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L·BYD 등 대기업은 '자신'... 국제 신뢰도 높여 수출 확대 노린다
중소업체는 950억 투자 부담에 '휘청'… 업계 '옥석 가리기' 본격화
중소업체는 950억 투자 부담에 '휘청'… 업계 '옥석 가리기' 본격화

3일(현지시각) 36Kr 보도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2026년 7월 1일부터 새로운 국가 강제 표준(GB38031-2025)을 시행한다. 새 표준은 배터리 셀 하나에 이상이 생겨 열이 번지는 '열폭주'가 발생해도 최소 2시간 동안 화재나 폭발로 이어지지 않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기존 5분 경보 의무를 넘어, 세계 최초로 '실제 폭발과 화재 방지'를 명시한 규정이라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닝더스다이(CATL), 비야디(BYD) 같은 현지 대기업은 이미 기준을 충족하며 자신감을 보이는 반면, 영세 업체들은 막대한 비용 부담에 따른 구조조정 압박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새 기준에 따르면, 배터리 최소 단위인 '셀'에서 시작된 이상 현상이 다른 셀로 번지더라도 2시간 동안은 폭발이나 화재를 막아야 한다. 또한 승객실로 해로운 연기가 들어와선 안 되며, 5분 이내 경보 체계도 그대로 유지해야 한다.
이를 증명하려면 한층 까다로운 시험을 통과해야 한다. 기존의 외부 가열, 못 관통 시험에 더해 내부를 직접 가열해 열폭주를 일으키는 시험이 추가됐다. 특히 150J(줄)의 힘을 가진 강철구를 떨어뜨리는 바닥 충격 시험, 300회 고속 충전 후 단락 시험 등 새로 도입한 17개 이상 안전 시험으로 내구성, 수명, 극한 환경에서의 안전성까지 검증해야 한다.
◇ 잇단 화재에 안전 강화…'국제 표준' 주도권 노린다
잇따르는 전기차 화재 사고가 이번 기준 강화의 배경이다. 최근 중국은 물론 국외에서도 전기차 화재가 이어지면서 소비자 안전 우려가 커졌다. 강력한 안전 기준 도입은 중국산 배터리와 전기차의 국제 신뢰도를 높이고, 나아가 보험과 유지비용 절감 같은 긍정적 파급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
나아가 국제 표준을 이끌겠다는 전략 목표가 뚜렷하다. 현재 유엔 산하 '자동차 규제 조화 세계 포럼(WP29)'에서는 전기차 안전 국제 기술 표준을 논의하고 있다. 유럽(ECE R100-05, 2027년 시행 예정)과 미국도 비슷한 2시간 안전 기준 도입을 준비하지만, 중국이 시행 시기와 기술 수준 모두에서 앞서가고 있다. 중국이 새 기준을 먼저 안착시키면, 앞으로 국제 논의에서 유리한 자리를 차지하고 자국 기업의 국외 진출에 날개를 달아줄 수 있다.
◇ 대기업은 '기회', 중소사는 '생존 위기'… 산업 재편 신호탄
완성차 업계도 대응을 마쳤다. 샤오펑 모터스, 리 오토 등 신흥 전기차 기업은 물론, 닛산의 중국 합작법인 둥펑닛산이 내놓은 세단 'N7'도 새 기준을 만족한다. 둥펑닛산의 한 관계자는 "새 기준은 예상 범위 안에 있었고, 차량과 배터리 시스템의 설계를 바꾸지 않았다"고 전했다.
하지만 엄격해진 기준의 그늘도 짙다. 광둥성 선전시 신에너지차 산업 협회는 중소 배터리 기업이 새 기준을 충족하려면 5억 위안(약 950억 원)이 넘는 막대한 투자가 필요하다고 추산했다. 이 때문에 비용을 감당하지 못하는 기업들이 나오면서 2027년까지 중국 내 배터리 공장 생산 능력이 30%가량 줄 수 있다는 어두운 전망도 나온다.
중국의 이번 조치는 세계 전기차 배터리 안전 기준의 판도를 바꿀 전환점으로 평가된다. 신에너지차 시장 확대와 함께 우후죽순 늘었던 배터리 기업들의 옥석을 가리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