장기 전략"이라며 "글로벌 방산시장에서 한화 기술력과 현지 전문가 네트워크를 합쳐 경쟁력을 끌어올릴 것"이라고 밝혔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