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이 단기적인 물가 상승에 그치지 않고 장기적인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금리 인하에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26일(이하 현지시각)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파월 의장은 전날 미 상원 은행·주택·도시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이론상으로 관세는 일시적 가격 충격에 불과하지만 그 효과가 오래갈 가능성도 있다”며 “물가 안정이라는 우리의 책임을 생각하면 이 위험을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 관세 인상, 인플레이션 장기화 우려
파월은 “관세가 단기간에 시행되고 끝난다면 일시적 효과에 그칠 수 있다”면서도 “만약 실수가 발생하면 국민들이 그 대가를 오래 치르게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연준이 기준금리를 당분간 동결하는 이유에 대해 “관세의 최종 수준과 그 영향이 명확해지기를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연준은 지난 12월부터 기준금리를 4.25~4.50% 수준으로 유지하고 있으며 지난주 공개된 경제전망에서 연내 0.5%포인트 인하 가능성을 시사했다. 다만 19명의 연준 위원 가운데 7명은 금리 인하가 필요 없다는 입장을 밝혔고 나머지 10명은 두 차례 이상 인하를 예상해 내부에서도 시각 차가 큰 상황이다.
◇ 트럼프와의 긴장감…“관세 싫어서 정책 좌우” 비판도
이번 청문회에서는 트럼프 대통령과 파월 의장 사이의 시각차도 두드러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준이 금리를 즉시 인하해야 한다고 압박하고 있지만 파월 의장은 관세 인상으로 인한 인플레이션 가능성을 들어 이를 거부하고 있다.
오하이오주의 공화당 상원의원 버니 모레노는 “당신은 수백만 명의 국민이 뽑은 사람이 아니라, 당신을 싫어하는 단 한 명(트럼프)이 임명한 인물일 뿐”이라며 파월 의장의 정책 결정이 “정치적 시각에 따른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반해 노스캐롤라이나주의 공화당 상원의원 톰 틸리스는 “월마트처럼 데이터 분석이 정교한 기업들도 관세 영향 예측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신중한 접근을 지지했다. 그는 “일부 기업들이 인플레이션 위험을 경고하고 있다. 아직 현실화하지 않았더라도 경계심은 필요하다”고 말했다.
◇ 연준 “이번은 다르다…여름 물가에 주목”
파월 의장은 하원 청문회에서도 “이번에는 전례가 없다”며 “과거 트럼프 1기 당시 관세보다 훨씬 크고 당시보다 물가 수준도 높다”고 지적했다.
연준은 이번 여름부터 본격적으로 물가 반영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파월 의장은 “6월과 7월의 소비자물가지수(CPI)를 통해 관세가 얼마나 가격에 전가되는지를 확인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미국 정부는 일부 품목에 대해 이미 관세를 인상한 상태이며 오는 7월 9일에는 추가로 다수 국가에 대한 광범위한 관세 인상이 예고돼 있다. 시장에서는 최소 10% 수준의 기본 관세가 적용될 것으로 보고 있지만 더 높은 수준이 결정될 가능성도 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