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엔비디아 주가가 1일(현지시각) 하락세로 방향을 틀었다.
지난달 23일 시작한 6거래일 연속 상승세에 마침표를 찍었다. 지난 25일부터 나흘을 내리 사상 최고 주가 기록을 갈아치우며 시가총액 4조 달러를 향해 치닫던 행보가 일단 멈췄다.
‘크고 아름다운 법안’ 상원 통과
엔비디아 주가 하락의 방아쇠가 될 만한 특별한 요인은 없었다.
굳이 이유를 찾자면 이날 JD 밴스 미국 부통령이 50-50으로 결론이 나지 못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 상원 의결에 참여해 상원 의장으로 1표를 행사하면서 가까스로 법안을 통과시켰다는 점이다.
하원에서 통과될 지가 불확실한 이 법안에는 인공지능(AI) 규제와 관련한 내용이 들어 있다.
이 법에서는 AI를 각 주가 규제하지 못하도록 하는 대신 연방 정부가 일괄적으로 규제하도록 하고 있다.
만약 주 정부가 AI 독자 규제에 나설 경우 연방정부가 광대역 인터넷 예산을 중단토록 했다.
연방정부 차원에서 포괄적인 AI 규제에 나서지 못할 경우 AI가 인간의 통제를 안전을 장담할 수 없다는 우려가 나오지만 AI 테마에는 긍정적일 수 있다.
다만 공화당 내에서도 반대 의견이 많아 이 법안이 하원에서 그대로 통과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불확실성이 더 높아졌다는 분석이다.
그러잖아도 차익실현 핑계거리가 필요하던 투자자들에게 엔비디아 매도 방아쇠 역할을 했을 수 있다.
엔비디아는 마감가 기준 연중 최저치인 4월 4일 94.31달러에 비해 전날까지 67% 넘게 폭등했다. 이튿날인 5일 기록한 장중 최저치 86.62달러를 기준으로 하면 상승률이 82%가 넘는다.
차익실현에 나설 때가 된 셈이었다.
시총 4조 달러 시대
이날 약세에도 불구하고 엔비디아는 조만간 시총 4조 달러 시대 문을 열 것이란 기대가 높다.
엔비디아는 2023년 6월 시총 1조 달러를 돌파한 뒤 이후 2조 달러, 3조 달러 돌파 간격이 좁혀지고 있다.
시총 2조 달러는 1조 달러 돌파 262일 뒤에 이뤄졌다. 3조 달러 돌파에는 단 96일밖에 걸리지 않았다. 지난해 6월 5일 3조 달러를 넘어섰다.
시총 4조 달러는 그러나 3조 달러 돌파 뒤 392일이 지난 지금까지 달성하지 못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를 비롯한 관세전쟁, 중국을 겨냥한 반도체 수출 통제 지속, 중국 수출용으로 엔비디아가 개발한 H20 AI 반도체 수출 규제 등 악재들이 잇달아 엔비디아의 발목을 잡았다.
그렇지만 엔비디아는 미·중 무역합의를 발판 삼아 지난 1월 6일 기록한 사상 최고 마감가 149.43달러를 지난달 25일 뚫으면서 시총 4조 달러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영국 FTSE100 지수 시총 추월
팩트세트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지난 한 달 하루 평균 0.8%씩 올랐다. 이 속도라면 닷새 안에 시총 4조 달러 달성이 가능하다.
시총 4조 달러에 도달하면 엔비디아 시총은 영국 우량주 100개로 구성된 FTSE100 지수 시가총액보다 36% 더 많고, 일본 닛케이225 지수 시총에는 단 18% 못 미치는 수준이 된다.
엔비디아가 시총 4조 달러 돌파를 눈앞에 둔 가운데 지금 매수에 나서야 할지 말아야 할지 투자자들의 고민은 깊어지게 됐다.
브레이브 이글 자산운용의 최고투자책임자(CIO) 로버트 루기렐로는 엔비디아 주가는 앞으로도 더 오를 것으로 낙관했다.
다만 이렇게 주가가 뛴 상태에서 매수에 나서자니 부담스럽고, 그렇다고 안 사자니 주가수익배율(PER)이 30 후반인 사실상의 저평가 상태인 주식을 건너뛰는 것 역시 어렵게 됐다고 그는 설명했다.
루기렐로는 멀리 보면 AI 인프라 투자는 아직 초기이고, 신규 투자자들도 계속 유입될 것이어서 사는 것이 맞다고 지적했다.
김미혜 글로벌이코노믹 해외통신원 LONGVIEW@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