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전자가 미국과 한국 간 무역협정 타결로 불확실성이 해소됐다며 테슬라와의 165억달러(약 22조9900억원) 규모 칩 공급 계약을 계기로 추가 대형 고객 수주를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31일(이하 현지시각)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삼성은 이날 2분기 실적 발표 후 가진 컨퍼런스콜에서 이같은 입장을 피력했다.
◇15%로 낮아진 미국 관세…삼성 “추가 수주 기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앞서 이날 한국과 무역협상이 타결됐다며 한국산 수입품에 기존 25%에서 15%로 낮춘 관세를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반도체·자동차·철강 등 주요 한국산 수출품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노미정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 부사장은 “이번 테슬라 계약을 기반으로 향후 대형 고객들로부터 추가 수주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삼성은 지난달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 공장에서 테슬라의 차세대 AI 반도체(AI6)를 생산하는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노 부사장은 “해당 공장은 2026년부터 양산에 돌입할 예정이며 생산 수율 확보가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차증권의 노근창 리서치센터장은 “삼성이 2나노 공정에서 얼마나 높은 수율을 확보하느냐가 테슬라 수주의 성패를 가를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적 부진 속 AI칩 의존도 커져…HBM 시장서 SK하이닉스에 밀려
이같은 기대감과 달리 삼성전자의 2분기 실적은 부진했다.
삼성은 올해 4~6월 영업이익이 4조7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약 55% 감소했다고 밝혔다. 반도체 부문 영업이익은 4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6조5000억원 대비 약 94% 줄었으며 1조원 아래로 떨어진 것은 6개 분기 만이다.
삼성은 이 같은 실적 부진의 원인으로 엔비디아에 납품 예정이던 최신 AI 칩 공급 지연과 미국의 중국 수출 규제에 따른 일회성 손실을 꼽았다. 특히 고대역폭 메모리(HBM) 시장에서는 삼성전자가 SK하이닉스에 밀리며 기술 경쟁력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삼성은 지난해 10월 HBM3E 칩 공급 계약을 성사시켰다고 밝혔지만 31일 실적 발표에서는 관련 진척 상황을 업데이트하지 않았다. 다만 차세대 HBM4 칩 샘플은 이미 고객사에 제공됐으며 내년부터 본격 공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업계는 고객사로 엔비디아 등 클라우드 AI 기업을 지목하고 있다.
◇AI 서버 수요에 회복 전망…美 국가안보 조사도 ‘리스크’
삼성은 “하반기부터 AI 칩 수요가 업계 회복을 이끌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메타, 마이크로소프트 등은 최근 실적 발표에서 AI 칩 수요와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를 강조했다. 그러나 삼성은 “글로벌 경기 둔화와 지정학적 위험 등으로 인한 무역 환경의 불확실성도 여전하다”고 덧붙였다.
박순철 삼성전자 최고재무책임자(CFO)는 “미국과 무역 협상 타결로 불확실성이 일부 해소됐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미국이 반도체·스마트폰·태블릿 등 전자제품 수입에 대한 국가안보 조사를 진행 중이라 향후 사업에 상당한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삼성의 2분기 매출은 74조6000억원으로 기존 전망치인 74조원과 유사한 수준이었다. 스마트폰 부문은 상반기 관세 우려와 중국 보조금 효과로 재고 확보 수요가 있었지만 하반기에는 성장세 둔화를 예상했다. TV 수요 역시 물가 상승과 경제 불확실성으로 전년 대비 소폭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