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 금리 인하 기대감, 악재 덮고 투자 심리 지탱
엔비디아 주춤하자 브로드컴 부상…AI 주도주 순환하며 시장 방어
엔비디아 주춤하자 브로드컴 부상…AI 주도주 순환하며 시장 방어

시장은 약세론자들의 기대를 비웃듯 여러 악재를 소화했다. 지난 6일 발표된 8월 비농업 부문 신규 고용은 예상치(6만~9만 명)를 크게 밑도는 2만2000명에 그쳐 경기 침체 우려를 키웠다. 이번 강세장을 이끈 엔비디아는 경이로운 분기 실적을 발표한 뒤 7거래일 만에 8% 하락하며 50일 이동평균선을 밑돌았다. 비트코인 역시 8월 고점 대비 10% 떨어지며 같은 흐름을 보였다.
최근 각광받았던 피그마, 코어위브, 차임 등 신규 상장 기업들의 주가는 상장 직후 고점과 비교해 40~60%나 급락했다. 이러한 악재들이 역사상 주식 시장이 가장 부진했던 달에 높은 가치 평가(밸류에이션) 부담 속에서 터져 나왔다는 점은 시장의 불안감을 키우기에 충분했다.
◇ 악재에도 S&P500 사상 최고치 '눈앞'
하지만 이 같은 우려는 강세장의 속도를 완만하게 늦추는 데 그쳤다. S&P500 지수는 연초 대비 10% 올랐으며, 지난 8월에만 5차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데 이어 9월 초에도 0.8% 추가 상승하며 사상 최고치 경신을 눈앞에 두고 있다. 지난 6일 시장은 최근의 흐름을 보여주는 축소판이었다. 고용 충격에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감이 커지며 장 초반 증시는 상승했다. 미 국채 금리가 하락하고 주택담보대출 금리도 소폭 내렸다. 이에 은행주와 소비 순환주 등 경기민감주는 조정을 받았으나, 금리에 민감한 중소형주와 주택관련주는 즉각 반등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투자자들은 악재를 연준의 금리 인하를 앞당길 신호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특히 브로드컴은 기대 이상의 실적과 전망을 내놓으며 강력한 주가 상승세를 보였다. 시장의 AI 주도권이 엔비디아와 마이크로소프트에서 브로드컴, 알파벳, 애플 등 새로운 주자로 넘어갔다. 지난 2년간 브로드컴의 주가 상승률은 283%로, 244%를 기록한 엔비디아를 앞질렀다.
거시 경제 측면에서 이번 고용 보고서는 성장 둔화 우려를 키웠다. 뱅크오브아메리카의 이코노미스트들은 올해 금리 인하가 없을 것이라는 기존 전망을 철회하고 두 차례 인하를 예상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고착화된 인플레이션보다 고용 둔화 위험에 더 민감하게 반응할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연준에 금리 인하를 계속 압박하며 시장의 기대 심리를 자극한 점도 영향을 미쳤다.
◇ 고평가 부담 속 '9월 효과' 경계감도
시장의 고평가 논란은 AI와 반도체가 이끄는 '매그니피센트 7'이 전체 S&P500 시가총액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데서 비롯된다. 하지만 최근에는 자금이 중소형주, 가치주, 헬스케어 등 저평가된 영역으로 순환하는 흐름도 뚜렷하다.
증권 전문가들은 S&P500의 선행 주가수익비율(P/E)이 22.5배, 나스닥 100 지수가 28배 수준으로 역사적 고점 수준에 근접한 것은 사실이지만, 기업들의 이익 개선세가 이어지고 있어 단기 과열 징후는 없다고 진단한다. 다만 증시가 가장 부진한 달로 알려진 '9월 효과(September Effect)'에 대한 경계감이 번지면서 대부분 전문가는 추가 급등보다는 횡보나 일부 속도 조절을 전망하고 있다. 시장은 여전히 낙관과 경계의 줄다리기를 이어가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