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텍스 앞둔 비공개 만남…美 'AI 확산 규정' 비판 속 엔비디아의 돌파구 모색
글로벌 공급망 재편 신호탄? 인도 등 신흥 생산국 정책·산업에 미칠 파장 주목
글로벌 공급망 재편 신호탄? 인도 등 신흥 생산국 정책·산업에 미칠 파장 주목

이번 회동은 대만 최대 IT 박람회인 '컴퓨텍스(COMPUTEX)'를 앞두고 열렸으며, 특히 미국과 중국 사이 무역 관세와 기술 갈등이 깊어지는 가운데 더욱 눈길을 끈다.
현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을 대상으로 간헐적인 보복 관세를 매기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또한 물러서지 않겠다는 태도를 고수하면서 세계 반도체 시장의 불확실성은 날로 커지고 있다. 이런 까닭에 엔비디아 같은 거대 기술 하드웨어 기업들은 중국 시장 접근 방식을 두고 고심하고 있다.
◇ 美 규제 속 엔비디아의 '중국 전략'과 'AI 주권' 목소리
최근 트럼프 행정부는 엔비디아의 최첨단 AI 칩(호퍼 H20 등) 중국 수출을 제한했다. 이에 젠슨 황 CEO는 만찬 다음 날 대만 언론과 한 인터뷰에서 "중국에는 호퍼 칩을 공급하지 않을 것"이라고 공식 발표하고, "호퍼는 더는 업그레이드하거나 수정할 수 없다"고 밝히며 이러한 입장을 분명히 했다.
황 CEO는 또한 이전 바이든 행정부가 추진한 'AI 확산 규정(AI diffusion rule)'도 강하게 비판했다. 이 규정은 AI 칩 접근에서 국가별로 등급을 나누는 스포츠 리그식 계층 체계를 주요 내용으로 한다. 예를 들어 1등급으로 분류한 일본과 한국 등 미국의 핵심 동맹국은 새로운 제한이 거의 없었지만, 3등급인 중국과 러시아는 사실상 미국 칩 수입을 금지하거나 거의 불가능한 수준의 규제에 처했다.
인도, 멕시코, 포르투갈, 스위스 등을 포함한 2등급 국가들 역시 미국이 어떤 수준의 AI 칩을 수입할 수 있는지 부분 제한으로 통제할 수 있어, 사실상 기술 통제라는 비판이 나왔다. 새 트럼프 행정부의 미국 상무부(DOC)가 이 AI 확산 규정 변경을 철회하기로 결정한 지 불과 며칠 만에, 황 CEO는 타이베이에서 이전 AI 확산 규정이 "잘못됐다"고 지적하고 "기술 확산을 막는 것이 아니라 미국 기술의 최대 활용이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 TSMC와 협력 강화…AI 시대, 반도체 공급망 재편 가속화
한편, 엔비디아의 핵심 파운드리 협력사인 TSMC는 엔비디아, 애플 등 세계적인 대형 기술 기업의 핵심 칩을 대량 생산하는 세계 최대 파운드리다. 두 회사는 올해 초부터 실리콘 포토닉스(광집적회로) 분야에서 협력한다고 발표했지만, 대만 산업 전문가들은 실질적인 성과를 내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이들 반도체 거인의 행보는 '인도 반도체 미션'으로 자국 반도체 제조와 조립 역량 강화를 꾀하는 인도의 앞으로 정책에도 적잖은 영향을 줄 전망이다. 인도 정부는 대규모 반도체 공장 설립을 적극 추진하고 있으며, HCL-폭스콘 합작사를 포함한 여섯 번째 대형 생산시설(팹)이 곧 가동될 예정으로 전해지면서, 엔비디아와 TSMC의 전략 결정이 인도 같은 신흥 반도체 생산국의 정책과 산업 발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번 만남 뒤 다가올 컴퓨텍스 2025에서 엔비디아와 TSMC가 어떤 신기술, 신제품 또는 협력 계획을 발표할지 업계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AI 반도체, 실리콘 포토닉스, 공급망 다변화 등 핵심 분야에서 두 회사 협력 강화는 세계 반도체 산업 판도를 바꿀 만한 힘을 지녔다는 평가여서 앞으로 행보가 주목된다.
한편 엔비디아와 TSMC 최고경영자의 전략 만남은 미·중 기술 패권 경쟁, AI 칩 규제, 세계 공급망 재편 등 여러 문제와 맞물려 세계 반도체 시장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