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글로벌이코노믹 로고 검색
검색버튼

파리 기후협정 국가 90%, 새 배출 감축 목표 제출 실패...리더십 공백 우려

미국 탈퇴 선언·EU 정치 불확실성에 글로벌 기후 거버넌스 약화
전문가 "주요국 목표 제출 지연이 도미노 효과...기업 경쟁력 우려도 작용"
파리 기후협정에 서명한 195개국 중 16개국만이 2월 중순 마감 시한 이전에 탄소 배출량 감축 목표를 제출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파리 기후협정에 서명한 195개국 중 16개국만이 2월 중순 마감 시한 이전에 탄소 배출량 감축 목표를 제출했다. 사진=로이터
파리 기후협정 가입국의 90% 이상이 온실가스 배출 감축을 위한 새로운 목표를 기한 내 제출하지 못해 글로벌 기후 대응의 모멘텀이 약화되고 있다. 특히 미국의 협정 탈퇴 선언과 유럽연합(EU)의 정치적 불확실성으로 인한 글로벌 기후 리더십 공백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고 25일(현지 시각) 닛케이아시아가 보도했다.

2015년 체결된 파리 기후협정에 따르면, 195개 서명국은 5년마다 자국의 탄소배출 감축 계획인 '국가결정기여(NDC: Nationally Determined Contributions)'를 업데이트해야 한다. 이번 업데이트 마감 기한은 오는 11월 브라질에서 열릴 COP30 기후변화 회의 9개월 전인 2월 중순으로 설정됐으나, 월요일 현재 겨우 16개국만이 새로운 목표를 제출한 상태다.
NDC 등록부에 목표를 업데이트한 국가는 일본을 비롯해 소수에 불과하다. 일본은 2035 회계연도까지 2013 회계연도 대비 60%, 2040 회계연도까지 73% 배출량 감축을 목표로 설정했다.

영국 탄소 분석 전문 웹사이트 '카본 브리프(Carbon Brief)'에 따르면, 새로운 NDC를 제출하지 않은 국가들은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80%를 차지한다. 여기에는 2021년 에너지 관련 배출량의 31.8%를 차지하는 최대 배출국 중국, 7.7%를 차지하는 EU, 6.8%를 차지하는 인도가 포함된다.

특히 전 세계 배출량의 13.6%를 차지하는 미국의 경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유엔에 파리협정 탈퇴 의사를 공식 통보했다. 지난 12월 조 바이든 행정부가 제출한 2035년까지 2005년 수준 대비 61~66% 감축을 요구하는 NDC는 무효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EU는 지난해 6월 유럽의회 선거 이후 새로운 기후 목표를 협상 중이다. 일부 회원국들은 EU의 환경 규제가 너무 엄격하다며 완화를 요구하고 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1월 "기후 정책에 대해 유연하고 실용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언급했으며, EU의 전반적인 우선순위가 환경에서 산업 경쟁력 제고로 이동하고 있다는 신호를 보냈다.

EU 집행위는 2024년 2월 2040년까지 1990년 수준 대비 90% 감축을 목표로 할 것을 제안했으나, 3월 말까지 회원국에 제출할 새 제안서의 최종 목표치가 얼마나 야심 차게 유지될지는 불확실하며 추가 지연 가능성도 제기된다.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의 사이먼 스티엘 사무총장은 이달 초 파리협정 서명국들에 9월까지는 새로운 NDC를 제출해 달라고 촉구했다. 그는 "계획의 품질이 가장 중요한 고려사항이 되어야 하므로, 일류 계획을 확보하기 위해 조금 더 시간을 할애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며 여지를 두었다.
최대 배출국인 중국은 2030년까지 배출량 정점에 도달하고 206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궈지아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새로운 NDC가 "올해 적절한 시기에 제출될 것"이라고 밝혔다.

인도의 나렌드라 모디 총리는 최근 에너지 행사에서 지난 10년간 인도의 태양광 발전 용량이 32배 증가했다고 강조했다. 인도는 2070년까지 탄소중립 목표를 세웠으며, 이를 달성하기 위해 선진국의 자금과 기술 지원을 요청하고 있다.

NDC는 오는 11월 COP30에서 핵심 논의 기반이 될 예정이다. 각국의 계획은 지구 온난화를 산업화 이전 수준보다 1.5°C 높은 수준으로 제한한다는 파리협정의 목표와 부합하는지 분석될 것이다.

일본 중앙전력산업연구소의 우에노 다카히로 선임연구원은 "어떤 주요 국가나 지역도 다른 나라에 목표치를 조기에 제출하도록 강요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주요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한 국가가 눈에 띄는 감축 목표를 설정하면, 그러지 않은 국가와 비교했을 때 노력의 격차가 커지고, 이는 자국 기업의 국제 경쟁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파리협정은 각국이 자체 목표를 설정할 수 있는 광범위한 재량권을 부여하며, 기한을 놓치거나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국가에 대한 공식적인 제재 메커니즘은 없다. 이러한 구조적 한계가 각국의 목표 제출 지연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편, 기후 위기는 더욱 심화되고 있다. EU의 코페르니쿠스 기후변화국은 2024년이 산업화 이전 수준보다 1.6°C 높은 기온으로 기록상 2년 연속 가장 더운 해였다고 발표했다. 유엔환경계획(UNEP)의 2024년 보고서는 각국이 야심 찬 배출량 목표를 설정하고 이행하지 않으면 지구 온도가 최대 3.1°C까지 상승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전문가들은 각국이 정치적 고려와 경제적 이해관계를 넘어 보다 야심 찬 기후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실천하기 위한 구체적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한다. 특히 미국, EU, 중국 등 주요 배출국들의 리더십 회복이 글로벌 기후 대응의 성패를 좌우할 것으로 전망된다.


신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
맨위로 스크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