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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토류 대란] 희토류에 발목 잡힌 세계 車 생산…중국 수출 제한에 '셧다운' 위기

중국 희토류 자석 수출 제한, 글로벌 자동차 업계 초비상
미국 등 주요국 생산 차질 경고, 공급망 재편 시급
중국 내몽골 바얀오보 광산에서 광부들이 희토류 광물을 채굴하고 있다. 전 세계 자동차 업계가 중국의 희토류 자석 수출 제한 조치 탓에 생산 중단 위기에 처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중국 내몽골 바얀오보 광산에서 광부들이 희토류 광물을 채굴하고 있다. 전 세계 자동차 업계가 중국의 희토류 자석 수출 제한 조치 탓에 생산 중단 위기에 처했다. 사진=로이터
전 세계 자동차 업계가 중국의 희토류 자석 수출 제한 조치 탓에 생산 중단 위기에 놓였다. 이 자석은 자동차 부품의 핵심 소재로 쓰이며, 중국이 전 세계 가공 능력의 90% 이상을 통제하고 있어 이번 조치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1일(현지 시각)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전 세계 자동차 업계 경영진들은 중국산 희토류 자석의 임박한 부족 사태를 경고했다. 이 자석은 앞 유리 와이퍼 모터부터 잠김방지 제동 센서에까지 널리 쓰이며, 공급이 중단되면 몇 주 안에 자동차 공장 폐쇄를 강제할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이번 통제는 네오디뮴·프라세오디뮴·디스프로슘·테르븀 등을 포함한 희토류 자석에 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상무부와 세관이 지난 4월 4일부터 7종의 경·중희토류(사마륨·가돌리늄·테르븀·디스프로슘·루테튬·스칸듐·이트륨)와 관련 자석·합금·산화물 등에 대해 사전 수출 허가를 의무화했다. 이전에 보도되지 않았던 지난 5월 9일 트럼프 행정부 관계자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제너럴모터스(GM)·토요타·폭스바겐·현대차 등 주요 자동차 제조업체를 대표하는 무역단체인 얼라이언스 포 오토모티브 이노베이션은 심각한 우려를 표했다. 이들은 "이러한 요소와 자석에 대한 믿을 만한 접근이 없다면 자동차 부품 공급업체들이 자동변속기, 스로틀 보디, 발전기, 여러 모터, 센서, 안전벨트, 스피커, 조명, 모터, 파워 스티어링, 카메라를 포함한 핵심 자동차 부품을 생산할 수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메마(MEMA)와 차량 공급업체 협회(The Vehicle Suppliers Association)도 서명한 이 서한은 핵심 부품 공급 중단 시 미국 차량 공장의 혼란이 불가피하며, "심각할 경우 생산량 감축 또는 차량 조립라인 중단도 필요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 미·중 간 희토류 갈등 장기화 조짐


존 보젤라 얼라이언스 최고경영자와 빌 롱 메마 최고경영자는 로이터에 현 상황이 해결되지 않았으며 여전히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보젤라 최고경영자는 이달 초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과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스위스 제네바에서 중국 측과 회담할 때 자동차 문제가 의제에 올랐다고 언급했다.

그리어 미 무역대표부 대표는 CNBC 방송에서 중국이 미국 기업에 대한 희토류 자석 수출 제한을 풀기로 합의했지만, 주요 미국 산업에 대한 접근을 허가하는 속도가 충분히 빠르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가 예상했던 일부 핵심 광물의 흐름을 보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중국은 4월 초부터 수출업자들이 베이징의 허가를 받도록 하는 제한 조치를 부과했으며, 이 때문에 실제로 4월 희토류 자석 수출량은 절반 가까이 급감했다. 기업들은 때로는 수백 쪽의 서류를 요구하는 불투명한 허가 신청 절차로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조치는 미·중 무역 갈등, 미국의 반도체·첨단기술 수출 규제에 대한 중국의 맞대응 성격이 짙다는 분석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소셜미디어 게시물에서 중국이 이달 초 일시적으로 관세와 다른 무역 제한을 완화하기 위해 합의한 조건을 위반했다고 비난하면서 "중국은 우리와의 합의를 완전히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최근 미·중 간 관세 완화 합의에도 불구하고 희토류 수출 통제는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

◇ 세계 자동차 업계, 공급망 다변화 총력


반대로 워싱턴 주재 중국대사관은 미국이 반도체 부문에서 수출 통제를 남용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회담에 정통한 한 미국 관리는 로이터에 제네바 회담에서는 관세와 중국의 비관세 상계 조치만 다뤄졌으며, 미국 수출 통제는 합의의 일부가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이 관리는 베이징이 희토류 수출 허가 발급 약속을 천천히 이행하는 것에 불만을 표하며, 광물 부족에 취약한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생산을 중단해야 한다면 워싱턴의 수출 통제 보복을 촉발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현재 일부 폭스바겐 공급업체를 포함해 소수의 허가가 발급됐지만 유럽·미국·인도 등 주요 완성차·부품 업체들은 "수주 안에 공장 가동 중단"을 경고했다. 특히 인도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아직 전혀 허가를 받지 못했으며 6월 초에 생산을 중단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독일 자동차 부품 제조업체 보쉬(Bosch) 역시 공급업체들이 중국의 엄격한 수출 허가 절차 탓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전하면서 이 과정이 "복잡하고 시간이 많이 소요되며, 부분적으로는 많은 정보를 수집하고 제공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업계는 대체 공급처 확보, 재활용, 소재 대체 등 여러 대응책을 찾고 있다. 하지만 짧은 기간 안에 대체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평가가 많다.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는 자동차 산업의 전 세계 공급망에 심각한 충격을 주고 있으며, 몇 주 안에 주요 완성차 공장 가동 중단 사태까지 우려된다. 희토류 자석의 압도적인 생산·가공 능력을 가진 중국의 전략적 자원 통제가 미·중 기술 패권 경쟁의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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