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로이터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외교부와 상무부 소속 고위 관료들에게 휴가를 전면 취소시키고 휴대전화를 24시간 켜두라는 지침을 내렸다. 미국을 담당하는 부서에는 트럼프 대통령 1기 당시 대응 경험이 있는 관료들을 대거 재배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공산당 선전부도 대응 기조 수립에 핵심적 역할을 하며 “절대 굴복하지 않는다”는 마오쩌둥 전 국가주석의 발언 영상을 SNS에 게재하는 등 대내외 메시지 발신을 주도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일 “중국 같은 나라들이 미국을 뜯어먹지 못하도록 하겠다”며 중국산 수입품에 최고 125%의 관세를 부과한다고 발표했다. 이 조치에 대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중국 국민은 미국 국민보다 더 큰 고통을 감내할 준비가 돼 있다”며 애국주의적 메시지로 맞받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후 “중국은 공포에 질려 잘못 대응하고 있다”며 “거래를 원하지만 방법을 모르는 듯하다”고 비판했다.
중국은 트럼프 대통령의 이른바 ‘해방의 날’ 관세 부과 직후 전면 대응으로 전환했다. 무역 협상 가능성을 타진하던 기존 노선에서 벗어나 전면전 수준의 대응으로 기조를 선회한 것. 익명을 요구한 중국 정부 관계자는 “트럼프 1기 당시 전략을 바탕으로 이미 60여 개 미국 기업에 대한 보복조치와 희토류 수출 규제 등 대응 수단을 사전에 정비해 둔 상태”라고 말했다. 실제로 중국은 관세 보복을 미국 증시 개장 직전이자 청명절 연휴 기간인 지난 4일 오전 발표하며 즉각적인 반응을 보였다.
중국 외교부는 주요 20개국(G20) 회원국을 포함해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압박을 받은 국가들에 협조를 요청하는 외교서한을 보냈다. 일부 국가에 대해서는 다자무역체제 지지를 촉구하는 공동성명 초안을 제시하기도 했으나 유럽연합(EU) 외교관은 “중국의 산업 보조금과 과잉 생산능력에 대한 우려는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중국 내에서도 자국 소비 확대를 통한 내수 중심 성장 전환 움직임이 감지된다. 관영 인민일보는 지난 7일 사설을 통해 “당황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실었고 온라인상에서는 이를 인용한 게시물이 확산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최근 국민들에게 소비를 장려하며 부동산 경기 침체 이후 경색된 경제 심리를 전환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외교적으로는 중국 외교부가 미국 주재 자국 대사들을 본국으로 소환해 전략회의를 진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중국 외교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강경파 참모인 마르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 및 마이크 월츠 국가안보보좌관과의 접촉을 시도했으나 모두 성사되지 못했다.
백악관 측은 “중국이 시진핑 주석 명의로 통화를 요청한 적이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중국 측이 비공식 채널로 트럼프의 최측근인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와 접촉을 시도한 사실도 확인됐지만 머스크 측은 공식 응답을 하지 않았다.
중국 재정부는 지난 11일 발표를 통해 “미국의 관세 전략은 농담 수준”이라며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가 이미 125%에 이르렀으며 이후 미국이 관세를 추가 인상하더라도 중국은 더 이상 맞대응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자오밍하오 중국 푸단대 국제관계학 교수는 “전통적인 정상회담 방식으로는 현재의 미·중 간 입장차를 해소할 수 없다”며 “실질적 업무 레벨에서의 합의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고 평가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