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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과학자들, 면역력 150배 증가시키는 분자 '엘리베이터' 개발

암·바이러스 치료에 획기적 발전... "백신 전달 '라스트 마일' 문제 해결"
동물실험서 흑색종 완전 억제,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 99% 감소 효과
중국 연구진이 암과 전염병 치료에 획기적 발전을 가져올 수 있는 새로운 기술을 개발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중국 연구진이 암과 전염병 치료에 획기적 발전을 가져올 수 있는 새로운 기술을 개발했다. 사진=로이터
중국 연구진이 암과 전염병 치료에 획기적 발전을 가져올 수 있는 새로운 기술을 개발했다. 종양과 감염에 대한 면역 반응을 최대 150배까지 증폭시키는 분자 '엘리베이터' 기술이 네이처(Nature) 저널에 발표됐다고 5일(현지시각) 홍콩에서 발행되는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보도했다.
광저우시 중산대학교, 푸단대학교, 랴오닝대학교 연구진이 공동으로 진행한 이번 연구는 흑색종 및 간암 같은 악성 종양 치료와 코로나19와 같이 빠르게 변이하는 바이러스에 대한 백신 효과 개선이라는 두 가지 잠재적 이점을 제시하고 있다.

연구의 교신저자인 중산대학교 제1부속병원 정밀의학연구소 왕지 연구원은 "면역 방어에 중요한 CD8+ T 세포에 백신 항원을 전달하려면 항원제시세포(APC)로의 세포질 진입, APC 활성화, 소포체 표적화의 세 가지 중요한 단계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이 개발한 시스템 'SABER'(STING Agonist-Based ER-Targeting Molecules)는 분자 "엘리베이터" 역할을 하여 세포 장벽을 우회해 항원을 소포체(ER)로 직접 운반함으로써 백신 전달의 "라스트 마일" 문제를 해결한다. 소포체는 종종 핵과 세포질과 같은 세포 하부 구조를 연결하는 세포 "고속도로"로 불린다.
왕 연구원은 전통적인 백신 접종을 등산객들을 산기슭으로 안내하는 것에 비유했다. 반면 SABER는 마치 전용 택배처럼 세포질에서 소포체로 항원을 정확하고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기능을 한다.

동물 실험에서 SABER는 기존 주요 촉매보다 5배 이상 뛰어난 효능으로 CD8+ T 세포의 면역 반응을 향상시켰다. 특히 특정 흑색종을 가진 쥐의 질병 진행을 완전히 억제해 모든 쥐가 생존할 수 있게 했다. 반면 대조군은 종양 성장이 일부 지연되었을 뿐, 약 90%가 5주 이내에 사망했다.

코로나19 펩타이드 백신 임상시험에서는 SABER 기술을 기반으로 한 백신이 유발하는 T세포 반응이 대조군보다 150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바이러스 감염 연구에서는 이 기술을 적용한 쥐의 폐와 뇌에 있는 바이러스 양이 대조군의 약 1%에 불과했다.

SABER는 CD8+ T 세포의 면역 반응을 강화했을 뿐만 아니라, 항체의 형질 세포 생산을 통해 보호 효과를 달성하는 체액성 면역 반응도 높이는 데 도움이 되었다. 이 기술은 순환하는 CD8+ T 세포의 30%를 항원 특이적 세포로 전환할 수 있는 반면, 다른 촉매는 5%를 초과하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
왕 박사는 "우리는 간암 및 암종과 같이 잘 정의된 항원을 가진 종양에서 시작하여 만성 바이러스 감염 및 예방 백신으로 확장하는 중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며 "이 과정은 상대적으로 오래 걸릴 수 있지만 이미 중요한 첫 걸음을 내디뎠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암 치료와 감염병 예방에 혁신적인 접근법을 제시함으로써 의학계의 큰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기존 백신 기술의 한계를 극복하고 면역 반응을 대폭 향상시킬 수 있는 잠재력을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전문가들은 이 기술이 실용화될 경우 암 면역 치료의 효과를 크게 높이고, 미래의 팬데믹에 대응하는 백신 개발에도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다만 인체 임상시험과 안전성 검증 등 상용화까지는 아직 여러 과정이 남아있는 상태다.


신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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