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머스크는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행정부 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해 왔지만 이제는 기업 경영에 집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27일(현지시각) 야후뉴스에 따르면 머스크는 지난주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카타르경제포럼에 참석해 “정치 자금 지원은 앞으로 훨씬 줄일 것”이라며 “지금까지는 충분히 했다”고 말했다. 이어 “정치 자금을 써야 할 이유가 생기면 다시 쓰겠지만 현재로서는 없다”고 덧붙였다.
세계 최고 부호인 머스크는 지난해 대선을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하는 ‘아메리카 정치활동위원회’를 통해 최소 2억5000만 달러(약 3390억원)를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설치한 정부효율부를 총괄하면서 연방정부 예산 절감과 인력 구조조정을 주도해 논란을 낳았다.
머스크는 백악관 단지 내에 사무실을 두고 있으며 링컨 침실에서 숙박한 사실이 알려질 만큼 트럼프 대통령과의 밀접한 관계를 유지해 왔다. 정식 각료는 아니지만 국무회의와 외교 회담에도 자주 모습을 드러내며 ‘비공식 핵심 인사’로 불려왔다.
공화당 전략가 알렉스 코넌트는 “정치 자금의 최대 후원자가 발을 빼겠다고 하면 당연히 큰 우려가 생긴다”며 “이번 대선에선 빠질지 몰라도 2028년 대선에서 마음에 드는 후보가 나오면 언제든 다시 자금을 투입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또 다른 공화당 전략가 브라이언 세이치크도 “머스크는 기분이나 상황에 따라 즉시 입장을 바꿀 수 있는 여유가 있다”며 “지금은 발을 빼겠다고 하지만 언제든 분노하거나 영감을 받아 다시 후원에 나설 수 있다”고 밝혔다.
머스크의 정치 자금 철회가 현실화될 경우 공화당은 내년 중간선거에서 의회 다수당 지위를 유지하기 위한 선거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다만 전략가 론 본진은 “트럼프 대통령이 스스로 막대한 자금을 모을 수 있는 영향력을 갖췄다”며 “머스크의 공백을 오히려 상회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머스크는 지난달 위스콘신주 대법관 선거에서 보수 후보를 지원하며 현장을 방문해 유권자 2명에게 각각 100만 달러(약 13억5600만원)의 수표를 전달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 선거에서는 진보 진영 후보가 승리하면서 머스크의 영향력에 의문이 제기됐다.
위스콘신 공화당 전략가 브랜든 숄츠는 “이번 선거는 머스크의 과잉 개입으로 이슈가 후보가 아니라 머스크 중심으로 변했다”며 “그가 너무 독이 되는 존재가 돼버려 민주당이 도리어 환호했다”고 평가했다.
민주당 전략가 앤트완 시라이트는 “머스크가 물러나더라도 정치적 피해는 이미 발생했다”며 “당장 전면에 나서지 않는다 해도 여전히 배후에서 움직일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한편, 민주당 소속 그레그 카사르 하원의원은 최근 머스크가 공화당 의원들과 에너지·인공지능 관련 회의를 위해 의회를 찾은 사실을 언급하며 “머스크는 사라지지 않았다. 우리는 그가 아직도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