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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역대급 반도체 투자 급증...2023년 1200억 달러 돌파

지난 28년치 뛰어넘는 수천억 달러 투자 유치로 ‘반도체 굴기’ 진행 중

박정한 기자

기사입력 : 2024-06-14 10:17

반도체 투자 급증으로 미국이 주도권을 찾아가고 있다. 사진=로이터 이미지 확대보기
반도체 투자 급증으로 미국이 주도권을 찾아가고 있다. 사진=로이터
세계 반도체 산업의 판도가 급격히 바뀌고 있다. 미국이 반도체 제조 시설 건설에 막대한 투자를 쏟아붓고 있기 때문이다.

이 추세가 계속될 경우 그야말로 미국이 세계 최고 반도체 왕국이 될 전망이라고 13일(현지 시각) 톰스하드웨어가 보도했다.

피터슨연구소의 마틴 초르젬파 선임 연구원이 트위터에 공유한 2006년부터 2024년까지 미국에 투자한 민간 기업들의 컴퓨터, 전자, 전기 제품 제조 시설 건설 투자 금액을 보면, 2024년 투자액이 이전 27년간 투자액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보도에 따르면, 2021년부터 미국 내 반도체 제조 시설 건설 투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했으며, 특히 2022년 칩스법 통과 이후 투자액은 이전의 27년간 투자액을 넘어섰다. 지난 2006년부터 2020년까지 15년간 미국 기업들의 반도체 제조 시설 투자액은 연간 100억 달러 수준에 불과했다. 하지만 2021년부터 투자액이 급증해 2022년에는 1000억 달러를 넘어섰고, 2023년에는 1200억 달러를 돌파했다.

이처럼 사상 초유의 투자 붐은 바이든 정부가 527억 달러 규모의 반도체 지원 패키지를 담은 칩스법이 통과하면서 본격화됐다. 이 법안은 반도체 제조와 연구개발에 390억 달러 이상을 직접 투입하는 등 미국 반도체 산업 부활을 위한 초대형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칩스법은 미국의 반도체 산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글로벌 공급망에서 미국 입지를 확고히 하기 위해 마련됐다. 특히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한 반도체 공급 부족 사태를 겪으면서 반도체 자립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됐고, 이는 칩스법 통과의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
칩스법의 막대한 자금 지원에 힘입어 인텔, 삼성, 마이크론 등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이 미국에 새로운 공장 건설에 나섰다. 인텔은 오하이오주에 200억 달러를 투자해 최첨단 반도체 공장 2곳을 건설 중이며, 삼성전자는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170억 달러를 투자해 파운드리 공장을 짓고 있다. 마이크론 역시 뉴욕주에 1000억 달러를 투자해 대규모 반도체 공장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이런 투자는 공장 건설뿐 아니라 연구개발, 인력 양성 등 반도체 산업의 생태계 전반에 걸쳐 이루어지고 있다. 미국 정부와 대학들은 STEM 분야의 교육과 연구를 강화해 전체 생태계 활성화를 촉진하고 있다.

미국 반도체산업협회(SIA)는 칩스법 지원으로 2032년까지 미국의 국내 칩 제조 능력이 3배로 증가하고, 세계 최첨단 5nm 이하 반도체 생산 공정의 28%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또한 2030년까지 반도체 자급률이 현재 16%에서 34%까지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미국 정부의 목표치를 뛰어넘는 수치로, 미국이 반도체 산업 주도권을 되찾을 수 있다는 기대감을 높인다.
하지만 낙관적인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막대한 투자에도 대부분의 신규 공장 건설은 1년 이상 지연되고 있다. 복잡한 규제 절차와 고급기술 인력 부족 등이 주요 원인이다. 이러한 문제 해결 없이는 투자 효과가 반감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또한 미국의 반도체 굴기는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미·중 갈등 심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미국은 칩스법을 통해 자국 중심의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을 구축하고,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견제하려는 의도를 분명히 한다.

이는 중국과의 기술 패권 경쟁을 더 심화시키고, 글로벌 반도체 시장의 불확실성을 키울 수 있다.

특히 한국·대만 등 다른 아시아의 반도체 강국들도 미국의 정책 변화에 따라 기술 경쟁력 강화, 정부의 지원 확대, 글로벌 협력 강화, 글로벌 공급망 다변화, 중국 시장 관리라는 새로운 반도체 전략을 모색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

한편, 전문가들은 미국 정부의 칩스법을 반도체 산업 부흥을 위한 중요한 첫걸음으로 본다. 칩스법만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고 본다.

따라서 올 11월 대선 이후 들어서는 미국의 새 정부는 규제 완화, 전략적 투자 및 글로벌 협력 등 세부 실행 전략을 마련해 미국 반도체 산업의 지속가능한 경쟁력 확보에 더욱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 부문이 우리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감안할 때, 미국이 주도하는 글로벌 반도체 전쟁의 한가운데서 우리의 실존적 이익을 위해 경쟁력 강화에 나서야 할 때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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