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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이스라엘 공습 피해 예상보다 컸다…“이란, 협상 전 공격은 없을 줄 착각”

13일(현지시각) 이스라엘의 공습 이후 차량 파손 현장 주변에 모여든 테헤란 주민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13일(현지시각) 이스라엘의 공습 이후 차량 파손 현장 주변에 모여든 테헤란 주민들. 사진=로이터
이란 고위 당국자들이 이스라엘의 전면 공습이 이뤄지기 전까지 추가 핵협상이 먼저 있을 것으로 믿고 경계 태세를 완전히 갖추지 못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13일(현지시각) 뉴욕타임스(NYT)는 이란 혁명수비대 관계자 2명을 포함해 고위 관리 6명의 익명 인터뷰를 토대로 이스라엘이 같은 날 새벽 이란 전역 15곳 이상을 동시에 타격한 배경과 피해 상황을 상세히 보도했다.

NYT에 따르면 이란 고위 지도부는 미국과의 핵 협상이 결렬될 경우 이스라엘의 군사 행동 가능성에 대비해 1주일 전부터 준비해 왔지만 당장 공격이 이뤄질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란 당국자들은 “이스라엘이 이번 일요일 오만에서 예정된 협상을 앞두고 실제로 공격할 가능성은 낮다고 판단했고 언론을 통해 흘러나온 공격설도 이란의 양보를 유도하기 위한 심리전으로 치부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안이한 판단 때문에 고위 지휘관들이 정해진 대피소에 머무르지 않고 자택에 체류하거나, 집단 회의를 자제하라는 지시를 무시한 채 한 자리에 모이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혁명수비대 공군사령부를 이끄는 아미르 알리 하지자데 장군과 참모들이 테헤란의 한 군 기지에서 열린 긴급 작전회의 중 이스라엘 공습으로 전원 사망했다.

이날 이스라엘은 이스파한, 타브리즈, 일람, 로레스탄, 보루제르드, 곰, 아라크, 우르미아, 가스레시린, 케르만샤, 하메단, 시라즈 등 전국 주요 거점을 동시에 타격했다. 4명의 이란 정부 관계자들은 “군 사령부와 핵시설, 방공망, 미사일 기지 등 전략 자산이 파괴됐고 나탄즈 핵 농축 시설의 지상 구조물도 심각한 손상을 입었다”고 밝혔다.

NYT가 확보한 이란 고위층 간의 문자 메시지에는 “우리 방공은 어디 있었느냐”, “어떻게 이스라엘이 마음대로 들어와 최고 지휘관들을 제거할 수 있느냐”는 격앙된 반응이 담겼다.

하미드 호세이니 이란 상공회의소 에너지위원은 “이스라엘의 공습은 군과 핵 과학자들을 정확히 제거했을 뿐 아니라 우리의 방공망 부재와 핵심 시설 방어의 허점을 여실히 드러냈다”고 테헤란에서의 전화 인터뷰에서 말했다. 그는 “이스라엘이 수년간 이어온 그림자 전쟁과 달리 이번에는 전투기와 드론, 밀반입된 미사일 부품까지 동원해 전면 타격에 나선 것”이라고 했다.
NYT에 따르면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는 현재 안전한 비밀 장소로 이동한 상태에서 군 수뇌부와 연락을 유지하고 있다. 하메네이는 TV 연설에서 “이스라엘이 전쟁을 시작했다”며 “이 범죄에 대해 무사히 빠져나갈 수 있다고 생각하지 말라.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하겠다”고 밝혔다.

같은 날 오전 이란 최고국가안보회의는 긴급 소집돼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NYT는 회의에 정통한 두 당국자의 말을 인용해 하메네이가 복수를 강조했지만 섣부른 대응은 피해야 한다고 언급했다고 전했다.

회의에서는 이스라엘이 반격에 나설 경우 이란의 에너지 기반시설이나 수도시설이 타격받고 내부 소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한 혁명수비대 관계자는 “하메네이 지도자에게는 사실상 퇴로가 없는 상황”이라며 “공격에 나서면 전면전이 되고, 물러서면 국내외에서 정권이 약화됐다는 평가를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제위기그룹의 알리 바에즈 이란 프로젝트 국장은 “하메네이에게 남은 선택지는 모두 나쁘다”며 “공격을 확대하면 미국이 개입한 더욱 파괴적인 반격을 자초하게 되고 대응하지 않으면 정권 자체의 기반이 흔들릴 것”이라고 분석했다.
NYT는 혁명수비대 관계자 2명을 인용해 이란이 당초 이스라엘을 향해 최대 1000발의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려 했지만 미사일 기지 상당수가 파괴돼 이동 및 배치가 어려워졌고 실제로는 약 100발만 발사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이스라엘 텔아비브와 예루살렘 일대 최소 7곳이 타격을 받았으며, 1명이 사망하고 20여명이 부상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습 이후 테헤란은 방공망 복구와 공항 폐쇄, 항공편 전면 중단 조치를 취했으며 주민들은 주유소와 마트에 몰려 생필품을 사들이고 있다. 북부 테헤란의 고급 아파트에 거주하는 메흐르다드(35)는 “미사일이 옆 건물에 떨어져 부엌 유리창과 벽이 전부 깨졌다”며 “운 좋게 침실에 있었지만, 같은 동네의 아이들이 다쳤다”고 말했다.

테헤란 미르다마드 지역에 거주하는 파테메 하사니는 “새벽부터 드론 소음과 방공망 소리가 이어졌고, 연속적인 폭발음을 들었다”고 말했다. 마흐사(42)라는 여성도 “북부에서 불기둥이 보였고, 전쟁 한복판에 있다는 사실이 너무도 분명하다”며 “이 상황이 어떻게 끝날지 모르겠다”고 전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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