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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세안 경제, 1분기 GDP 성장률 둔화... 무역전쟁 그림자 드리워

말레이시아·싱가포르·태국 등 무역 의존 국가들, 연간 성장률 하향 조정
미국 관세 부과 본격화 전에도 경제 모멘텀 약화... 중앙은행들 통화정책 완화 나서
싱가포르의 컨테이너 터미널. 무역 지향적인 경제는 올해 남은 기간 동안 미국 관세의 역풍을 예상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싱가포르의 컨테이너 터미널. 무역 지향적인 경제는 올해 남은 기간 동안 미국 관세의 역풍을 예상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동남아시아 6대 경제 대국 중 5개국이 2025년 1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 성장률 둔화를 보고했다. 이는 미국의 대규모 관세 부과가 본격화되기 전에도 이미 경제 모멘텀이 약화되기 시작했음을 보여주는 신호라고 19일(현지시각) 일본의 경제신문 닛케이 아시아가 보도했다.
태국 국가경제사회개발위원회(NESDC)가 19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태국의 1~3월 국내총생산(GDP)은 전년 동기 대비 3.1% 성장해 전 분기 3.3%에서 하락했다. 수출은 12.3% 증가했으나, 정부 지출 약화와 민간 소비 부진이 전체 성장률을 끌어내렸다. 특히 높은 가계 부채로 인해 내구재 지출이 1.4% 감소했고, 자동차 구매는 2.0% 감소했다.

이미 분기별 GDP 수치를 발표한 이웃 4개국도 모두 성장세 둔화를 보였다. 동남아시아 최대 경제국 인도네시아는 1분기에 4.87% 성장해 전 분기 5.02%에서 하락했으며, 2021년 3분기 이후 가장 약한 성장률을 기록했다.

말레이시아(4.4%), 싱가포르(3.8%), 베트남(6.93%)도 각각 전 분기의 4.9%, 5%, 7.55%에서 성장률이 하락했다. 유일한 예외는 필리핀으로, 금리 인하와 낮은 인플레이션에 힘입어 5.4% 성장해 전 분기 5.3%보다 소폭 상승했다.
경제 전문가들은 수출에 크게 의존하는 동남아시아 경제가 올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대규모 관세로 인해 큰 역풍에 직면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4월 초 발표된 미국의 국가별 관세율은 베트남 46%, 태국 36%, 인도네시아 32%, 말레이시아 24%, 필리핀 17%, 싱가포르 10%에 달한다.

캐피털 이코노믹스의 가레스 레더 선임 아시아 이코노미스트는 "단기적으로는 기업들이 전자제품에 대한 제품별 관세가 도입되기 전에 미국으로의 선적을 서두르면서 수출이 활성화될 수 있으나, 중국과 미국의 성장이 둔화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올해 하반기에 수출이 약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여러 동남아시아 국가들은 이미 2025년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다. 싱가포르는 지난달 미국의 관세로 인한 무역 불확실성을 이유로 연간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1~3%에서 0~2%로 낮췄다. 싱가포르의 간 김 용 부총리 겸 무역산업장관은 "무역 불확실성으로 인해 기업들이 투자 계획을 보류하고 있으며, 이는 세계 경제와 국내 경제의 둔화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말레이시아 중앙은행은 지난 16일 올해 성장률이 이전 전망치인 4.5~5.5%보다 "약간 낮을 것"이라고 밝혔다. 태국의 NESDC는 올해 연간 성장률을 기존 2.3~3.3%에서 1.3~2.3%로 하향 조정했다. NESDC는 "경제 성장은 높은 가계 및 기업 부채 부담으로 인해 여전히 제약을 받고 있으며, 글로벌 경제 및 무역 둔화와 무역 보호 조치의 영향으로 하반기에는 성장이 둔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카시콘 리서치 센터는 올해 태국의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2.4%에서 1.4%로 대폭 하향 조정하면서 "2분기부터 아세안 경제의 성장이 둔화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경제학자들과 업계 임원들은 미국의 관세가 GDP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태국 수출을 급격히 감소시켜 2분기 경제 실적이 부진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상황에 대응해 필리핀, 싱가포르, 태국의 중앙은행들은 지난달 미국의 관세 발표 이후 예상되는 역풍 속에서 자국 경제를 지원하기 위해 통화정책을 완화했다. 말레이시아 중앙은행은 2년 동안 기준금리를 3%로 유지해왔지만, 경제 성장이 부진함에 따라 금리 인하 압력이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전문가들은 미국과 중국 간 무역갈등이 동남아시아 경제에 이중 타격을 줄 수 있다고 우려한다. 미국의 고율 관세로 인한 직접적인 수출 감소뿐만 아니라, 중국이 최대 무역 파트너인 상황에서 미·중 무역전쟁으로 인한 중국의 경기 둔화가 동남아시아 국가들에 또 다른 부담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여러 국가들이 관세 부과가 시작되기 전에 미국과 양자 협상을 진행하고 있지만,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한 기업들의 투자 둔화와 정부의 더 적극적인 경기 부양책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신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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