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 년간 축적된 수십만 명의 익명화된 환자 기록으로 훈련
"의사 대체 아닌 공동 조종사 역할...더 빠르고 정확한 진단 지원"
"의사 대체 아닌 공동 조종사 역할...더 빠르고 정확한 진단 지원"

푸단대학교 산하 중산병원과 상하이 인공지능과학아카데미가 공동 개발한 '카디오마인드(CardioMind)'는 환자의 병력과 검사 결과를 글로벌 연구 데이터와 비교해 진단 권고안을 생성하는 시스템이다.
이 프로젝트를 주도한 중국과학원의 게쥔보 심장 전문의는 "우리는 로봇에게 심혈관 데이터를 제공하고 최고의 심장 전문의처럼 생각하도록 가르치고 있다"며 "AI의 도움으로 의사들은 더 많은 환자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고, 전반적인 업무량을 줄이며, 진단과 치료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다"고 밝혔다.
개발자들은 카디오마인드가 의사를 대체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는 의료진이 더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돕는 "공동 조종사" 역할을 한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AI 도구 도입의 시급성은 병원 현황에서 뚜렷이 드러난다. 지난해 중산병원 심장과에서는 136명의 의사가 무려 82만 건의 외래 환자 진료를 처리했다. 이는 중국의 최고 공립 병원들이 직면한 압박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수치다.
카디오마인드는 중국의 딥시크(DeepSeek)와 같은 일반 오픈소스 AI 모델과 달리, 병원 아카이브에서 수집한 수십만 건의 익명화된 환자 기록을 포함한 수십 년간의 내부 데이터를 활용해 특별히 심혈관 질환을 위해 훈련됐다. 또한, 관상 동맥 질환, 심부전 등 여러 분야의 최신 국제 치료 지침과 연구 논문에 대한 학습도 진행됐다.
시스템은 심전도, 초음파 이미지, 혈액 검사 결과를 종합해 구조화된 의료 보고서 초안을 작성하고 진단을 제안한다. 현재 중산병원에서만 사용되고 있으며, 모든 결과물은 의사가 최종 검토하고 환자 치료 방침을 결정한다.
전문가들은 노동 인구 감소와 고령화로 의료 자원에 큰 부담을 안고 있는 중국에서 이러한 AI 시스템이 특히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고 전망한다.
그러나 환자 개인정보 보호, 알고리즘 편향, AI 오류에 대한 책임 소재 등 윤리적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과제로 남아있다.
시틱증권(Citic Securities)의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은 2023년부터 50개 이상의 대규모 의료 언어 모델을 출시했다. 대부분은 서류 작업 간소화나 진단 지원을 목표로 하지만, 비평가들은 실제 임상 검증이 아직 제한적이라고 지적한다.
최근 연구에서는 텍스트, 이미지, 생체 신호를 처리하는 구글의 메드-제미니(Med-Gemini)가 의료 정확도 측면에서 오픈AI의 GPT-4를 44% 앞서며 글로벌 성능 벤치마크를 선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중국 기관들은 방대한 환자 데이터셋과 AI 기반 혁신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바탕으로 이러한 격차를 빠르게 좁히고 있다.
카디오마인드의 등장은 인공지능이 중국 의료시스템의 구조적 문제 해결에 기여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로, 향후 다른 의료 분야로의 확대 가능성도 주목받고 있다.
신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