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엔비디아가 29일(현지시각) 반도체 종목들에 훈풍을 불어넣었다.
그러나 후반으로 갈수록 모멘텀은 약화됐다.
장 초반 6%가 넘던 주가 상승률이 3% 수준으로 반 토막 났고, 관련 반도체 주가 상승세도 약했다.
엔비디아가 전날 장 마감 뒤 1회계분기 실적 발표에서 대중 수출 통제에도 불구하고 기대 이상의 실적을 기록했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먹구름이 가신 것은 아니라고 지적하고 있다.
기대 이상 실적
4월 마감한 1회계분기 동안 엔비디아는 매출 440억6000만 달러, 조정치를 감안한 주당순익(EPS) 0.96달러를 거뒀다.
애널리스트들의 433억1000만 달러 매출에 0.93달러 EPS 전망을 뛰어넘었다.
인공지능(AI) 반도체가 주력인 데이터센터 부문 매출이 73% 폭증한 391억 달러로 총 매출의 88%를 차지했다. 덕분에 전체 매출은 전년동기비 69% 급증했다.
중국
엔비디아는 오는 7월 마감하는 2회계분기 매출을 450억 달러로 예상했다. H20 반도체 대중 수출 통제가 없다면 이보다 약 80억 달러 더 많았을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엔비디아는 1회계분기에 H20 반도체 수출 통제로 매출 25억 달러를 날렸다고 밝혔다.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는 실적 전화회의에서 중국 시장은 500억 달러짜리라면서 미 행정부의 수출 통제로 이 시장 접근이 실질적으로 차단됐다고 푸념했다.
그는 아울러 미국의 이런 정책 기조는 잘못됐다면서 엔비디아가 중국 시장에서 차단되면서 화웨이 같은 중국 토종업체들이 중국 시장을 장악하기 시작했다고 경고했다.
황 CEO는 다만 블랙웰 반도체 성과가 중국 시장 타격을 완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지프 무어 모건스탠리 애널리스트는 엔비디아가 깜짝 실적으로 시장 불안감을 모두 해소했다면서 지금부터는 모든 것이 개선될 것이라고 낙관했다.
하이퍼스케일러와 블랙웰
엔비디아의 이번 실적 발표에서는 아마존의 아마존 웹 서비스(AWS), 마이크로소프트(MS)의 애저, 알파벳의 구글 클라우드, 오라클의 오라클 클라우드 인프라 같은 대형 클라우드 서비스 업체들, 이른바하이퍼스케일러들이 여전히 엔비디아 최대 고객이라는 점이 입증됐다.
이들은 엔비디아 데이터센터 부문 매출의 약 절반인 391억 달러 매출을 책임졌다.
엔비디아 최고재무책임자(CFO) 콜렛 크레스에 따르면 이들 하이퍼스케일러는 블랙웰을 비롯한 엔비디아 최신 반도체를 사들이고 있다. 1회계분기 데이터센터 매출의 70%가 블랙웰 반도체에서 나왔다.
번스타인 애널리스트 스테이시 라스곤은 엔비디아의 블랙웰 공급이 대거 확대되고 있고, 하이퍼스케일러들의 수요 또한 증가하고 있다면서 덕분에 “전반적인 전망과 환경이 매우 고무적이다”라고 평가했다.
라스곤은 1회계분기가 매우 혼란스러운 기간이었지만 엔비디아는 극도로 잘 해냈다고 말했다.
블랙웰과 AI 추론
황 CEO는 이번 실적 전화회의에서 AI 추론이 새로운 수요를 만들어내고 있다고 말했다.
AI 업계가 챗봇에서 AI 추론으로 진화하면서 첨단 블랙웰 반도체 수요가 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AI 모델이 질문에 대한 답을 개선하려면 ‘추론(reasoning)’을 해야 하고 그러려면 더 많은 산출(아웃풋)을 끌어내야 한다면서 블랙웰은 바로 이런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만들어진 반도체라고 강조했다.
황은 현재 추론 부문의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면서 오픈AI, MS, 구글이 이 분야에서 도약하고 있다고 말했다.
도이체방크 애널리스트 로스 시모어는 엔비디아의 기술 선도력은 여전히 탄탄하다면서 블랙웰 출하가 “추론하는 AI의 기하급수적인 성장과 규모의 경제 달성에 따른 혜택 속에”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관
엔비디아에 대해 장밋빛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DA 데이비슨과 HSBC는 엔비디아 목표주가를 상향 조정하기는 했지만 중립 추천의견은 바꾸지 않았다.
중국 시장 문제가 여전한 데다 블랙웰 반도체 문제가 아직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었다.
DA 데이비슨 애널리스트 질 루리아는 시장이 중국 시장의 엔비디아 매출 기여도를 저평가하고 있다면서 중국 수출 통제는 계속해서 엔비디아 성장에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비관했다.
황 CEO가 말한 것처럼 500억 달러짜리 중국 시장을 날릴 판이라고 루리아는 경고했다.
HSBC의 프랭크 리 애널리스트는 이와 달리 엔비디아가 H20 반도체 수출 통제에도 불구하고 중국 시장에 새로운 AI 반도체를 공급하게 될 것으로 낙관했다.
대신 그는 공급망 우려를 제기했다.
블랙웰 수율이 올라가기는 했지만 블랙웰 그래픽반도체(GPU) 출하와 블랙웰 반도체를 기반으로 만들어지는 NVL 서버 출하 간에 간극이 벌어지고 있어 공급이 원활하지 않다는 것이다.
리는 이 때문에 내년 하반기에는 엔비디아 GPU 주문 모멘텀이 둔화될 수 있다고 비관했다.
그렇지만 이런 비관 전망에도 불구하고 이 둘은 모두 엔비디아 목표주가는 끌어올렸다.
DA 데이비슨은 120달러에서 135달러로, HSBC는 120달러에서 125달러로 소폭 상향 조정했다.
김미혜 글로벌이코노믹 해외통신원 LONGVIEW@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