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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미국 국가부채, GDP 122% 돌파...월가 "3년 내 경제 심장마비" 경고

연간 이자 1조 달러 넘어 국방비 추월…'묻지마 지출 법안'도 재정 압박
채권시장 '아직은 평온' 속 경고음…"신뢰 붕괴 시 위기는 갑자기 온다"
미국 국가부채가 국내총생산(GDP)의 122%를 돌파한 가운데, 월가는 3년 내 경제 심장마비를 경고하고 있다. 연간 이자 비용이 1조 달러를 넘어서 국방비를 추월했으며, '묻지마 지출 법안' 또한 재정 압박을 가중시키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미국 국가부채가 국내총생산(GDP)의 122%를 돌파한 가운데, 월가는 "3년 내 경제 심장마비"를 경고하고 있다. 연간 이자 비용이 1조 달러를 넘어서 국방비를 추월했으며, '묻지마 지출 법안' 또한 재정 압박을 가중시키고 있다. 사진=로이터
월가가 미국의 막대한 국가 부채에 또다시 강력한 경고음을 울리고 있다. 과거에도 되풀이됐던 경고지만, 이번만큼은 귀 기울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금융가에서 커지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지난 3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국가 부채 이자만 한 해 1조 달러(약 1374조 원)를 넘어서는 등 재정 상황이 갈수록 나빠지고 워싱턴 정가의 무책임한 살림살이가 이어지면서 경고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실제로 미국의 국가 부채는 이미 36조 달러(약 4경9492조 원,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122%)를 넘어섰다.
'미국은 파산하는가?' 1972년 3월, 텅 빈 주머니를 뒤집어 보인 엉클 샘 그림과 함께 미국의 가장 영향력 있는 뉴스 잡지 표지를 장식했던 질문이다. 그동안 부채 위기 경고는 금화나 수상쩍은 금융 상품을 팔려는 이들이 자주 내세우는 이야기였고, 별다른 일이 생기지 않아 진지한 경고마저 '양치기 소년' 취급을 받는 일이 잦았다. 금융 시장의 'Y2K(2000년 문제)'와 비슷했다.

◇ '양치기 소년' 경고는 옛말…월가 거물들, 연이어 '위기' 언급


하지만 최근 분위기는 꽤 다르다. 헤지펀드 대부 레이 달리오는 이달 초 펴낸 책 '국가는 어떻게 파산하는가'를 통해 미국의 재정 문제를 정면으로 다뤘다. 그는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미국이 경제 '심장마비'를 피하려면 길어야 3년 정도 남았다"고 못 박았다. 그의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 이유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백악관 예산관리국장을 지낸 피터 오재그 라자드 최고경영자(CEO)도 최근 경고에 목소리를 보탰다. 그는 "과거 재정 적자와 부채의 지속 불가능성을 외쳤던 이들은 양치기 소년 같았다"면서도 "이제 그 늑대가 우리 문 바로 앞에 어슬렁거리고 있다"고 우려했다.

미 의회에 제출된 세금·지출 종합 법안, 이른바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One Big Beautiful Bill Act)'은 이러한 우려를 더욱 키운다. 초당파 단체인 책임있는연방예산위원회(CRFB) 분석에 따르면, 이 법안이 통과될 경우 앞으로 10년간 기존 전망치에 더해 약 3조 달러(약 4124조 원)의 부채가 쌓이고, 일부 임시 조항이 영구화되면 그 규모는 최대 5조 달러(약 6874조 원)에 이를 수 있다.

이미 이번 회계연도 연방정부의 이자 지급액은 국방 예산을 넘어섰고, 저소득층 의료 지원(메디케이드)과 장애 보험, 푸드 스탬프(식량 지원 프로그램) 예산을 모두 합친 액수를 웃돈다.

◇ '이자 폭탄'과 추가 부채…숫자로 드러난 재정 '빨간불'


더 큰 문제는 미 의회예산국(CBO)조차 채권 시장이 정부 지출 급증을 받아들이고, 국채 수익률이 낮아지더라도 이를 너그럽게 볼 것이라는 좋게만 보는 가정 아래 재정 전망을 내놓고 있다는 점이다. CRFB는 10년 만기 미 국채 수익률이 앞으로 10년간 현 수준인 4.4%를 유지할 경우, 이자 비용만 1조8000억 달러(약 2474조 원)가 추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한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CEO는 지난주 "만약 국채 수익률이 악순환 속에 급등한다면 어떻게 되겠는가"라고 반문하며 "채권 시장의 균열을 목격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물론 아직 채권 시장이 무너질 조짐을 보이는 것은 아니다. 3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이 최근 금융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지만, 시장은 비교적 잠잠하다. 이 때문에 다수 느긋한 투자자와 소수 부유한 전문가들의 시각은 엇갈린다. 폴 튜더 존스 헤지펀드 매니저는 이 상황을 프로레슬링 용어 '케이페이브(kayfabe·각본)'에 빗대 "지속 불가능한 수치임을 알면서도 모두가 쇼가 계속되길 바라는 경제판 케이페이브"라고 꼬집었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은 지난 주말 "미국은 결코 채무불이행(디폴트)에 빠지지 않을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다만 정부가 디폴트를 선언하지 않더라도 연방준비제도(연준)가 막대한 정부 부채를 떠안고자 통화정책 독립성을 포기하는 이른바 '재정 지배' 상황에 부닥치면, 급격한 물가 상승이 사실상 디폴트와 같은 충격을 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부채 위기 전문가인 케네스 로고프 전 국제통화기금(IMF)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국가 부채 위기는 단순한 계산 문제가 아니라 시장 신뢰가 무너질 때 예고 없이 닥친다"고 설명했다.
레이 달리오의 '3년 시한부' 전망에도 정확한 위기 시점을 점치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어떤 것이 영원히 계속될 수 없다면, 그것은 멈춘다"는 경제학자 허브 스타인의 경고는 되새길 필요가 있다. 미국의 부채와 이자 부담이 사상 최고 수준에 이른 가운데 월가와 주요 경제 전문가들은 실제 채권 시장 위기 가능성을 공공연히 경고하고 있다. 시장이 아직 본격적인 붕괴 조짐을 보이지는 않지만 재정·통화 정책에 대한 신뢰가 임계점에 이르면 예기치 못한 위기가 현실화될 수 있다는 목소리가 어느 때보다 크다.

미국 국가부채가 국내총생산(GDP)의 122%를 돌파한 가운데, 월가는 3년 내 경제 심장마비를 경고하고 있다. 연간 이자 비용이 1조 달러를 넘어서 국방비를 추월했으며, '묻지마 지출 법안' 또한 재정 압박을 가중시키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미국 국가부채가 국내총생산(GDP)의 122%를 돌파한 가운데, 월가는 "3년 내 경제 심장마비"를 경고하고 있다. 연간 이자 비용이 1조 달러를 넘어서 국방비를 추월했으며, '묻지마 지출 법안' 또한 재정 압박을 가중시키고 있다. 사진=로이터

월가가 미국의 막대한 국가 부채에 또다시 강력한 경고음을 울리고 있다. 과거에도 되풀이됐던 경고지만, 이번만큼은 귀 기울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금융가에서 커지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지난 3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국가 부채 이자만 한 해 1조 달러(약 1374조 원)를 넘어서는 등 재정 상황이 갈수록 나빠지고 워싱턴 정가의 무책임한 살림살이가 이어지면서 경고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실제로 미국의 국가 부채는 이미 36조 달러(약 4경9492조 원,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122%)를 넘어섰다.

'미국은 파산하는가?' 1972년 3월, 텅 빈 주머니를 뒤집어 보인 엉클 샘 그림과 함께 미국의 가장 영향력 있는 뉴스 잡지 표지를 장식했던 질문이다. 그동안 부채 위기 경고는 금화나 수상쩍은 금융 상품을 팔려는 이들이 자주 내세우는 이야기였고, 별다른 일이 생기지 않아 진지한 경고마저 '양치기 소년' 취급을 받는 일이 잦았다. 금융 시장의 'Y2K(2000년 문제)'와 비슷했다.

◇ '양치기 소년' 경고는 옛말…월가 거물들, 연이어 '위기' 언급


하지만 최근 분위기는 꽤 다르다. 헤지펀드 대부 레이 달리오는 이달 초 펴낸 책 '국가는 어떻게 파산하는가'를 통해 미국의 재정 문제를 정면으로 다뤘다. 그는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미국이 경제 '심장마비'를 피하려면 길어야 3년 정도 남았다"고 못 박았다. 그의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 이유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백악관 예산관리국장을 지낸 피터 오재그 라자드 최고경영자(CEO)도 최근 경고에 목소리를 보탰다. 그는 "과거 재정 적자와 부채의 지속 불가능성을 외쳤던 이들은 양치기 소년 같았다"면서도 "이제 그 늑대가 우리 문 바로 앞에 어슬렁거리고 있다"고 우려했다.

미 의회에 제출된 세금·지출 종합 법안, 이른바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One Big Beautiful Bill Act)'은 이러한 우려를 더욱 키운다. 초당파 단체인 책임있는연방예산위원회(CRFB) 분석에 따르면, 이 법안이 통과될 경우 앞으로 10년간 기존 전망치에 더해 약 3조 달러(약 4124조 원)의 부채가 쌓이고, 일부 임시 조항이 영구화되면 그 규모는 최대 5조 달러(약 6874조 원)에 이를 수 있다.

이미 이번 회계연도 연방정부의 이자 지급액은 국방 예산을 넘어섰고, 저소득층 의료 지원(메디케이드)과 장애 보험, 푸드 스탬프(식량 지원 프로그램) 예산을 모두 합친 액수를 웃돈다.

◇ '이자 폭탄'과 추가 부채…숫자로 드러난 재정 '빨간불'


더 큰 문제는 미 의회예산국(CBO)조차 채권 시장이 정부 지출 급증을 받아들이고, 국채 수익률이 낮아지더라도 이를 너그럽게 볼 것이라는 좋게만 보는 가정 아래 재정 전망을 내놓고 있다는 점이다. CRFB는 10년 만기 미 국채 수익률이 앞으로 10년간 현 수준인 4.4%를 유지할 경우, 이자 비용만 1조8000억 달러(약 2474조 원)가 추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한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CEO는 지난주 "만약 국채 수익률이 악순환 속에 급등한다면 어떻게 되겠는가"라고 반문하며 "채권 시장의 균열을 목격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물론 아직 채권 시장이 무너질 조짐을 보이는 것은 아니다. 3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이 최근 금융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지만, 시장은 비교적 잠잠하다. 이 때문에 다수 느긋한 투자자와 소수 부유한 전문가들의 시각은 엇갈린다. 폴 튜더 존스 헤지펀드 매니저는 이 상황을 프로레슬링 용어 '케이페이브(kayfabe·각본)'에 빗대 "지속 불가능한 수치임을 알면서도 모두가 쇼가 계속되길 바라는 경제판 케이페이브"라고 꼬집었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은 지난 주말 "미국은 결코 채무불이행(디폴트)에 빠지지 않을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다만 정부가 디폴트를 선언하지 않더라도 연방준비제도(연준)가 막대한 정부 부채를 떠안고자 통화정책 독립성을 포기하는 이른바 '재정 지배' 상황에 부닥치면, 급격한 물가 상승이 사실상 디폴트와 같은 충격을 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부채 위기 전문가인 케네스 로고프 전 국제통화기금(IMF)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국가 부채 위기는 단순한 계산 문제가 아니라 시장 신뢰가 무너질 때 예고 없이 닥친다"고 설명했다.

레이 달리오의 '3년 시한부' 전망에도 정확한 위기 시점을 점치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어떤 것이 영원히 계속될 수 없다면, 그것은 멈춘다"는 경제학자 허브 스타인의 경고는 되새길 필요가 있다. 미국의 부채와 이자 부담이 사상 최고 수준에 이른 가운데 월가와 주요 경제 전문가들은 실제 채권 시장 위기 가능성을 공공연히 경고하고 있다. 시장이 아직 본격적인 붕괴 조짐을 보이지는 않지만 재정·통화 정책에 대한 신뢰가 임계점에 이르면 예기치 못한 위기가 현실화될 수 있다는 목소리가 어느 때보다 크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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