셧다운 장기화 시 달러 추가하락 가능성 커져

1일(현지시각) 뉴욕 외환시장에서 달러화는 장 후반 낙폭을 일부 만회했지만, 4거래일 연속 하락하며 한 달 만에 최장 연속 하락세를 기록했다.
반면, 일본 엔화는 상대적인 안전자산으로 부각되며 한때 146.70엔대에 거래되며 2주 만에 최고치로 상승했다. 또한 미국 국채와 증시도 동반 상승했다.
주요 6개 통화에 대한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 지수는 이날 뉴욕 시장 초반 한때 97.14까지 하락한 뒤 장 후반 0.03% 내린 97.43에 거래됐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미국 연방정부 셧다운은 과거에도 달러화 약세를 촉발했고, 최근 옵션 시장에서도 달러 추가 하락에 대비한 포지셔닝이 두드러졌다. 특히 강세·약세 베팅의 수요 차이를 보여주는 ‘리스크 리버설(Risk Reversals)’ 지표는 향후 한 달간 달러의 추가 약세 가능성을 반영했다.
MUFG의 조지 곤살베스 미국 거시전략 본부장은 블룸버그TV 인터뷰에서 “달러 약세가 이미 나타나고 있다”며 “셧다운이 장기화할 경우 시장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9월 민간 고용 지표 부진 여파도 장중 달러화의 하락 폭을 키우는 요인이 됐다.
ADP 리서치에 따르면 9월 미국 민간 부문 고용은 3만2000건 감소해 시장 전망치(5만1000건 증가)와 정반대 결과를 보였다. 이전 수치 역시 하향 조정돼 마이너스로 전환됐다.
이에 따라 미국 국채는 발표 이후 상승세를 이어갔고, 특히 통화정책에 민감한 2년물 수익률은 7bp(0.07%포인트) 하락한 3.54%를 기록했다. 채권 수익률과 가격은 반대 방향으로 움직인다.
스와프 시장에서는 올해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최소 두 차례 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라는 기대가 강화됐다. 뉴욕 BMO 캐피털마켓의 미국 금리 전략가 베일 하트만은 보고서에서 “이번 고용 데이터는 우려스러운 결과로, 금리 인하 기대가 비둘기파적으로 재조정되는 계기가 됐다”고 분석했다.
다만 미국 연방대법원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리사 쿡 연준 이사 즉각 해임을 허용하지 않기로 하면서 달러화의 일부 반등을 촉발했다. 쿡 이사는 내년 초 법원이 본안 심리에 들어가 판결을 내릴 때까지 직을 유지하게 됐다.
블룸버그는 연방정부 셧다운이 장기화할 경우 달러 약세 압력이 더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스코샤은행의 토론토 본사 수석 외환 전략가 숀 오스본은 “현재로서는 어느 쪽도 타협 의지가 보이지 않아 셧다운이 장기화할 수 있다”며 “일부 경제지표 발표가 지연되면서 시장의 미국 경제 추적이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9월 ADP 민간 고용 지표가 공개됐지만 오는 3일 발표 예정인 미국의 지난달 공식 고용 보고서는 연방정부 셧다운으로 발표가 지연될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미 달러화는 올해 들어 트럼프 행정부의 예측 불가능한 정책, 확대되는 재정적자, 그리고 연준 독립성 훼손 가능성 등이 겹치며 2022년 이후 최저 수준까지 떨어진 상태다.
씨티그룹의 다니엘 토본 외환 애널리스트는 “역사적으로 셧다운은 주로 엔화, 스위스 프랑, 유로화와 같은 안전자산 통화 대비 달러 약세와 맞물려 왔다”면서 “현재 시장 내에 지속적인 달러 비관론이 존재하는 만큼 미국의 정치적 불확실성이 더 커지면 달러 약세 압력이 한층 강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수정 기자 soojung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