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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미국 농산물에 관세 부과...식량 무기화 나서

팬데믹 이후 식량 자급률 높아져 '자신감'
세계 식량 안보 불안...각국 대비책 '필수'
존 디어 콤바인이 미국 오클라호마주 스케디 근처에서 겨울 밀을 수확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존 디어 콤바인이 미국 오클라호마주 스케디 근처에서 겨울 밀을 수확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미국과 중국의 무역 전쟁이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중국이 미국 농산물에 대한 관세를 공식적으로 발효하며, 식량을 무역 전쟁의 핵심 무기로 활용하기 시작했다. 이는 세계 최대 경제 대국 간 갈등이 단순한 무역 분쟁을 넘어 식량 안보까지 위협하는 심각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음을 보여준다.

9일(현지 시각)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중국은 미국산 곡물과 단백질, 면화, 신선 농산물 등 광범위한 품목에 대해 10~15%의 관세를 부과했다. 이는 에너지, 중요 금속에 이어 농산물까지 무역 전쟁의 대상으로 삼겠다는 의지를 명확히 한 것이다. 또한 중국은 미국 3개 기업의 대두 수입과 모든 미국 목재 구매를 중단하며 압박 수위를 높였다.
이러한 조치는 중국이 미국의 주요 수출 시장인 농산물 분야에서 영향력을 약화시키고, 식량 안보를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미국 중서부 농업 지대의 상당 부분이 공화당 지지 기반이라는 점에서 정치적 압박 효과까지 노린 것으로 분석된다.

중국이 미국 농산물에 대한 관세를 부과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농업 자립도 향상과 경기 침체로 인한 수요 감소가 자리 잡고 있다. 중국은 14억 인구의 식량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으며, 이를 위해 농업 생산성 향상에 막대한 투자를 이어왔다.

최근 중국 경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 이후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식량 분야에서는 오히려 과잉 공급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국내 밀 가격은 5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고, 옥수수 수입은 급감했다. 이는 중국이 식량 자급률을 높이고, 무역 전쟁에서 식량을 무기로 활용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음을 의미한다.
중국은 미국뿐 아니라 캐나다 농산물에 대해서도 보복 관세를 부과하며 압박을 강화했다. 유채씨 기름, 돼지고기, 해산물 등 다양한 품목에 대한 관세 부과는 중국이 무역 전쟁에서 어떠한 국가도 예외 없이 보복 대상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는 중국이 식량 안보를 최우선 과제로 삼고, 무역 전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해 어떤 수단도 강구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다.

중국의 식량 무기화는 단순한 무역 분쟁을 넘어 세계 식량 안보를 위협하는 심각한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기후변화로 인한 이상 기후 현상이 빈번하게 발생하면서 농작물 생산량 감소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중국의 식량 무기화는 국제 식량 가격 급등과 식량 부족 사태를 초래할 수 있다.
또한 중국은 기록적인 곡물 생산량을 바탕으로 비축량을 늘리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이는 향후 식량 가격 변동에 대한 영향력을 강화하고, 식량을 외교적 협상 카드로 활용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될 수 있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 전쟁은 단순한 무역 분쟁을 넘어 기술 패권 경쟁과 안보 문제까지 복잡하게 얽혀있다. 여기에 식량 안보라는 새로운 변수가 등장하면서 양국 간 갈등은 더욱 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세계 각국은 미-중 무역 전쟁의 추이를 면밀히 주시하며 식량 안보를 위한 대비책 마련에 나서야 할 것이다.


이태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tjlee@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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