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스팅하우스·에머슨 등 직격탄…수억 달러 규모 사업 차질 불가피
제트엔진·에탄·소프트웨어까지 전방위 압박…중국 "나쁜 조치 거둬들여야" 반발
제트엔진·에탄·소프트웨어까지 전방위 압박…중국 "나쁜 조치 거둬들여야" 반발

로이터는 이 문제를 잘 아는 소식통 4명의 말을 빌려, 미 상무부가 최근 며칠 동안 관련 기업에 수출 허가를 중단한다고 통보했다고 전했다. 이번 조치는 원전 부품과 장비, 핵심 체계 등 중국 발전소에 납품하는 주요 품목 전반을 포함한다. 전 세계 원자로 400여 기에 기술을 공급하는 웨스팅하우스와 산업용 측정 장비 업체 에머슨 같은 주요 기업이 직접 영향을 받는다. 소식통들은 이번 수출 중단에 따른 사업 피해 규모가 수억 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말했다.
◇ 관세 넘어 공급망으로 번진 미·중 갈등
이번 조치는 2025년 들어 심해진 미·중 갈등이 관세 전쟁을 넘어 공급망 차단으로 바뀌는 가운데 나왔다. 지난 2주간 집중된 미국의 대중국 수출 제한 공세가 이어진 것이다.
두 나라는 지난 5월 12일 제네바에서 90일 동안 '관세 휴전'을 하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미국이 중국의 희토류 합의 위반을 주장하고, 중국은 미국이 화웨이 AI 칩 사용을 문제 삼으며 "수출 통제를 남용한다"고 맞서면서 갈등은 다시 커졌다. 보통 4년 동안 쓸 수 있는 미 상무부의 수출 허가가 이번 조치로 중단되거나 추가 심사를 받게 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오는 9일 두 나라 관리가 다시 만난다고 밝혔지만, 이번 조치에 영향을 줄지는 알 수 없다.
미 상무부는 이번 원자력 장비 수출 제한 조치를 두고 공식적인 말을 아꼈다. 다만 지난 5월 28일 대변인을 통해 "중국으로 가는 전략상 중요한 수출품을 검토하고 있다"며 "검토하는 동안 기존 수출 허가를 멈추거나 추가 허가 요건을 둘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주미 중국대사관의 류펑위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강하게 반발했다. 류 대변인은 "시진핑 주석은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하면서 5월 12일 제네바에서 한 합의를 이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전하며 "미국 쪽은 이미 이룬 진전을 인정하고, 중국에 취한 나쁜 조치들을 거둬들여야 한다"고 요구했다.
◇ 원자력 넘어 항공·에너지·반도체까지 불똥
미국의 수출 통제는 원자력 부문에만 그치지 않고 전방위로 넓어지는 추세다. GE 에어로스페이스의 중국 상용항공기(COMAC)용 제트 엔진과 유압유 등도 새로운 수출 제한 품목에 포함됐다. 에너지 부문 역시 사정권에 들었다. 미국은 중국으로 에탄을 보내는 데에도 허가를 받도록 했다. 휴스턴의 엔터프라이즈 프로덕트 파트너스는 약 220만 배럴 규모의 중국행 에탄 수출을 위한 긴급 요청이 거부됐다고 밝혔다. 케이던스 디자인 시스템스 같은 전자 설계 자동화(EDA) 소프트웨어 기업들도 새로운 제한 조치의 영향권에 들었다.
이번 조치로 당분간 미국의 원전, 항공, 소재와 소프트웨어 기업들의 중국행 수출이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장기적으로는 두 나라의 공급망 분리 현상이 더 빨라지고, 전략 산업의 홀로서기 경쟁과 함께 세계 무역 질서의 불확실성이 한층 깊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앞으로 협상 결과에 따라 일부 제한이 풀릴 여지는 있지만, 기술과 공급망을 둘러싼 두 나라의 주도권 다툼은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