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욕타임스(NYT)는 중국은 동남아시아 및 라틴아메리카 국가들과의 협력을 강화하며 경제적 동맹 확대에 주력하는 동시에, 영유권 분쟁과 군사적 경쟁에서는 기존 강경 노선을 유지할 계획이라고 14일(이후 현지시각) 보도했다.
관세 휴전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간의 통화 및 정상회담 가능성을 열어줄 수 있지만, 중국 내에서는 이번 조치가 “미국의 일시적 전술 후퇴”에 불과하다는 인식이 강하다. 미국 브루킹스연구소의 조너선 친 외교정책연구부문 의장은 “베이징은 미국의 적대적 기조가 변하지 않았다고 판단하고 있고, 제2의 무역전쟁에 대비하는 정책 노선을 고수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 정부는 13일 발표한 안보 백서를 통해 “외부 세력들이 중국의 변경 지역과 주변 안보에 대한 위협을 높이고 있다”고 경고하며,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미국과 동맹국들이 군사 동맹을 강화하는 움직임을 ‘배타적 연합’이라고 비판했다.
이러한 가운데, 중국은 최근 일본과 영유권 분쟁이 있는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 인근에 해안경비대 헬기를 진입시키고, 필리핀과 분쟁 중인 남중국해 샌디 케이에 상륙하는 등 실력 행사도 병행하고 있다. 이는 미·필리핀 연합 군사훈련이 시작되기 직전 발생한 일이다.
또한, 중국은 지난달 대만 주변에서 대규모 봉쇄 훈련을 실시하며 무력 시위를 벌였다. 시 주석은 최근 베트남, 캄보디아, 말레이시아를 잇따라 방문해 경제 협력 메시지를 강조했지만, 동시에 “영토 문제에서 양보는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백악관과 국무부에서 중국 정책을 담당했던 줄리언 거위르츠 전 보좌관은 “중국은 지금이 주변국과의 관계를 재편할 기회라고 판단하고 있다”며 “경제적 인센티브와 영토 압박을 동시에 구사하는 이중 전략을 펼치고 있다”고 밝혔다.
NYT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고율 관세 정책이 중국에는 일종의 기회가 됐다는 분석도 있다. 중국은 스스로를 ‘예측 가능하고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로 포장하면서 미국과 다른 이미지를 구축하려 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의 군사력 재배치, 기술 수출 통제, 대만 문제 등 핵심 갈등 요소는 여전히 해결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미국 국방부 인도·태평양 안보담당 차관보를 지낸 엘리 래트너는 “미국과 아시아 동맹국들은 방위 협력을 무역과 분리해 접근하려 하고 있다”며 “그러나 대부분의 동맹국은 중국을 최대 안보 위협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관세 조정으로 외교적 승리를 노릴 수 있으나, 중국은 여전히 미국과의 전략 경쟁이 길게 이어질 것으로 보고 내부적 대비를 강화하고 있다. 상하이 국제문제 전문가 션딩리 교수는 “무역 갈등이 잠시 누그러질 수는 있지만 양국은 너무 많은 충돌 지점을 갖고 있어 근본적인 신뢰 회복은 쉽지 않다”고 말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