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차 5개년 계획 앞두고 '과학적·민주적 정책결정' 강조...전임자 발언 13년 만에 재등장
2035년 미국 추월 목표 달성 불투명...당내 권력구조 변화 가능성 시사
2035년 미국 추월 목표 달성 불투명...당내 권력구조 변화 가능성 시사

시진핑 주석은 최근 2026년부터 2030년까지의 15차 5개년 계획 편성을 앞두고 정부와 당 간부들에게 "과학적이고 민주적인 방식으로, 법에 따라 중기 청사진을 작성하라"고 지시했다. 이는 후진타오가 2012년 11월 제18차 전국대표대회에서 당 주석으로서 마지막 보고에서 강조했던 표현과 정확히 일치한다.
후진타오는 당시 "우리는 과학적이고 민주적이며 법에 기반한 정책 결정을 계속 수행해야 한다"면서 "당내 민주적·법적 감독을 강화하고 여론을 통한 감독을 강화해 인민이 권력 행사를 감독하고 권력이 투명하게 행사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진핑 주석은 후진타오의 마지막 발언과 달리 권력을 자신에게 집중시키기 위해 당의 하향식 의사결정을 강화해왔다. 2022년 10월 당 제20차 전국대표대회에서는 전례 없는 세 번째 임기를 확보했고, 후진타오가 폐막식에서 호송되어 나가는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시진핑의 이번 지시가 주목받는 이유는 2026~2030년 경제 계획이 그에게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2027년 당 제21차 전국대표대회에서 네 번째 임기 확보 여부가 관건이며, 2030년까지 5년간의 경제 성과는 중요한 정치적 의미를 지닐 것으로 보인다.
특히 시진핑이 2017년 당 제19차 전국대표대회에서 발표한 '2035년까지 사회주의 현대화 실현' 목표 달성이 불투명해지면서 정치적 부담이 커지고 있다. 이 목표는 경제적·군사적으로 미국을 추월하겠다는 중국의 야망을 담고 있었지만, 부동산 거품 붕괴와 장기 코로나 봉쇄 이후 경제 성장이 크게 둔화됐다.
중국이 야심 찬 2035년 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경우 시진핑의 평판은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는 시진핑의 야망 선언에 놀라 중국에 대한 맹렬한 경제 공세를 시작했고, 조 바이든 행정부도 이를 강화했다.
후진타오가 주창한 '과학적' 정책 결정은 허황된 성과를 보여주려는 지방 관료들에 의해 부풀려지지 않고 정확한 수치에 기초해 합리적으로 정책을 결정하는 것을 의미한다. '민주적' 정책 결정은 후진타오 시대 내내 유지된 공산당의 집단 지도력 전통에 기초한 정책 수립을 뜻한다.
시진핑은 반부패 캠페인을 통해 정적(政敵)들을 제거하며 권력을 집중시켜 왔다. 하지만 거의 15년이 지난 지금 당내 권력체계에 변화가 생겼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흥미롭게도 후춘화(胡春華)를 포함한 공산주의청년단 출신 인사들의 활동이 최근 공식 언론에서 더 많이 보도되고 있다. 후춘화는 '리틀 후'로 불리며 후진타오의 측근이었지만 제20차 전국대표대회에서 정치국 진입에 실패했다.
군 내부에서는 여전히 숙청이 진행되고 있으며, 표적이 된 장군급 장교들 중 다수는 이전에 시진핑의 지지를 받아 승진한 인물들이다.
시진핑이 후진타오의 마지막 말을 되풀이한 것은 정치적 스트롱맨의 성격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는 당내 정치 역학의 변화로 인해 선택의 여지가 없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2025년이 중국 정치의 미래를 좌우하는 중요한 해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신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