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회에서 초당적 지지로 폐기 법안 통과 쉽지 않을 듯

슈머 대표는 “미국이 기술과 인공지능(AI) 분야를 세계적으로 선도하고, 제조업 일자리를 미국으로 가져오는 데 이 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트럼프는 4일 미 의회 상·하원 합동 연설에서 전임 조 바이든 정부 때 의회를 통과한 ‘반도체 지원법(CHIPs ACT)’을 폐지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트럼프는 “우리가 수천억 달러를 주지만 그들은 우리의 돈을 가져가 쓰지 않는다”면서 “끔찍한 법안”이라고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에게 법안을 폐지해 그 돈으로 부채 감축에 사용해 달라고 요청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공화당이 상원과 하원의 다수당을 차지하고 있으나 하원에서는 의석 차이가 미미하며 상원에서는 민주당의 필리버스터가 가능하기에 이 법을 폐기하기가 정치적으로 어렵다”고 짚었다. 이 통신은 반도체법에 따라 슈머 대표의 지역구인 뉴욕주뿐 아니라 오하이오와 텍사스주 등 공화당의 텃밭에 집중적인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슈머 대표는 “현재 공장을 건설 중인 많은 기업들이 이미 혜택을 보았고, 정부 보조금이 일부 지원됐다”면서 “만약 이 법이 폐기되면 관련 프로젝트가 위험에 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바로 이런 이유로 이 법이 초당적인 지지를 받고 있으며 상원에서 압도적으로 다수 의원이 이 법의 유지를 지지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토드 영 상원의원(공화·인디애나)도 트럼프 대통령의 법 폐기 발언에 놀랐지만, 미 정부가 이 법을 지속해서 이행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영 의원은 백악관과 이 문제를 논의하고 있으며 이 프로그램의 개선을 위해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영 의원은 트럼프 정부 예비 각료들로부터 공식·비공식으로 이 법의 준수를 약속받았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 상무부에서 약 520억 달러(약 76조원)에 달하는 정부 보조금 분배 등을 담당하는 공무원의 5분의 2가량을 해고하기로 했다. 전임 바이든 정부는 반도체법 집행을 위해 약 140명의 전담 공무원을 배치했었다.
미 상무부는 반도체법에 따라 삼성전자에 47억4500만 달러의 보조금을 지급한다. 양측이 지난해 4월 당시에 삼성전자는 오는 2030년까지 미국에 총 440억 달러를 투자하기로 하고 64억 달러의 보조금을 받는 예비 거래 각서를 맺었으나 삼성이 최종 투자 규모를 '370억 달러 이상'으로 낮춤에 따라 보조금이 줄었다.
미 정부는 SK하이닉스에는 최대 4억5800만 달러의 직접 보조금과 정부 대출 5억 달러를 지원한다. 미 상무부는 SK하이닉스와 고대역폭메모리(HBM) 고급 패키징 제조 및 연구개발(R&D) 시설 설립을 위해 최대 4억5000만 달러의 연방 보조금을 지급하는 내용의 예비 거래 각서를 체결했으나 최종 계약에서 보조금 규모가 늘었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4월 약 38억7000만 달러를 투자해 인디애나주 웨스트라피엣에 패키징 공장을 건립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