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에 대한 관세폭탄은 일단 유예…“90일간 협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고율 관세 시행을 하루 앞둔 시점에 "오늘 몇 건의 훌륭한 거래를 했다"고 밝혔다. 다만 구체적인 대상국이나 조건은 공개하지 않으면서 각국은 촉박한 협상 시한에 몰리고 있다.
지난달 31일(현지시각) AP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기자들과 만나 “우린 오늘 미국 입장에서 매우 훌륭한 합의를 몇 건 이뤘다”고 밝혔다. 그는 그러나 어느 나라와 협정인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트럼프는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와 통화한 사실도 부인하면서 "오늘 캐나다와는 이야기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 트럼프, 멕시코에 대한 관세폭탄 일단 유예
셰인바움 대통령도 같은 날 X에 올린 글에서 "우리는 예정된 관세 인상을 피했고 대화를 통해 장기 협정을 구축할 수 있는 90일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멕시코산 자동차에 25%, 철강·알루미늄·구리에는 50%의 관세를 유지하며 이는 멕시코의 펜타닐 밀수 차단을 명분으로 내세웠다.
다만 멕시코가 종료하기로 한 ‘비관세 무역장벽’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설명이 없었다. 일부 품목은 2020년 체결된 미·멕시코·캐나다협정(USMCA)에 따라 관세 보호를 받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 협정에 대해 이미 부정적인 입장을 여러 차례 드러낸 바 있다.
◇ 한국·EU·일본 등과는 협상 완료…스위스·노르웨이는 ‘불확실’
트럼프 행정부는 한국, 유럽연합(EU), 일본,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과는 이미 무역 합의를 마쳤으며 하루 전에는 캄보디아와 태국과도 국경 분쟁 중단을 조건으로 협정을 맺었다고 하워드 러트닉 상무부 장관이 폭스뉴스와 인터뷰에서 밝혔다.
그러나 스위스와 노르웨이 등은 여전히 미국과의 협정이 불확실한 상태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노르웨이 재무부 장관은 "기한 내 합의가 이뤄질지는 완전히 불확실하다"고 말했다.
EU는 이미 트럼프 대통령이 스코틀랜드 방문 중 발표한 무역합의에 대해 행정절차를 마무리 중이다. 올라프 길 EU 집행위원회 대변인은 "미국이 약속한 것이므로 이제 미국이 이행할 차례다. 공은 미국 측에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 문건은 법적 구속력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 관세가 소비자에 전가될 위험도…미국 내 긴장감 고조
이번 관세 조치가 미국 소비자들에게 전가될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대부분의 경제학자들은 수입업체가 관세를 부담하고 이 비용이 소비자가격에 반영될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지난 6월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중시하는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는 상승했다. 특히 가구는 전달 대비 1.3%, 가전제품은 1.9%, 컴퓨터는 1.4% 올랐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