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글로벌이코노믹 로고 검색
검색버튼

무역전쟁 속 홍콩 IPO 시장 '활황'…상장 창구 닫힐까 '조기 상장' 러시

올해 첫 4개월 IPO 신청 29% 급증, 152개 기업 상장 대기…미·중 갈등 속 '기회' 포착
CATL 등 대형 기업 IPO 임박, 홍콩 증시 '회복세' 힘입어 자금 조달 '기대감' 고조
2023년 12월 1일 베이징에서 열린 박람회에서 중국 배터리 제조업체 CATL의 부스를 방문하는 사람들. 사진=AFP/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2023년 12월 1일 베이징에서 열린 박람회에서 중국 배터리 제조업체 CATL의 부스를 방문하는 사람들. 사진=AFP/연합뉴스
홍콩 증권 거래소(HKEX)에 기업공개(IPO) 신청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개선된 시장 심리와 고조되는 미·중 무역 긴장 속에서 잠재적 발행자들이 상장 기간이 좁아질 수 있다는 우려감에 서둘러 상장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5일(현지시각) 홍콩에서 발행되는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보도했다.
올해 첫 4개월 동안 HKEX 메인 보드에 상장 신청서를 제출한 기업은 112개로,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의 87개보다 29% 증가한 수치다. 특히 지난달에는 43건의 신청이 접수되어 2024년 4월의 두 배에 달하는 빠른 증가세를 보였다.

지난해 제출된 활발한 서류를 포함하면 현재 152개 기업이 아시아에서 세 번째로 큰 증권 거래소인 홍콩 증시 상장을 기다리고 있다.

홍콩 소재 로펌 시들리 오스틴(Sidley Austin)의 파트너인 셜린 라우는 "많은 기업들이 홍콩 상장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며 "연말까지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기 때문에 많은 기업들이 빠른 속도로 신청서를 제출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녀는 이러한 활발한 움직임이 지난해의 더딘 IPO 파이프라인과는 뚜렷한 대조를 이룬다고 덧붙였다.

라우 파트너는 최근 홍콩 증시의 성공적인 IPO 사례들과 소비재, 인공 지능, 로봇 공학, 에너지, 생명 공학 등 특정 활황 산업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 증가에 힘입어 기업들이 더 나은 기업 가치 평가를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녀는 "기업들은 이러한 긍정적인 모멘텀이 2026년까지 지속될 것이라는 전제 하에 움직이고 있으며, 상장이라는 '창문'이 열렸을 때를 대비하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올해 남은 기간 동안 홍콩 IPO 시장 전망에 대해 조심스럽게 낙관적인 견해를 보이는 가운데, 로펌 프레시필즈(Freshfields)의 파트너인 리처드 왕은 미국의 불확실성이 홍콩 시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왕 파트너는 "국제 자본은 홍콩 거래량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며, 이는 홍콩 시장이 미국의 변동성에 취약하다는 것을 의미할 수 있다"며 "미국의 잠재적인 경기 침체는 홍콩 신규 상장의 주요 원천인 중국 기업을 포함한 세계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하지만 왕 파트너는 홍콩 시장이 긍정적인 모멘텀과 매력적인 밸류에이션을 바탕으로 여전히 건전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으며, 이러한 추세가 연말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홍콩의 벤치마크 지수인 항셍 지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월 20일 취임한 이후 15% 상승했으며, 지난 4월 7일 관세 부과 이후 저점에서 14% 상승하는 등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딜로직(Dealogic) 데이터에 따르면, 4월 말 현재 16건의 상장을 통해 23억 5천만 달러를 유치하면서 홍콩의 글로벌 IPO 거래 금액 점유율은 1년 전 3%에서 5년 만에 최고치인 7%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올해 들어 현재까지 홍콩에서 가장 큰 IPO는 중국 최대 신선 음료 체인인 믹슈 그룹(Mixue Group)으로, 올해 전 세계에서 13번째로 큰 규모인 5억 1,080만 달러를 조달했다. 믹슈의 소매 IPO 부문은 지난 2월 1조 6천억 홍콩달러(미화 2,060억 달러) 이상의 청약을 유치하며 뜨거운 관심을 입증했다.

왕 파트너는 "기업들은 가능한 한 빨리 규제 당국의 승인을 받은 신청서를 준비하여 (올해 하반기)에 잠재적인 상장 기간을 신속하게 활용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세계 최대 전기차 배터리 생산업체인 CATL(Contemporary Amperex Technology)은 지난 3월 말 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CSRC)로부터 홍콩 상장 승인을 받은 후 오는 5월 12일 주에 홍콩 증시에 데뷔할 예정이다.

지난 2월 홍콩 증권 거래소에 상장 신청서를 제출한 CATL은 2021년 1월 콰이쇼우 테크놀로지(Kuaishou Technology)의 62억 달러 규모 딜 이후 홍콩에서 가장 큰 규모인 최소 50억 달러를 조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외에도 중국의 거대 제약 회사인 장쑤 헝루이 제약(Jiangsu Hengrui Pharmaceuticals)과 조미료 생산업체인 포산 하이티안 향료 식품(Foshan Haitian Flavoring &Food) 역시 지난 1월 홍콩 상장 계획을 제출한 데 이어 최근 CSRC로부터 홍콩 상장 승인을 받았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헝루이는 약 20억 달러, 하이티안은 약 15억 달러 조달을 목표로 할 수 있다고 전해진다.

이처럼 다수의 대형 중국 기업들이 홍콩 증시 상장을 서두르는 것은 미·중 무역 전쟁 격화에 따른 불확실성을 피하고, 홍콩 증시의 회복세에 힘입어 유리한 조건으로 자금을 조달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홍콩 IPO 시장의 활황세가 지속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신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
맨위로 스크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