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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 디코드] AI가 불붙인 '메모리 대전환'...삼성·SK하이닉스, 역대급 호황

오픈AI '스타게이트' 프로젝트 발판, 평택·용인에 차세대 공장 건설 가속
HBM 수요 폭증에 재고는 역대 최저...엔비디아 독주 구도 흔들리나
사진=오픈AI의 챗GPT-5가 생성한 이미지.이미지 확대보기
사진=오픈AI의 챗GPT-5가 생성한 이미지.
인공지능(AI)발(發) 수요 빅뱅이 대한민국 반도체 산업의 지형도를 바꾸고 있다. 대만 IT 전문 매체 디지타임스는 13일(현지시각),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오픈AI(OpenAI)와의 이례적인 동맹을 통해 2017-2018년의 기록을 넘어서는 거대한 '메모리 슈퍼 사이클'의 서막을 열었다고 분석했다. 2027년까지 예견된 수요 폭증에 대비, 양사는 이미 차세대 생산 거점 확보를 위한 총력전에 돌입한 모양새다.
당초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는 거대한 변화는 오픈AI에서 시작했다. 모건스탠리 같은 세계 투자은행들은 메모리 시장의 정점을 2027년으로 보면서도, 오픈AI가 삼성전자, SK하이닉스와 직접 메모리 공급 의향서(LOI)를 맺는 이례적인 행보를 보일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이번 협력으로 두 회사는 무려 5000억 달러(약 714억 원)가 투입되는 오픈AI의 '스타게이트(Stargate)' 사업에서 핵심 공급사로 떠올랐다. 오픈AI가 오라클, 소프트뱅크 등과 함께 추진하는 이 사업은 AI 연산을 위한 초대형 데이터센터를 짓는 것으로, 막대한 양의 데이터를 신속하게 처리할 고성능·고효율 메모리가 반드시 필요하다.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갖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게 결정적인 기회가 찾아온 셈이다.

이에 맞춘 양사의 투자 시계도 빨라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한국 반도체의 심장부'인 평택 사업장에 네 번째 공장을, SK하이닉스는 용인 반도체 집적단지에 첫 공장을 지으며 차세대 D램 생산 기지를 마련하는 데 속도를 내고 있다. 두 공장은 각각 2027년 4월과 5월 완공을 목표로 한다. 다만, 공장이 완공된 뒤 장비를 들이고 수율을 안정시키는 데 걸리는 시간을 생각하면, 본격적인 대량 생산은 빨라야 2027년 하반기부터 가능할 것이라는 게 업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AI 반도체와 서버 시장의 가파른 성장세가 D램과 낸드플래시 가격 상승을 이끄는 가운데,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흐름이 당분간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수요는 폭발, 재고는 바닥…초유의 공급 부족 온다


이번 투자의 핵심은 두말할 나위 없이 고대역폭 메모리(HBM)다. 오픈AI의 샘 올트먼 최고경용자(CEO)가 한 달에 90만 장 규모의 D램 웨이퍼 공급을 요청한 사실은 HBM을 중심으로 한 AI 메모리 시장의 엄청난 잠재력을 뚜렷이 보여준다. 세계 D램 생산량의 약 40%에 이르는 이 물량은 사실상 공급 시장의 판도를 뒤흔드는 요구라 할 수 있다. HBM 수요는 기존의 절대강자 엔비디아를 넘어 주요 대형 기술 기업 전체로 빠르게 퍼지고 있어, 이번 메모리 호황이 과거 2017-2018년의 규모를 압도할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시장의 뜨거운 분위기는 여러 지표에서도 확인된다. 과거 호황기였던 2017-2018년, D램 공급사들의 평균 재고는 약 3~4주 수준이었지만, 2025년 3분기 말 기준으로는 사상 최저치인 3.3주까지 떨어졌다. 공급 부족이 깊어지고 있다는 뚜렷한 신호다. 수익성 또한 가파르게 좋아지고 있다. 2025년에 들어서며 범용 D램의 영업이익률은 이미 30% 선을 넘었고, 제품 가격이 오르면서 상승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HBM 주도권 경쟁, '엔비디아 그늘' 벗어날 기회


현재 시장의 선두는 SK하이닉스다. 2025년 2분기 D램 매출 점유율에서 SK하이닉스는 38.7%를 차지해 삼성전자(32.7%)와 마이크론(22%)을 앞서고 있다. 하지만 선두 자리를 지키기 위한 과제도 쌓여 있다. 차세대 공정으로 안정되게 바꾸고 생산 수율을 확보하는 것이 안의 문제라면, 중국 경쟁사들의 생산량 확대는 시장 균형을 위협하는 밖의 위협이다. 이에 양사는 기존 D램 공정을 개선하는 동시에 HBM 생산 능력을 최대한 키우는 두 갈래 전략으로 시장 지배력을 다지려 한다.

일본 노무라증권은 최근 보고서에서 D램 영업이익률이 40~50% 수준까지 회복되고, 슈퍼 사이클이 절정에 다다를 2026년에는 무려 70%에 이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보고서는 메모리 산업이 "전례 없는 고수익 시대"에 들어설 것이라며 밝은 앞날을 그렸다.
한편, 오픈AI와 한국 기업들의 중장기 협력은 시장의 판도 변화까지 이끌어내고 있다. 업계 분석가들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HBM4E 시장에서 오픈AI와 직접 거래를 늘린다면, 엔비디아의 구매 점유율이 줄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동안 HBM 시장에서 막강한 힘을 행사하며 가격을 주도해 온 엔비디아의 영향력이 약해질 수 있다는 의미다. AI가 일으킨 메모리 혁명이 단순한 시장 호황을 넘어 산업의 힘의 구도마저 바꾸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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