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30년물 국채 수익률 1998년 이후 최고…외환시장 충격 파급

특히 파운드화와 엔화의 하락세가 두드러진 가운데 안전자산 수요에 따른 달러 매수세가 부각되면서 달러 강세를 주도했다. 블룸버그 달러 현물 지수는 이날 0.7% 상승하며 지난 7월30일 이후 한 달여 만에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다.
시장은 오는 5일 발표될 미국 고용 보고서를 주목하며 달러화의 후속 방향성을 저울질하고 있다.
이날 영국 3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이 1998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채권시장이 휘청거리며 외환시장에도 영향을 미쳤다. 안전자산 수요가 부각되면서 금값도 이날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UBS 뉴욕의 바실리 세레브리아코프 외환 전략가는 로이터에 “달러 강세를 이끄는 요인은 미국 내부가 아니라 미국 외부의 부정적 흐름”이라며 “오는 5일 발표될 미국 고용 지표가 향후 달러 움직임을 결정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이날 파운드화는 달러 대비 3주 반 만의 최저치로 떨어져 1.1% 내린 1.3388달러를 기록했다. 달러화는 엔화 대비 0.7% 오른 148.25엔까지 치솟으며 8월1일 이후 최고치를 찍었다. 유로화는 달러 대비 0.6% 하락한 1.1644달러로 밀렸다.
영국의 불안정한 재정 상황과 일본의 정치적 불확실성 등으로 안전자산인 달러의 매력이 한껏 부각됐다.
네덜란드 은행 ING의 크리스 터너 등 애널리스트들은 “미국의 고용지표 둔화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중국 위안화 절상 정체, 브릭스(BRICS) 국가들의 관세 가능성 및 9월 계절적 강세 요인이 달러를 지지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해외 재정 불안이 이날 달러 강세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한 가운데 시장은 동시에 지난주 나온 미국 연방항소법원의 판결에도 주목했다. 법원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부과한 대부분의 글로벌 관세가 불법이라고 판시하면서도, 트럼프 행정부가 10월14일까지 대법원에 상고할 시간을 주기 위해 당분간 관세를 유지하도록 했다.
파운드화는 올해 말 예정된 예산안을 앞두고 영국의 재정 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지속되면서 압박을 받았다. 영국의 국채 기준물인 10년물 금리는 주요 7개국(G7)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MUFG의 리 하드먼 선임 외환 애널리스트는 “파운드화 부진은 예산 발표가 다가올수록 재정 상황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점을 반영한다”면서 “시장 참가자들의 주요 관심사로 부각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로이터는 레이철 리브스 영국 재무장관이 가을 예산안에서 재정 목표를 지키기 위해 증세에 나설 것으로 예상하면서 이는 성장세 회복에 또 다른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일본에서는 중앙은행 관계자의 비둘기파적 발언과 여당 핵심 인사의 사임이 엔화 약세를 부추겼다.
MUFG의 하드먼은 “히미노 료조 일본은행 부총재가 매파적 신호를 내놓지 않으면서 투기 세력이 다시 엔화 매도 포지션을 쌓을 여지를 줬다”고 설명했다.
한편, 유로존의 8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월 대비 소폭 상승했지만, 여전히 유럽중앙은행(ECB)의 2% 목표치에 근접한 수준에 머물렀다. 이는 ECB가 당분간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이라는 시장의 기대를 강화시켰다.
이수정 기자 soojung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