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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SJ “한국의 ‘마스가’ 약속, 현실화까진 아직 먼 길”

미국 필라델피아의 한화 필리조선소 전경. 사진=한화그룹이미지 확대보기
미국 필라델피아의 한화 필리조선소 전경. 사진=한화그룹

한화그룹이 미국 조선산업의 부흥을 약속했지만 실현까지는 시간이 걸릴 가능성이 크다는 신중론이 미국에서 제기됐다.

이재명 대통령과 한화그룹 경영진은 지난 8월 필라델피아 조선소에서 열린 행사에서 50억 달러(약 6조9700억 원) 규모의 투자와 선박 12척 발주 계획을 발표했다. 이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조선산업이 미국 젊은이들에게 성장과 기회의 상징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그러나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실제로 건조되는 대형 선박 두 척(액화천연가스 운반선)은 전부 한국 거제의 한화 조선소에서 제작될 예정이라고 전하면서 한국이 미국에 제시해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이른바 ‘마스가(MASGA·Make American Shipbuilding Great Again)’ 구상이 현실화하는데는 생각보다 시간이 걸릴 가능성이 있다고 최근 낸 기사에서 전망했다.

WSJ에 따르면 한화 측은 미국 조선소가 아직 초대형 LNG선 제작 능력을 갖추지 못했다고 밝혔다. 최근 10여 년간 미국 내 LNG선 건조 시도는 잇따라 지연과 비용 초과로 실패했다. 현재 미국에서 대형 선박을 건조하는 데 드는 비용은 중국이나 한국의 4~5배에 달한다고 WSJ는 지적했다.

◇ 트럼프 “美 조선 부활, 국가안보 차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안보를 이유로 미국 조선업의 부활을 추진해왔다. 그는 지난 8월 한국과의 협정을 통해 미국 조선산업에 수십억달러를 투자하는 포괄적 무역협정을 체결하면서 “수십 년간 정부의 무관심으로 쇠퇴한 해운·조선 역량을 되살리겠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달 안에 중국 선박에 대한 새로운 항만 입항 수수료 부과 계획을 시행할 예정이다.

2차대전 당시 100만명 이상이 종사했던 미국 조선업은 이후 급격히 위축돼 현재 주요 조선소들은 대부분 미 해군 선박 건조나 정비에 집중하고 있다. 상업용 선박을 짓는 조선소는 내항용 소형 선박에 한정돼 있으며 이는 ‘존스법(Jones Act)’ 덕분이다. 이 법은 미 국내 항로에서 운항하는 선박이 반드시 미국산·미소유·미운항이어야 한다고 규정한다.

즉 미국 법에 따르면 미국 내 조선소에서 건조된 선박이어야 하고, 선박의 법적 소유주가 미국 국적적이거나 미국 법인이어야 하며, 선박이 미국 국적 선장과 미국 선원에 의해 운항돼야 한다는 뜻이다.
해운컨설팅사 카라자스 마린 어드바이저스의 바실 카라자스 대표는 “수십억 달러의 자본 투입만으로는 미국 조선업의 지속 가능한 부흥을 이끌 수 없다”고 지적하면서 “철강·설계·인력 훈련 등 전반적인 산업 기반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했다.

◇ “기술·인력 이전엔 시간 필요”


WSJ에 따르면 한화는 거제도에서 제작될 LNG 운반선이 미국 해양법과 안전기준을 충족하도록 필라델피아 조선소가 관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두 척 모두 미국 선적으로 등록돼 아시아와 유럽으로 천연가스를 수송하게 된다.

한화 해운의 라이언 린치 최고경영자(CEO)는 “시간이 지나면 한국에서 미국으로 기술과 노하우가 이전돼 필라델피아 조선소가 점차 더 큰 역할을 맡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화는 미국 내 항만 간 물류에 쓰일 소형 탱커 10척도 필라델피아에서 직접 건조할 계획이다. 다만 현지 생산비용은 선박 한 척당 2억2000만 달러(약 3060억 원)에 이르며 이는 중국·한국 건조비용 약 4700만 달러(약 655억 원)의 4배가 넘는다.

린치 CEO는 “아직 이들 탱커의 고객을 확보하지 못했으며 당분간은 자사 선대로 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해운금융사 마린 머니의 맷 맥클리어리 사장은 “존스법에 따라 노후 선박을 대체해야 하는 미국 내 수요가 커 한화에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린치 CEO는 또 “한화는 미국 상선 해운업 인력 부족 문제도 해결하고자 두 척의 LNG선에 미국인 선원을 배치할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덧붙였다.

WSJ는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과 한화의 참여가 미국 조선업 재건에 어떤 실질적 변화를 가져올지는 아직 불확실하지만 양국 협력의 첫걸음으로 의미가 있다”고 전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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