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별 관세, 향후 미·중 협상 전망 불확실...경제 충격 해소에 시일 걸려

CNN은 “미·중 양측의 합의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긍정적이다”라면서 “월가는 관세 쇼크에 따른 악몽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장엄한 파티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다수의 경제 전문가들은 미국이 경기 침체와 공급망 교란 위기에서 완전히 벗어난 것이 아니라고 진단했다. 관세율이 지난 수십 년 사이에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울 만큼 높고, 불확실성이 여전히 사라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미·중 협상과 관세 전쟁이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 알 수 없는 게 현실이다. 관세 전쟁에 따른 신뢰 상실과 경제적 충격이 하루아침에 회복되기 어렵다.
미국은 이에 앞서 영국과 무역 협상을 타결했다. 미국은 영국산 자동차에 대한 품목별 관세를 연간 10만 대에 한해 기존 25%에서 10%로 낮추기로 했다. 또 영국산 철강·알루미늄에 대한 25%의 관세를 폐지하기로 했다. 영국은 에탄올·소고기·농산물·기계류 등의 시장을 개방하기로 했다. 미국은 영국에 대한 10%의 기본 관세는 유지하기로 했다.
무디스는 이날 미국이 영국과 관세 협상 타결로 유효 관세율이 21.3%에서 13.7%로 낮아졌으나 이는 1910년 이후 최고 수준에 머물러 있다고 지적했다.
마크 잔디 무디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이 방송에 “미국이 현재의 관세 수준을 유지하면 향후 1년 사이에 경제성장률이 1%포인트가량 낮아지고, 인플레이션도 1%가량 올라갈 것”이라고 말했다.
잔디 이코노미스트는 미국의 연속적인 관세 협상 타결로 경기 침체 가능성이 낮아졌으나 제로로 내려간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는 미·중 간 합의에 따라 미국이 올해 경기 침체에 빠질 확률이 기존의 60%에서 45%로 내려갔다고 말했다.
저스틴 울퍼스 미시간대 경제학 교수는 “경기 침체 가능성이 과거보다 낮아졌으나 그 확률은 여전히 50대50 정도”라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협상을 타결하지 않았으면 경기 침체 확률이 75%에 이르렀을 것이라고 말했다.
울퍼스 교수는 미국의 경기 침체 확률이 낮아졌으나 공급망 교란 사태 가능성이 여전히 사라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전쟁을 시작하기 이전 상태로 공급망이 재정비되려면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이라고 그가 설명했다.
보험회사 네이션와이드의 캐시 보스트자닉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올해 미국의 경제성장률이 0%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가 미·중 관세 협상으로 간신히 플러스 성장세를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미국의 올해 인플레이션은 미·중 협상 이전 4%에서 3.4%로 낮아지는 데 그칠 것이라고 그가 전망했다.
CNN은 “미·중 무역 전쟁이 휴전 상태로 아직 끝난 게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특히 반도체, 의약품, 목재, 구리, 핵심 광물 등 품목별 관세가 여전히 미제로 남아 있다.
조 브루스에라스 RSM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관세로 미국이 향후 12개월 사이에 경기 침체에 빠질 가능성을 55%로 예상했다. 그는 “미·중 회담으로 양국 경제의 디커플링(탈동조화)을 막았지만, 세부 사항이 아직 미결로 남아있다”고 지적했다.
도이체방크는 이날 투자 메모에서 “글로벌 경제 성장 전망이 밝아졌다”면서 “미국의 무역 정책이 더 타협적으로 변했고, 관세 범위가 줄어들 것으로 보이나 무역 전쟁의 불확실성이 여전히 피크(정점) 상태에 머물러 있다”고 평가했다.
미국과 중국은 서로 부과한 상호 관세를 일단 90일간 각각 115%P씩 대폭 낮추기로 했다. 미국은 우선 지난달 2일 이후 중국 상품에 부과한 추가 관세 125% 중 91%는 취소하고 24%는 90일간 유예하기로 했다. 올해 2월과 3월에 각각 10%씩 부과했던 마약 펜타닐과 관련한 관세 20%는 그대로 남겨두기로 했다. 미국이 트럼프 2기 들어 중국 상품에 매긴 관세는 145%에서 30%로 낮아지게 됐다. 중국도 미국에 대한 보복 관세율을 미국과 같은 폭으로 115%P 내려 기존 125%에서 10%로 조정했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