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상거래 기업 시(Sea)와 에너지·원자재 주식 직격탄...기업들 IPO 연기·배당정책 변경
미국의 관세 '일시중단' 이후 대부분 회복됐지만 수입확대 압박에 에너지 업체들 우려
미국의 관세 '일시중단' 이후 대부분 회복됐지만 수입확대 압박에 에너지 업체들 우려

QUICK-FactSet 데이터에 따르면, 4월 2일부터 9일까지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태국, 필리핀, 말레이시아, 베트남 6개국의 4500개 상장 비금융 기업 가치가 1619억 달러 감소했다. 이로 인해 총 시가총액은 1조7200억 달러로 급락했다.
"그것은 정확히 주가 변동성의 롤러코스터 타기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이었다"고 태국의 한 일본 금융 임원은 평가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4월 9일 대부분의 관세를 90일간 중단한다고 발표한 후, 주식 대부분은 회복세를 보였다. 시장 가치는 14일 종가 기준 1조8400억 달러로, 관세 발표 이전보다 약 400억 달러 낮은 수준이다.
동남아시아 최대 상장 소매기업인 싱가포르 기반 시(Sea)는 4월 8일 기준 166억 달러의 가치가 하락했다. 쇼피(Shopee) 온라인 쇼핑 플랫폼을 운영하는 시는 미국과 직접 거래하거나 미국에서 사업을 하지 않지만, 관세가 전반적인 소비자 심리를 냉각시키고 지역 경제 성장을 둔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주가에 반영됐다.
에너지 및 원자재 관련주도 큰 타격을 입었다. 인도네시아의 바리토 재생에너지(Barito Renewables Energy)는 가치가 107억 달러나 감소했다. 바리토 퍼시픽 그룹의 일원인 이 회사는 자바섬에서 지열 발전소를 운영하며 2023년 상장 이후 급격한 주가 상승을 이뤘다. 관세 일시 중단 발표 후 주가는 트럼프의 4월 2일 발표 이전 수준 이상으로 반등했다.
그러나 일부 주식들은 회복 속도가 더딘 모습을 보이고 있다. 태국만에서 천연가스를 생산하는 국영 에너지 그룹 PTT의 자회사인 PTT Exploration and Production은 14일 시가총액이 관세 발표 전보다 13% 하락했다. 베트남의 Petrovietnam Gas는 12%, 인도네시아의 Bayan Resources는 16% 하락했다.
"무역전쟁이 세계 경제 둔화를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가 원유와 같은 원자재 가격에 부담을 주고 있다"고 일본 다이이치 생명 연구소의 토루 니시하마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설명했다. 그는 "동남아시아 국가들이 협상 카드로 미국으로부터 LNG 수입을 늘릴 가능성이 있다"며 "이는 미국보다 생산성이 낮은 동남아 에너지 기업들의 가치 하락으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전자 부품 제조업체들은 미국이 스마트폰과 같은 기기를 관세 대상에서 제외하면서 반사이익을 얻었다. 애플 제품에 부품을 공급하는 대만 델타일렉트로닉스의 태국 자회사는 시가총액이 12% 감소한 206억 달러까지 하락했다가 월요일 현재 255억 달러로 회복했다.
이러한 예측 불가능성은 기업들이 전략을 재고하도록 촉발했다. 베트남 최대 철강회사인 호아팟 그룹(Hoa Phat Group)은 4월 8일 배당금의 일부를 현금 대신 주식으로 분배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운전자본을 더 확보하기 위한, 현지 언론에 따르면이다.
또한, 한국 쿠쿠일렉트로닉스의 말레이시아 지사는 계획된 기업공개(IPO)를 연기했고, 대만 의류 제조업체 에클랫 텍스타일(Eclat Textile)은 인도네시아 신규 공장 건설을 미루고 있다.
동남아시아 국가들은 그동안 미·중 갈등 속에서 대체 수출 기지로 자리매김하며 이익을 얻었지만, 관세 협상의 일환으로 미국으로부터의 수입을 늘려야 할 경우, 상황이 바뀔 수 있다. 특히 에너지 분야에서 미국 LNG 수입 증가는 현지 에너지 기업들에 장기적 도전이 될 수 있다.
분석가들은 트럼프의 관세 정책이 계속 변화할 가능성이 있어 동남아시아 시장에 대한 불확실성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90일간의 유예 기간이 끝난 후 어떤 결정이 내려질지가 시장의 주요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신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