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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트럼프의 철강·알루미늄 관세 여파…美 식음료 포장재, ‘캔에서 종이로’ 이동하나

지난 6월 15일(현지시각) 미국 뉴욕 맨해튼의 모튼 윌리엄스 식료품점에 통조림 제품과 무균 포장 식품들이 진열돼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지난 6월 15일(현지시각) 미국 뉴욕 맨해튼의 모튼 윌리엄스 식료품점에 통조림 제품과 무균 포장 식품들이 진열돼 있다. 사진=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4일(이하 현지시각) 수입 철강과 알루미늄에 부과된 관세를 기존 25%에서 50%로 두 배 인상한 여파로 미국 식음료 업계에서 포장재 전환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24일 보도했다.

캘리포니아주 로디에 본사를 둔 통조림 제조업체 퍼시픽 코스트 프로듀서스의 영업·마케팅 담당 부사장인 앤디 러식은 “우리는 마치 불길에 휘말린 형국”이라며 “캔에 사용하는 특수 철강 가격이 약 6% 올라 제품 원가가 급등했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크로거 같은 대형 유통체인부터 병원, 학교까지 다양한 고객을 상대로 과일 통조림과 토마토 제품 등을 납품하고 있다.

◇ 캔 원자재 비용 부담 커지자…“플라스틱·종이로 눈 돌린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산 저가 수입품에 맞서 미국 산업을 보호하겠다는 취지로 무역전쟁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식품 포장에 쓰이는 철강과 알루미늄도 타깃이 되면서 미국 자국 기업들이 역설적으로 큰 타격을 받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러식은 “내년 봄까지 캔 납품 단가는 관세 영향으로 최대 24%까지 뛸 수 있다”고 내다봤다. 퍼시픽 코스트는 관세로 인한 올해 비용 증가분이 800만~1000만 달러(약 110억~~138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며 내년에는 4000만 달러(약 552억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 때문에 해당 업체는 스위스의 테트라팩이나 SIG 그룹이 생산하는 종이 팩이나 레스토랑용 토마토 소스 제품을 보다 저렴한 호일 파우치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제임스 퀸시 코카콜라 CEO는 지난 2월 투자자 대상 회의에서 “캔 가격이 오르면 플라스틱 포장을 확대할 수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SIG 그룹의 사무엘 시그리스트 CEO도 “알루미늄이 들어가지 않는 무균 종이팩이 점점 더 주목받고 있다”며 “무역 갈등이 포장재 전략 전환을 가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 유리·플라스틱도 대안…“그러나 물류·비용 장벽도 여전”


알루미늄보다 무거운 유리병은 운송 비용이 높고, 기존 설비를 다시 개조해야 한다는 점에서 쉽게 전환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미국 유리포장협회의 스콧 드파이프 대표는 “기업들이 아직 관망 중”이라며 “30일짜리 관세 정책으로는 공급망 전략을 바꾸지 않는다”고 말했다.

맥주, 에너지 음료, RTD 칵테일 등에서는 여전히 알루미늄 캔이 우위를 점하고 있다. 맥주업계에 따르면 2023년 미국 맥주의 약 64%는 알루미늄 캔에 담겨 판매됐다. 이 가운데 대부분은 재활용 알루미늄을 사용해 관세 영향을 피하고 있다. 알루미늄협회에 따르면 미국 음료용 캔의 평균 재활용 비율은 71%에 달한다.

세계 최대 맥주사인 AB인베브의 페르난도 테넨바움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지난 5월 “관세가 캔 가격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며 “패키징 전략에 변화를 줄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코카콜라와 펩시코는 이미 플라스틱 병과 알루미늄 캔을 병행 사용하고 있어 대응이 유연하지만 캔에 집중하며 병 라인을 줄여온 중소 맥주업체들은 설비 전환에 큰 비용을 감수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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