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월스트리트 아성에 댈러스의 '열스트리트' 도전

텍사스주 댈러스·포트워스(DFW) 지역에 형성된 금융 지구는 흔히 ‘열스트리트’로 불린다. 텍사스 지역 사람들은 ‘안녕하세요?(How do you do, you all?)’라는 인사말을 줄여 ‘하우디 열?(Howdy, y’all?)’이라는 표현을 자주 쓴다. 열스트리트는 세계 최대 금융허브인 ‘월스트리트’와 텍사스 사투리 ‘열’을 결합한 말로 DFW 금융산업을 일컫는 신조어다.
WSJ는 “뉴욕 타임스스퀘어에 있는 나스닥이 텍사스 댈러스에 첫 지역 거래소를 열기로 한 것은 뉴욕 금융기관들이 텍사스로 이전하고 있는 최근 사례 중의 하나로 텍사스가 미 동부 지역 금융산업 중심지를 위협하는 움직임”이라고 지적했다. 댈러스 나스닥 거래소는 올해 연말부터 증권 거래를 시작한다.
댈러스 거래소는 특히 기업공개(IPO)뿐 아니라 나스닥의 기술 금융 범죄 관리 업무를 관장한다. 나스닥 상장 고객에게 금융 사기와 돈세탁 방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주 업무다.
나스닥은 1971년에 설립됐고, 1990년대와 2000년대 초에 기술 붐을 타고 급성장했다. 미국에서 기술 산업의 중심지는 캘리포니아주 실리콘밸리다. 그러나 나스닥은 실리콘밸리에 거래소를 열지 않았고, ‘열스트리트’에 첫 지역 거래소를 연다.
나스닥 상장 기업 중에서 텍사스에 본사를 둔 회사가 200개를 넘는다. 텍사스주는 지난해에 기업 전문 법원을 개설해 밀려드는 기업들의 법률 문제를 전담하도록 했다.
뉴욕증권거래소(NYSE)는 기업들의 신규 상장을 유치하기 위해 텍사스에 증권거래소를 열기로 했다. NYSE는 일리노이주 시카고에서 143년간 운영해온 증권거래소 NYSE 시카고를 텍사스주 댈러스로 이전해 NYSE 텍사스라는 이름으로 기업들에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블랙록·시타델 증권·찰스 슈와브 등 금융기업이 투자한 텍사스증권거래소(TXSE)도 2026년 개설을 목표로 추진되고 있다. 미국의 기업공개(IPO) 시장은 2000년대 이후 NYSE와 나스닥이 사실상 지배해왔다.
굴지의 금융기관들도 텍사스에 대형 사옥을 짓고, 뉴욕 본부의 업무 중 일부를 옮기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댈러스 교외 지역에 5000명 이상 직원을 수용할 수 있는 새로운 캠퍼스를 5억 달러 규모로 짓고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는 2027년 완공을 목표로 댈러스 외곽에 30층 높이 건물을 짓고 있다. 웰스파고도 이곳에 사무용 타워 2개 동의 완공을 앞두고 있다. JP모건 체이스는 이미 지난 10년간 댈러스에 4개의 건물을 지었고, 댈러스에 근무하는 직원이 현재 3만1000명으로 2만8300명의 뉴욕보다 많다.
텍사스는 최근 빅테크의 새로운 중심지로 떠올랐다. 빅테크가 실리콘밸리를 중심으로 성장했으나 이제 캘리포니아주를 떠나거나 제2의 근거지로 텍사스를 선택하고 있다. 애플은 텍사스주 휴스턴에 25만㎡ 규모의 공장을 신설해 인공지능(AI) 시스템용 서버를 구축한다. 페이스북 모회사 메타는 정책 수립과 콘텐츠 조정을 담당하는 신뢰·안전팀을 캘리포니아에서 텍사스 등으로 옮겼다.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는 텍사스 오스틴 인근에 직원들을 위한 도시 '스네일브룩(Snailbrook)'을 개발하고 있고, 그의 우주기업 스페이스X는 텍사스 남부 보카치카에서 로켓 제조 기지를 확장한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