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에서 전기요금이 크게 오르면서 마이크로소프트·구글·아마존·메타 등 대형 정보기술(IT) 기업이 운영하는 데이터센터의 전력 소모가 원인이라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
각 주 정부는 일반 가정과 중소기업에 전가되는 비용을 줄이기 위해 규제 강화나 요금 체계 개편을 검토하고 있다고 AP통신이 9일(현지시각) 보도했다.
◇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 도시 규모 넘어
데이터센터는 인공지능(AI) 서비스 확산과 함께 급격히 늘고 있다.
일부 시설은 피츠버그, 클리블랜드, 뉴올리언스 등 미국 중대형 도시보다 많은 전기를 사용해 대규모 공장을 능가하는 수준이다. 아리 페스코 하버드대 전기법 이니셔티브 디렉터는 “수십억 달러 규모의 전력 인프라가 극소수 부유한 기업만을 위해 건설되고 있다”며 기존 전력 요금 체계의 근본 전제가 무너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에너지 분석업체 우드 매켄지에 따르면 최근 16개 주에서 검토 또는 시행 중인 데이터센터 전용 요금제 20여개는 신규 천연가스 발전소 건설 비용을 충당하기에 턱없이 부족하다. 중부 대서양 전력망 감시기구 모니터링 애널리틱스는 지난 6월 보고서에서 지난해 전력비 상승분 133억 달러(약 18조2000억 원) 중 70%인 93억 달러(약 12조7300억 원)가 데이터센터 수요 때문이라고 밝혔다.
◇ 주정부, ‘전력 인프라 비용 분담’ 압박
펜실베이니아, 메릴랜드, 델라웨어, 뉴저지, 버지니아 등 5개 주지사는 지난해 전력 가격을 책정하는 중부 대서양 전력망 운영사(PJM 인터커넥션)에 가격 인하를 요구하며 데이터센터의 비용 분담을 압박했다. 오리건주는 지난 6월 전력 규제기관에 데이터센터 전용 요금 신설을 명령하는 법안을 통과시켰고, 뉴저지주는 전력망 연결 과정에서 일반 소비자에게 과도한 부담이 전가되는지를 조사해 별도 요금제를 만들도록 하는 법안을 지난달 제정했다.
조지아주 공공서비스위원회 위원이자 전미 규제기관 협회 회장인 트리샤 프라이드모어는 전력 공급 부족과 노후 설비 교체, 극한 기후 대비 비용 등 다른 요인도 요금 인상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반박했다. 데이터센터 업계를 대표하는 ‘데이터센터 연합’도 회원사들이 ‘정당한 몫’을 부담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 투명성·규제 실효성 의문
인디애나에서는 아마존·구글·마이크로소프트와 소비자 단체가 데이터센터 요금 기준을 합의했으나 주법상 대규모 전력 사용량을 공개할 의무가 없어 실제 비용 분담 수준을 확인하기 어렵다.
하버드대 환경·에너지법 프로그램은 지난 3월 보고서에서 “전력회사가 데이터센터 유치에 유리한 특혜 요금을 제공하고 그 비용을 일반 소비자에게 전가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스티븐 드프랭 펜실베이니아주 공공서비스위원회 위원장은 “수억달러에 이를 수 있는 송전 설비 업그레이드 비용을 소비자가 떠안게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현재 위원회는 주 내 전력회사가 채택할 수 있는 데이터센터 전용 요금 구조 모델을 마련 중이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