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번 협정이 최종 타결될 경우 걸프 지역은 미국과 중국에 이어 세 번째 글로벌 AI 중심지로 떠오를 가능성이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로이터는 이번 잠정 합의에 대해 정통한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 정부가 올해부터 매년 50만 개의 엔비디아 고성능 AI 그래픽처리장치(GPU) 수출을 허용할 예정이며, 이 가운데 20%인 10만 개는 UAE의 기술기업 G42가 받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나머지는 마이크로소프트·오라클 등 미국의 대형 IT 기업들이 UAE에 데이터센터를 설립할 경우 공급받게 된다. 합의안은 최소 2027년까지 유효하며 2030년까지 연장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일부 조항은 여전히 조율 중이며 미국 정부 내 일부 반발도 존재한다고 로이터가 전했다. 특히 조 바이든 전 행정부 시절 도입된 수출 제한 조치를 현 트럼프 행정부가 철회할 계획임에 따라 이 협상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고 로이터는 덧붙였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번 주 걸프 지역을 순방 중이며 지난 13일 사우디아라비아로부터 엔비디아, AMD, 퀄컴 등 반도체를 대량 구매하는 6000억 달러(약 826조원) 규모의 투자 약속을 끌어냈다고 밝혔다. 이번 UAE와의 잠정 합의는 트럼프 대통령의 친(親)걸프 국가 전략의 연장선으로 해석된다.
G42는 아부다비 국부펀드 무바달라와 UAE 통치 가문, 미국 사모펀드 실버레이크가 지분을 보유하고 있으며 회장인 타흐눈 빈 자이드 알나하얀은 UAE 국가안보보좌관이자 대통령의 친동생이다. 로이터에 따르면 이번 협정에는 G42가 UAE에 데이터센터를 건설할 경우 미국에도 같은 규모의 시설을 짓는다는 조건이 포함돼 있다.
이번에 논의 중인 GPU는 현시점에서 가장 진보한 AI 반도체로 평가받는 엔비디아의 블랙웰 또는 곧 출시될 루빈 칩을 의미한다. 이들 칩은 기존 호퍼 시리즈보다 훨씬 높은 연산 성능을 제공한다.
현재 AI 인프라의 대부분은 미국과 중국에 집중돼 있다. 이번 협정이 성사되면 걸프 지역, 특히 UAE가 제3의 AI 강국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