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수요 폭증·달러 약세에 금 대비 저평가 해소 기대

지난 8일(현지시각) 배런스 보도에 따르면 은 선물가격은 48.994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으며, 거래 중 49달러(약 6만9700원)를 넘나들었다. 올해 들어 은값은 67.55% 뛰며 금의 54.13% 상승률을 13.42%포인트 웃돌았다. 이는 2009년 이후 16년 만에 나타난 현상으로, 1979년 이후 최대 연간 상승폭이다.
산업 수요가 상승 동력
은값 급등세의 핵심 배경은 산업 수요 폭증이다. 투자수요가 대부분인 금과 달리 은은 약 60%가 산업용으로 쓰인다. 특히 태양광 패널과 인공지능(AI) 반도체, 전기차 등 첨단 산업에서 은 사용량이 급격히 늘고 있다. 스프롯(Sprott) 자산운용의 폴 웡 시장전략가는 "은값이 계속 오르려면 사진·식기용 등 부가가치 낮은 수요는 줄고, 전자·전기 분야의 AI 관련 지출과 태양광 등 기술 수요가 늘어야 한다"고 분석했다.
2024년 은 산업수요는 전년보다 4% 증가한 6억8050만 온스로 4년 연속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 10년간 전체 은 수요가 17% 늘어난 가운데 산업용 수요는 40% 가까이 급증했다. 월가 전문가들은 "전기차 한 대당 50g의 은이 필요하며, 고전력 부품의 은-팔라듐 다층 세라믹 커패시터 수요도 늘고 있다"고 설명한다.
금 대비 저평가 해소 기대
은값 상승엔 금 투자처가 혼잡해지자 대체 안전자산으로 은에 자금이 몰리는 현상도 작용하고 있다. 금-은 비율(온스당 금값을 은값으로 나눈 수치)은 현재 87.7로, 최근 50년 평균인 63.1보다 크게 벌어져 있어 은이 저평가 상태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 시장 전문가는 "현재 은 가격은 금 대비 90분의 1 수준으로 역사상 가장 저평가 상태"라고 진단했다.
개비컬(Gavekal) 리서치의 루이-빈센트 가브 파운딩 파트너는 "귀금속 강세장이 은·백금·팔라듐으로 확산되고 있다"며 "연준의 매파적 정책이나 달러 급등 등 하방 요인이 아직 보이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달러 약세가 추가 상승 동력
시장에서는 달러 약세가 지속되면 은값이 더 오를 수 있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은은 글로벌 거래에서 달러로 가격이 매겨지는데, 시장 규모가 25조 달러(약 3경5500조 원) 규모인 금시장보다 작아 달러 변동성이 은값에 더 크게 작용한다. 달러가 약세로 돌아서면 국제 매수세가 강화돼 은값 추가 상승을 이끌 수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중앙은행들이 금을 공식 준비자산으로 매입하는 것과 달리, 은은 공식 준비자산으로 인정받지 못해 가격 안정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웡 전략가는 "은이 50달러(약 7만1100원)를 지속적으로 넘는다면 은의 경제적 가치와 가치 저장 기능이 재평가되고 있거나, 시장에서 금속 가격을 다시 매기고 있다는 신호"라고 분석했다.
시장 관계자들은 "향후 글로벌 경기 성장 둔화나 금리 급등이 산업 수요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시해야 한다"며 "달러 동향과 산업 수요 변화가 은값 랠리 지속 여부를 가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