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문학적 재정 부정 의혹과 이사진 협박... 세계경제포럼 창립자 55년 통치 전격 종료

월스트리트저널은 지난 13일(현지시각) 슈밥이 세계경제포럼(WEF)과 전면 대립을 벌이는 가운데 재정 부정 의혹 등에 관한 조사가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슈밥은 지난달 18일 이사회 감사위원회에 보낸 이메일에서 "앞으로 24시간 안에 내 평판을 훼손한 것에 사과하며 이사회에 보낸 문서를 철회할 기회가 있다"면서 "이를 쉽게 하려면 내가 형사 고발을 할 것이라는 사실을 언급해도 좋다"고 압박했다.
이 폭탄선언은 슈밥 부부가 해마다 약 5억 달러(약 6900억 원)의 수입을 올리는 비영리단체인 WEF 재정을 개인 자금과 부적절하게 섞어 썼다는 내부고발 조사를 막으려는 시도였다. 하지만 이는 오히려 자신의 몰락을 부른 시발탄이 됐다.
WEF는 블랙록의 래리 핑크 최고경영자, 요요마, 알 고어 전 미국 부통령, 요르단 왕비 등 약 30명의 이사진이 있다. 이들은 감사위원회의 조사 필요성에 모두 동의했다. 이사회는 또한 증거 인멸 우려 때문에 빠른 조치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지난달 21일 WEF는 슈밥의 즉각 회장직 사퇴를 발표했다. 그는 이메일, 재무 문서 및 다른 기록을 없애지 말라는 지시를 받았으며, 직원들과 만남이나 WEF 컴퓨터 시스템 사용이 금지됐다.
앞서 월스트리트저널은 2024년 여성과 흑인 직원들에 관한 유해한 직장 문화 증거를 폭로했고, 이에 따라 코빙턴앤벌링과 홈버거 법률사무소의 조사가 이어졌다. 슈밥의 아들 올리비에 슈밥도 심각한 성희롱 사건을 눈감아준 혐의로 사퇴 권고를 받았다.
WEF는 스위스 감독기관 지지를 받아 내부고발 의혹에 관한 독립 조사를 시작하기로 결정했다. "이 과정은 철저하고 성실하게, 그리고 때맞춰 수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 제네바 호수 별장과 노벨 평화상 의혹
내부고발자 서한에는 11개 분야 의혹이 담겼다. 여기에는 WEF 자원 오용부터 여성 직원들에 관한 슈밥의 부적절한 행동까지 다양한 의혹이 포함됐다.
특히 논란이 된 것은 2018년 WEF가 제네바 호수가 보이는 본부 옆 저택 '빌라 문디'에 약 3000만 달러(약 419억 원)를 쓴 뒤 약 2000만 달러(약 279억 원)의 고치는 공사를 진행한 사실이다. 이 사업은 슈밥의 아내 힐데가 감독했으며, 그녀는 WEF 직원들이 빌라 문디를 쓸 수 있는 방법과 시기를 통제했다. 내부고발자 서한과 상황에 익숙한 한 관계자는 직원들이 슈밥 부부가 독점으로 쓰는 것으로 알려진 전체 층에 들어갈 수 없었다고 전했다.
또한 이 서한은 슈밥이 노벨 평화상 후보로 지명받기 위해 WEF 자원과 직원들을 사적으로 동원했다고 폭로했다. 내부고발자는 '이는 WEF의 공식 활동이 아니라 슈밥 개인의 명예를 위한 작업을 마치 단체 활동인 것처럼 위장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슈밥은 대변인을 통해 내부고발 진정서의 모든 혐의를 부인했다. "우리는 WEF의 감사 및 위험 위원회와 이사회가 새 조사 권한에 관한 깊이 있는 사전 논의 없이 시기로도 지나치게 반응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저와 아내는 지난 55년 동안 항상 최고 전문, 재정, 윤리 기준에 맞게 공공 봉사에 전념해 왔다"고 슈밥이 덧붙였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