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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K-배터리, '현지화·기술'로 중국 LFP 독점 깬다

미국·유럽에 생산 거점…'탈중국' 공급망 구축 가속
에너지 밀도 높인 차세대 기술로 중국산 저가 공세 넘어선다
사진=오픈AI의 챗GPT-5가 생성한 이미지.이미지 확대보기
사진=오픈AI의 챗GPT-5가 생성한 이미지.

세계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 지각 변동이 일고 있다. 가격 경쟁력과 안전성을 앞세운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시장에서 절대 강자로 군림해온 중국의 독주에 한국 배터리 3사가 강력한 제동을 걸고 나섰다. 중국이 내건 '수출 통제'라는 빗장이 오히려 한국 기업에는 서방 시장을 공략할 새로운 기회의 문을 열어주고 있다고 디지타임스가 16일(현지시각) 보도했다. 미국과 유럽에 생산 거점을 확보하는 '현지화'와 중국의 저가 공세에서 벗어나는 '기술 초격차'라는 두 축을 바탕으로, 세계 LFP 배터리 공급망을 재편하려는 K-배터리의 전략이 본격화했다.

최근 포드, 제너럴 모터스(GM), 스텔란티스 같은 서구의 주요 자동차 제조사들은 보급형 전기차의 핵심으로 LFP 배터리를 주목하고 있다. 저렴한 가격과 높은 안전성 덕분에 LFP 배터리 수요는 크게 늘고 있지만, 공급망이 중국에 과도하게 집중된 현실이다. 현재 LFP 배터리는 물론 핵심 소재인 양극재 시장의 약 80%를 중국이 장악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 정부는 2025년 하반기부터 인산염 기반 배터리 소재 제조 기술에 대한 수출 통제를 강화하기로 했다. 자국 중심의 공급망 통제력을 더욱 공고히 하려는 조치다. 그러나 이는 미국과 유럽의 현지화 정책을 재촉하며, 중국 의존도에 불안감을 느끼던 한국 배터리 업계에는 결정적인 '서진(西進)'의 명분이 되고 있다.

'탈중국' 서두르는 K-배터리, 미국·유럽에 생산 거점 확보

한국 기업들의 첫 번째 전략은 서방 산업 정책에 발맞춘 '생산 현지화'다. 양극재 전문기업 엘앤에프는 최근 미국 신생기업 미트라켐에 145억 원(약 1000만 달러)을 투자해, 2027년까지 미국 안에서 LFP 양극재를 함께 생산한다는 계획을 확정했다. LG에너지솔루션과 GM의 합작법인인 얼티엄셀즈 역시 GM의 보급형 전기차 생산을 지원하고자 미국 테네시 공장의 생산 라인을 기존 니켈 기반 배터리에서 LFP로 전환하고 있다.

유럽 시장 공략도 속도를 내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르노의 전기차 자회사인 암페어와 대규모 LFP 배터리 공급 계약을 맺었다. 이 계약에 따라 LG에너지솔루션 폴란드 공장은 2025년 말부터 2030년까지 총 39기가와트시(GWh) 규모의 LFP 배터리를 공급한다. 이는 전기차 수십만 대에 탑재할 수 있는 막대한 물량이다.

저가 경쟁 탈피…'기술 초격차'로 부가가치 높인다


중국의 저가 공세에서 벗어나 부가가치를 높이는 '기술 차별화' 역시 K-배터리 전략의 핵심 축이다. 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 등 국내 대표 배터리 3사는 차세대 LFP 기술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자체 개발한 셀투팩(CTP) 기술을 파우치형 LFP 배터리에 적용했다. 이 기술은 중국 업체들이 주로 생산하는 각형 LFP 배터리보다 에너지 밀도를 5% 높여 주행거리를 늘리는 데 이바지한다.

SK온은 혹한의 기후에 특화한 '윈터 프로' LFP 셀을 공개해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이 배터리는 에너지 밀도를 높이면서도 저온 환경에서 충전 성능을 크게 개선해 북유럽이나 북미 시장에서 강력한 경쟁력을 가질 것으로 평가받는다. 삼성SDI는 상용차 시장을 겨냥한 'LFP+' 배터리를 전면에 내세웠다. 기존 LFP 배터리보다 에너지 밀도가 10% 더 높고, 열 안정성과 안전성까지 한층 강화한 제품이다.

디지타임스는 한국 기업들의 이러한 이원화 전략이 세계 배터리 경쟁의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시장 접근성을 확보하기 위한 현지 생산과 수익성을 높이기 위한 기술 차별화를 통해 중국의 수출 규제를 우회하고, 소모적인 가격 전쟁을 피하는 현명한 전략이라는 평가다. K-배터리는 중국의 독점 구도를 깨고 서방 세계의 전기차 전환 시대에 가장 믿을 만한 협력사로 자리 잡을 기반을 다지고 있다. 보급형 전기차 시대가 본격화하면서, 세계 배터리 공급망의 힘의 균형추가 서서히, 하지만 분명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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