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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세안, 트럼프의 '분할정복' 관세전략에 개별 대응 고심

베트남·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 미국과 우선 협상, 집단 교섭력 한계 노출
7월 관세 유예 만료 앞두고 에너지·농산물 수입 확대 제안
제46차 아세안 정상회의가 지난 5월 26일과 27일 양일간 쿠알라룸푸르에서 개최되었다. 사진=AP/뉴시스이미지 확대보기
제46차 아세안 정상회의가 지난 5월 26일과 27일 양일간 쿠알라룸푸르에서 개최되었다. 사진=AP/뉴시스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 회원국들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공세에 맞서 개별 국가 차원의 협상을 서두르고 있지만, 뚜렷한 성과 없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고 28일(현지시각) 일본의 경제신문 닛케이 아시아가 보도했다.
말레이시아 말레이은행의 추아 학빈 애널리스트는 "미국이 '분할정복' 접근법을 선택하고 있다"며 "아세안 국가마다 다른 상호관세율과 미국의 불만에 직면해 집단적 협상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안와르 이브라힘 말레이시아 총리는 지난 26일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린 아세안 정상회의에서 관세 여파를 완화하기 위한 미국-아세안 정상회담을 제안하는 서한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냈다고 밝혔다. 하지만 회원국들은 아세안 연합체로서의 압박보다는 개별 양자협상을 선호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미국은 현재 베트남,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을 포함한 20개국과의 협상을 우선시하고 있다. 이 중 46% 관세를 부과받고 있는 베트남이 가장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베트남은 지난주 응우옌 홍 디엔 무역부 장관이 이끄는 대표단을 워싱턴에 파견해 2차 협상을 진행했다. 보잉 항공기와 엑손모빌 원유 등 미국 제품 구매 확대를 약속하고, 웨스팅하우스 일렉트릭과 원자력 개발도 논의 중이다. 최근에는 100개 이상의 베트남 기업을 미국 투자포럼인 셀렉트USA에 파견하기도 했다.

또한, 베트남은 자국 영토 내 중국 환적을 단속하고 있으며, 지난 수요일에는 트럼프의 아들 에릭이 참석한 가운데 트럼프 오가니제이션의 15억 달러 규모 골프리조트 기공식을 개최했다.

24% 관세에 직면한 말레이시아는 이번 주 미국과 2차 협상을 준비하고 있다. 말레이시아 관리들은 무역적자 해소와 비관세 장벽 제거, 기술 보호 강화 조치 협상에 열린 자세를 보이고 있다.

32% 관세율의 인도네시아는 60일 내 합의 도달 목표를 세우고 미국으로부터 액화석유가스, 원유, 대두, 밀 수입 확대를 제안했다. 바흐릴 라하달리아 에너지부 장관은 미국으로부터의 에너지 수입을 100억 달러 늘릴 수 있다고 밝혔다.
태국 역시 국영 석유·가스 대기업 PTT를 통해 미국산 액화가스 수입 확대를 검토하고 있다. 다만 36% 상호관세율에도 불구하고 워싱턴과의 협상 일정은 아직 잡지 못한 상태다.

관세율이 10%로 가장 낮은 싱가포르조차 의약품 수출 등 분야에서 양보안을 추진하고 있어, 아세안 전체가 미국의 관세 압박에 고심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BMI의 아시아태평양 국가리스크 책임자 대런 테이는 "아세안이 지금까지 미국과의 회담에서 단체 교섭력을 행사할 수 없었다"며 "이 세계 무역분쟁에서는 승자가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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