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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日과 같은 조건' 美 무역협정 체결 난항...외환시장 규모 한계

3500억 달러 투자 펀드의 원화 약세 우려로 협상 교착...일본 조건 수용 불가
러트닉 상무장관, "거래 수용하거나 관세 지불" 최후통첩...통화스왑 해법 모색
기아자동차 차량이 2025년 7월 31일 대한민국 평택 항구에 수출을 위해 주차되어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기아자동차 차량이 2025년 7월 31일 대한민국 평택 항구에 수출을 위해 주차되어 있다. 사진=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지난 7월 체결한 합의의 일환인 3500억 달러 규모 투자 펀드가 외환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우려로 인해 관세 인하를 위한 한국과 미국의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졌다고 16일(현지시각)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이 패키지가 대부분 직접 투자가 제한된 대출과 보증으로 구성될 것이라고 주장했던 한국 관리들은 지난주 일본이 이번 달 확정한 5500억 달러 규모의 투자 패키지와 유사한 조건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도쿄는 미국이 프로젝트를 선정한 후 45일 이내에 자금을 이체하기로 합의했으며, 투자로 인한 잉여 현금 흐름은 할당된 금액에 도달할 때까지 균등하게 분배한 후 90%는 미국으로 전달하기로 했다.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은 한국에 유연성이 없을 것이라고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그는 "일본은 계약에 서명했다. 한국인들은 그 거래를 수락하거나 관세를 지불하라. 흑백, 관세를 지불하거나 거래를 수락하라"고 최후통첩을 전달했다.
한국의 상황이 일본과 다른 핵심은 통화시장 규모의 차이다. 지난 7월 말 한국의 합의가 발표된 이후 시장 참가자들 사이에서는 그에 따른 달러 수요가 국내 통화시장을 압도해 원화를 하락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1990년대 후반 금융위기 당시 충격적인 자본 도피를 겪은 이후 한국은 통화시장을 단단히 장악해 왔다. 지난해부터 외국인에게 개방을 시작했지만, 아직 원화를 거래할 수 있는 역외 시장이 없다.

국제결제은행의 3년마다 조사에 따르면 2022년 전 세계 일 평균 원화 무역액은 1420억 달러로 일본 엔화의 1조2500억 달러에 비해 현저히 적다. 원화는 세계 시장 점유율의 2%를 차지한 반면 엔화는 17%를 차지했다.

원화는 지난해 말 달러당 약 1476으로 15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으며 현재 약 1390 수준이다. 시장 참가자들은 국가연금기금이 해외 투자를 위해 매년 필요한 400억 달러가 이미 통화에 큰 부담을 주고 있다고 말한다. 씨티는 이 투자 패키지가 2026년부터 2028년까지 매년 약 1000억 달러의 달러 수요를 창출할 것으로 추정했다.
한국의 경제는 일본보다 훨씬 작다. 지난해 경상수지 흑자는 990억 달러로 일본의 거의 2000억 달러에 못 미쳤고, 8월 중앙은행 외화보유액은 4160억 달러로 일본의 1조3000억 달러에 비해 3분의 1 수준이다.

미국과의 외환 스왑 라인을 모색하자는 아이디어는 지난주 김영범 대통령 정책실장이 공개적으로 제기했다. 그는 엔화가 주요 국제 통화로서의 지위와 일본과 미국 간의 무제한 스왑 라인이 일본을 더 강력한 위치에 놓았다고 말했다.

구윤철 경제부총리는 지난주 관세 협상이 끝나면 외화에 대한 발표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으며, 현지 언론이 정부가 미국에 요청을 전달했다고 보도한 후 16일 로이터에 미국이 통화 스왑 라인을 "고려"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는 현재 캐나다, 영국, 일본, 유럽연합, 스위스 중앙은행과 스왑 라인 협정을 유지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인 2020년 3월 한국은행 및 기타 8개 중앙은행과 각각 600억 달러의 임시 스왑 라인을 설정했으나 2021년 12월 만료됐다.
현재 연준은 환매 계약을 통해 한국은행에 600억 달러의 안전망을 제공하여 보유 중인 미국 국채를 담보로 달러를 빌릴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영구적인 스왑 라인과는 차이가 있어 한국이 일본과 같은 조건을 받기 어려운 구조적 한계로 작용하고 있다.


신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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